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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의 추억.
게시물ID : bestofbest_336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추천 : 159
조회수 : 15511회
댓글수 : 5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0/02/13 10:40:16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2/10 15:41:07
나는 잠시나마 마녀가 되었던 적이 있다. 얼굴 안보이는 인터넷이 아닌, 내 앞에 놓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

때는 갓 대학 들어간 해의 여름방학.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했고, 필기 합격후 실기시험을 남겨둔 상황.

실기시험 당일, 시험은 운전면허 학원에서 시행됐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세번째로 시험을 보게되었다.


나름 자신이 있었다.

별 어려움없이, 마지막코스인 주차코스에 들어섰는데, 순조롭게 주차를 했는데도, 
주차완료되었다는 경보가 울리지 않는 거였다.

그래서 다시했다. 역시나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몇번이고 확인했다. 
근처에 있던 운전학원 강사에게 말했더니, 우선은 주차가 되었으니 그냥 가라는 것이었다.

모두 마치고 합격의 기쁨을 기대하며 최종라인에 들어서는데, 이런 불합격이라는거다.

담당 경찰관에게 가서 이야기를 했더니, 주차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합격이라고 잘라 말한다.

항의해도 소용없었다. 

나역시 그냥 물러설 수 없어 계속 이야기를 했다. 경찰관이 화를 내더라.

열불이 났다.

그러던 중, 나 뿐이 아닌 내 뒤 사람들도 문제가 있다며 들어왔다.

그제야 경찰관은 시험을 중단시켰다.


정말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시험이 중단되자, 면허시험을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나의 항의때문에 시험이 중단된줄 알았던가보다.

불만이 내게로 향했다.


'이거 불합격하면 죽나'

'아 진짜 왜저래'

'쟤때문에 그런거아냐 쟤때문에'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소리들. 귓가에 다 들렸다.


정말 그 많은 사람의 시선이 내게 꽂혀있었다. 


얼떨떨했다. 불합격한 자체도 난 억울해 죽을 것같았지만, 그 따가운 시선을 난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수그렸다.

무서운건 그 많은 사람이 전부 그렇게 생각했다는거다. 불만을 야기한 성토 대상이 필요한거였는지도..


왜 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을까? 시험이 중단된 원인을 확인하지도, 확실하게 알지도 못했으면서

왜 그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비합리적인 판단을 해버리고 행동했을까?


내가 찾은 해답은 '다른 사람이,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니까'였다.

다른 사람이 많은 사람이 비난을 하니까 자기 역시도 한마디 소리를 내뱉은거였다.


왜? 원하니까. 시험이 중단된 초조함과 불만을 삭힐 대상이 필요했으니까.


난 조금은 일찍 '군중'이란 존재를 느꼈던 것같다.


결국 한동안 중단되었던 시험은 재시험이 치뤄지게 되었고,

난 첫번째로 합격했다. 운전학원 강사가 합격하자 '박수~~'하며 격려했지만, 박수소린 아주 조금 들렸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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