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워딩은 기억 안 나지만 오늘 공연에서 김동완이 이런 말을 했어요.
'나는 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오늘 이 시간이 여러분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힘 줘서 말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말 처럼 조용히 읊조린 말이었는데
공연 다 끝나고 집에 돌아오고 씻고 잘 준비를 하는데 계속 머리속에 맴도네요.
김동완은 제게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아는 김동완은 신화 김동완이고, 연예인 김동완이죠.
인간 김동완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그냥 단편적인 것들 뿐이고
그 사람과 일대일로 아는 게 아니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저는 김동완을 몰라요'.
하지만 김동완이 저에게 '의미가 있는 존재'인 건 확실해요.
아니 '신화'가 저에게 의미가 있는 존재인거죠, 더 정확히 말하면.
이런저런 사건사고도 많고 오래 활동한 만큼 좋은 기억 나쁜 기억 두루두루 있어요.
모든 인간관계에는 업다운이 있고, 하다못해 가족간에도 좋을 때 싫을 때가 있고 자랑스러울 때 실망스러울 때가 있는데-
스타와 일개 새우젓의 관계라는 건 지극히 일방적인 관계이다보니 그 업다운이 더 자주 쉽게 일어날 수가 있죠.
중요한 건 그런 업다운이 있어도 종국에는 그들의 음악을 듣고 사진을 보고 영상을 보고 콘서트를 가면
'아이고 모르겠다, 여전히 좋네' 혹은 '역시. 너무 좋아.'라는 결론이 난다는 게-
가끔은 저 스스로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처음엔 신화의 음악이 좋았고, 여섯이서 알콩달콩 시끌벅적 지내는 모습이 유쾌해서 좋았고
아, 물론 얼굴도 좋았습니다.(내가 이 구역의 얼빠임.)
십년이 훌쩍 넘은 시간동안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합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 기분이 좋은 날에는 '네버 기브 업'을 들었고
비가 오는 날에는 '흔적'을 들었고
눈이 오는 날에는 '눈 오는 날'을 들었어요.
의기소침해지는 날에는 '슈팅스타'를 들었고
누군가와 이별을 했을 때는 '리미니센스'를 들었고
친구랑 싸우고 마음이 안 좋은 날에는 '타임머신'을 들었어요.
청소하기 귀찮은 날에는 힘내려고 '하우 두 아이 세이'를 들었고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시험장으로 가는 길에는 '원스 인 어 라이프 타임'을 한곡 반복으로 내내 들었었고
언젠가는 너무너무 억울한 일이 생겨서 욱한 마음 풀려고 '쓰로우 마이 피스트'를 크게 틀어놓고 따라부른적도 있...(아, 이건 좀 흑역사)
이렇게 아주 아주 사소한 일부터 아주 아주 중요한 일까지
내 인생의 BGM은 언제나 신화였어요.
그런 신화가 98년에 데뷔해서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거의 매년 새로운 내 인생의 BGM을 끊임없이 만들어주고 노래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저에게 엄청난 의미를 가진 존재입니다.
오늘 김동완이 한 말에 저는 그래서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어요.
당신이라는 존재는, 신화라는 존재는 내 인생의 BGM이고 쥬크박스였다고.
그래서 언제나 고맙고, 사랑하고, 지지한다고.
김동완의 소극장 공연은 앞으로 다섯번 남았고, 표가 없어서 더 이상 갈 수 없지만
라이브 앨범을 낼 생각이라니 그 또한 너무 고맙고-
오늘 피스를 못 들어서 아쉬웠지만 편곡된 후애가 너무 맘에 들어서 솔로곡 탑5안에 들어가게 생겼습니다.
그러니, 열일합시다, 김동완씨. 그리고 신화도.
내년에 나올 새로운 내 인생의 BGM을 위해. 소처럼 일합시다.
그럼 저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덕질통장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일하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