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06(일) -대통령의 굴욕- (1040) 일전에 유력 일간지 1면에 대통령 내외가 무릎을 꿇고 있는 광경이 실렸습니다. 깜짝 놀라서 설명하는 기사를 읽어보니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 43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겁니다.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백번 바람직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통령이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이는 그 굴욕적 자세는 정말 눈 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왜 대통령이 국민 앞에 무릎을 꿉니까. “국민 앞에서 무릎을 꾼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무릎을 꾼 것이다”라고 변명을 하겠지만, 만일 하나님 앞에서라면 집에 가서 조용히 무릎을 꿇을 일이지 왜 전 국민 앞에서 그런 비굴한 자세를 취하게 하는 겁니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설교를 맡은 목사가 통성기도를 하자면서 “무릎을 꿇자”고 모든 참석자들에게 호통을 친 모양인데 나도 용서 못하고 아마 하나님께서도 용서 못하였을 겁니다. 대통령 부인이, 야당 대표가, 국군장성이 무릎을 꿇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안 됩니다. 대통령만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고 신앙에도 어긋난 일입니다. 성경에는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고 분명히 적혀 있는데 이게 무슨 망령된 짓입니까. 일반 국민은 대통령이 하나님 앞에 벌서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민망스럽게 그 광경을 지켜볼 따름입니다. 종교에는 중도실용주의가 없습니다. 불교면 불교, 기독교면 기독교 - 그 자세가 매우 선명해야 합니다. 결혼의 상대가 분명해야 하듯, 신앙의 대상도 도한 분명해야 합니다. 그 물을 흐려 놓는 것이 정치인들입니다. 예수쟁이들이 왜 절간을 찾아다니고 불자들이 왜 교회를 찾아다닙니까. 표를 의식한 행위이겠지만 그런 일들이 아예 없어야 자유민주주의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정치꾼들의 그런 짓은 부처님도 싫어하고 예수님도 미워합니다. 그것은 위선이고 기만입니다. 불교신도회 회장이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기독교의 장로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불교 신도인 대통령은 절에 다니면 되고, 기독교 신자인 대통령은 교회에 다니면 됩니다. 그리고 피차에 존중하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서로 싸우지 않고 국민의 도덕적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목사가 아무리 상식이 부족해도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하여금 무릎을 꿇게 합니까. 그것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이 되는 지도 모르고. 도대체, 이게 뭡니까.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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