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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 국민대 사학과 졸업생의 글
게시물ID : bestofbest_337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ois
추천 : 174
조회수 : 34133회
댓글수 : 1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0/02/16 19:01:20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2/16 06:48:36
중학교때 반에서 3등 전교에서 40등 했다. 
나름 90점대를 넘나들면서 내 아래의 애들을 지긋이 내려다보며 부모님 사랑 받아가며 중학교를 다녔다.
아버지는 이놈을 법관을 시킬까? 경찰대를 보낼까? 고민했고, 어머니는 의사나 한의사를 시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수준으로 좀만 더 노력하면 반 1등 전교10등 내외로 좁혀지지 않겠느냐???

그러다 저러다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오니까 중학교때와는 좀 다르다. 반에서 7-8등으로 밀려난다. 전교등수는 80-90등 이다. 그러나 부모님의 기대는 계속 저버리지 않으셨다. 고2때는 좀 더 밀려 10등 내외로 밀려나다가 다시 고3때 6-7등 사이로 오르락 내리락 했다. 

이과로 가기에는 너무 강적들이 많다. 고등1학년때 전교에서 노는애들 1-5등까지 죄다 이과다. 아마 서울공대나 의대를 노리나 보다. 저런 강호들이 많은 곳에 들어갈 수 없다. 좀 쉽게 공부하는 방향으로 문과를 택했다. 
그런데 지금 고3이 되서 보니 나처럼 생각하는 새키들이 전국적으로 무지기수로 있다. 공부는 쉬었지만 경쟁률은 장난 아니다. 

내가 고등학교때 반에서 40이하 하면서(거의 꼴등) 맨날 쌈박질만 하고, 기집들 만나 오입질만 하던 새키를 볼때마다 한심하다는 생각과 "나는 저런 겉만 번지르 하면서 속은 비어있는 놈이 놀고있을때 허리띠 졸라 매고 공부해야지" --'오 하나님 저런 새끼같지 않아 감사하나이다' 이렇게 생각했다.

뒤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는 주먹, 배짱, 오토바이, 기집, 빠구리, 오랄....이따위 말만 되풀이 한다.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수학의 공식 하나도 잘 모르는 인생패배자들....
또 꼴에 운동한다고 태권도 도장은 다니고...뉘미 고3이 태권도가 뭐냐? 태권도 ㅋㅋㅋ

수능보고 나니 내 현실을 알기시작했다. 인서울권 마지노선이었다. 
찾아보니 갈 만한 곳이 숭실대 철학이나, 국민대 사학과 즉 인서울 마지노선 막장학과를 제외하고는 경기지방으로 밀려나게 생겼다. 

생각생각하다가...국민대 사학과를 선택하게된 것이다. 
사학과에 들어가니 1-4년때까지 전국답사를 떠났고, 진보적 세계관으로 그동안 몰랐던 역사의 비밀들을 알고 선배 교수들과 밤새도록 술마시고 토론하고 울분을 삭히곤 하였다. 

그때 우리반 꼴등새키는 꼴에 대학이라고 용인대 태권도 학과에 합격했다. 
뭐 저런 것도 대학이라고....태권도 학과?ㅋㅋㅋㅋㅋ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니들에겐 철학이나 있냐? 역사관은 있냐? 세계관은 있냐? 니들은 대학생으로서 갖춰야할 최소한의 지성이라도 있냐???

군대 다녀오니...
캠퍼스는 훵하니 뒹굴고있었고, 군대가기전 낭만적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어딜가나 '사학'고라고 하면 비웃는 눈이 역역하고...항상 사람들이 하는말은 "사학과 나오면 뭐 먹고 살지요?" 라고 묻고 그에 대한 대답은 '뭐 교수부터 시작해서 기자등 여러가지 가는 길이 있습니다.....'라고 이제 말하기도 신물이 날 정도다. 

예배역 3학년이 갈 곳은 도서관뿐이다. 작년 우리 선배들 보니 제일 잘 된 사람이 모 출판사 번역과 교정봐주는 곳으로 들어가고...대다수는 '빨간팬 선생' 이니 '보습학원' 이니, 공무원시험이니 로 두더지 처럼 잠수를 탔고 연락을 두절시킨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역시 선배님들이 가는 그 길을 나도 따르고있었다. 
'인생에서 돈이 다가 아니여' 라는 주문을 외우며 말이다.

연대 경영간 친구의  동창회를 보니 술집부터가 격이 다르던데 우리는 아직 대학때 문지방이 닳도록 다니던 그런 술집 그대로다. 그나마 대학동창들을 만나야 속이 편하다. 사회에서 잘나가는 친구를 보면 아주 죽고싶거든....대학때 그 술집, 소주와 김치찌게 하나 시켜놓고, 아줌마한테 당근과 오이안주를 계속시켜도 그다지 미움받지 않는 그런 술집....바로 여기에 와서야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그시점에서 나는 용인대 간 녀석의 소리를 들었다.
모 아파트 앞에서 '용인대 태권도장'을 차려 꼬꼬마들 모아놓고 돈을 억수로 벌고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수강료가 8만원인데 애들이 대략 150명 정도 된다고 하니...사범2명에, 봉고차 2대 운영하고 가게세를 빼도...(총매출액 1200만원) 순수입은 최소 800은 넘을 것같다. 이런 시발....'인생에서 돈은 전부가 아니여'

그새키 외모도 준수한 놈인데 완전 효리같은 여자만나 결혼한다고??
나는 누가 소개팅도 안시켜준다. 시바 남자 보습학원 선생을 누가 소개시켜주냐? 그러나 '인생은 돈이 전부가 가니여'

요즘 아버지께서 집 밖에 자주 나가시지 않는다. 친구분들과 그렇게 등산을 좋아하시던 분이...
그 친구분들중 어떤 분은 만날때마다 자기 아들 자랑한단다..."애가 종로경찰서 경감으로 있는데 뭐 문제있으면 연락만 하면 된데,,,,장씨 문제있음내게 말해" 지 아들 경찰대 갈때부터 나발불고 다니던 아저씨다. 

또 한분은 자기 아들이 우리은행에 입사했단다. 중앙대 경영학과 출신인데...그나마 요즘 삐댕긴다. 

우리 아버지는 아무 할 말이 없다. 그저 "인생에선 돈이 전부는 아니지?" 라고 철학자같은 말만 되풀이 하실뿐이다. 

내 후년이면 아버님 환갑이시다. 환갑은 자식들이 차려주는 거라고 했던가???
아버지는 극구 이렇게 말씀하신다. "야 요즘 환갑이 환갑이냐? 그냥 생일잔치로 생각해라" 하지만 그 마음이야....
누님 음대 나오셔서 지금 개인레슨하시지...
나 이렇지...
내 동생 군대 제대해서 중앙대 심리학과 다니는데 그 녀석도 앞날 캄캄해 보이지...

이러다...아버님이나 어머님 병이라도 덜컥 걸리면 무슨돈으로 치료를 시켜드리나?
우리 결혼하려면 무슨 전세집이라도 얻어야 하는데 돈 한푼 없고, 그 많은 대출도 우리집 식구들은 하나도 못한다....그저 슬플뿐이다. 

지금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정쩡한 사람은....
중학교 성적 상위권--고등학교 성적 상위 7%-9%대--인서울 중하위권 문사철 졸-->이 사람이 한국에서는 제일 불쌍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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