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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으로 하늘 자른 자오선을 단두대라
데구루루 나뒹군 머리처럼 피 분수 뿜는 달빛
목 잘려도 혈안을 부릅뜬 듯 뜬 진홍색 달
차갑게 타오르는 시선에 야릇한 긴장감 감도는데
썩어 문드러진 인간계 멸망의 징조였으면 하고 자조했다
고개 돌리기 시작한 부끄러운 달은
천천히 얼굴 보여주는 신부 같더라
하야말간 달빛의 입자로 된 드레스 늘어뜨리며
검은 턱시도 품에 안긴 아름다운 주인공 위해
외계서 모여든 하객들, 반짝이 뿌려 축복하네
어둠 속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도
반짝이는 이유는 들키기 위해서라고
뺨을 타 흐른 물때 닦아주는 곰살궂은 달빛
슬픔에 지쳐 잠들기 전까지 어둠에 잡아먹히지 않게,
슬픈 날엔 달이 날 찾기 전 내가 먼저 달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