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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story_337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검사Kei★
추천 : 14
조회수 : 82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03/11/11 01:24:22
*이성찬님의 글입니다.
<166> 그녀의 고백
영화를 보고 나와서 한강 고수부지로 갔다. 전철이나 버스안에서 창밖으로
내려다 본적은 있어도 직접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강가로 내려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론 소연이는 내 품에 안겨있는채였다. 여기서 우연히 나는
소연이의 상상도 못할 과거를 알게 되었다. 소연이가 멍한 눈으로 내게 말했다.
소연 : 좀 있으면 해가 지겠다.......그치?
나 : 응.......
그러더니 소연이가 또 몹시 우울한 얼굴을 하고 말없이 지는 태양만 바라본다.
나 : 후후.....넌 어떨땐 보면 꼭 정신나간 사람 같다.......
소연 : 응......맞어. 나 정신병원도 갔다온적 있어......
나 : 뭣이? 증말?
소연이는 분위기때문이었는지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폭우가 쏟아지던날 너무너무 사랑했던 한 남자에게 실연을 당했던 일.......!
그 충격이 너무도 커서 우산도 없이 세차게 내리는 비를 흠뻑 맞으며 집으로
돌아온날....통곡을 할 힘도 없어 그저 방안에 박혀 허공만 쳐다보고 있는데....
술을 먹으면 보이는 것은 무조건 두들겨 패는 아버지가 귀가해서는 그녀를 마구
두들겨 패고 내??았던일.......!
이로인해 정신적인 충격과 육체적 고통이 겹쳐 그녀는 정신이상현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뒤로 정신병원 독방에서 한달동안씩이나 감금생활을 했다한다.
결국 남자들이 다 나쁜놈이었군.....쩝..
소연 : 차가운 독방에서 난방 장치도 않고 나를 침대에 꽁꽁 묶어 놓더니
한달동안씩이나 아무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어...한달씩이나 말이야..흑흑..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흘리면서 자신의 과거를 얘기하는 소연이....
소연이의 얘기는 내게도 역시 충격이었고, 나는 웬지 모를 연민의 정을 느끼면서
어떻게 위로를 해야할지도 모르고, 그저 한강만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가 내 앞에서
슬프게 흐느끼니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그뒤로도 정신병원에서 얼마
간의 치료를 받고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겉보기엔 평범한 사람과 전혀 다를바
없었으나 가끔씩 보이는 소연이의 행동에는 분명 정상자와는 다른 정신이상증세가
보였다.
나 : 그녀석은 지금 뭐해?
소연 : 흑흑.......누구?
나 : 네 애인이었다던....
소연 : 흑흑.........몰라........그 자식 지금은..뭐하는지..
나 : 음......이젠 걱정마......내가 있으니깐....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 버렸다. 마치 영원히 그녀옆에 있을것처럼...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실제로 정신병원 의사들이 말하길....정신 병원에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미친사람....즉, 침을 질질 흘리고 바보같은 얼굴을 하고, 괴성을 마구 지르는
그런 사람들이 오는게 아니라 겉보기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만 온다고 한다.
그리고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들 약간씩은 정신이상적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주변이 항상 정리가 되어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결벽증 같은 증세, 혹은
많은사람들앞에 가면 어쩔줄을 모르는 대인공포증같은것, 세상을 극단적으로만
보는 극단주의적 증세등등... 알고보면 나도 그런구석이 있겠지......
소연이는 심한 충격으로 인한 판단력상실과 애정결핍증세같은거였다. 잠시라도
곁에 누가 없으면 초조불안하고, 그래서 성적으로 문란해지고, 키스가 취미가 되고,
심지어 아무남자하고나 관계를 하게 되는.......!
긴 침묵을 깨고 소연이가 입을 또 열었다.
나 :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 해도 돼?
소연 : 응.........뭔데?
나 : 내가 이 말하면 장난치지 말라고 그러겠지?
마음 한구석에서 들으면 안 된다는 경고를 마구 했지만 나도 모르게 묻게 되었다.
나 : 안 그럴께.......뭔지 말해봐
소연 : ..........................자기야......나 자기 사랑해..........
나 : ' ..................!!!!!!!!! '
소연이는 내게 고백을 했다. 아!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나는 소연이에게 아무 대답도 못해주었고, 소연이 역시 내게 아무것도 묻질 않았다.
기차시간이 되었다는 핑계를 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한강을 벗어나서
용산역쪽으로 갔다.
<167> 궁합.
용산역을 가는동안 소연이가 자꾸 나를 꼬신다.
소연 : 그냥 자고 내일 가라........응? 응?
나 : 안돼... 내일 부산가면 겨우 하루밤 자고 또 올라와야 하는데?
소연 : 웅....그래두.......
나 : 안돼. 여관비도 없어....
소연 : 내가 집에가서 돈 가지고 나올게.....
나 : 헉....아......안돼.....그냥 갈게..
실랑이를 벌이면서 용산역으로 가는데 가는도중에 웬 할머니가 길거리에 앉아
있는걸 보았다. 사주팔자보는 점쟁이 할머니였다.
소연 : 자기야....궁합보자......
나 : 에잉........그런 쓰잘데기 없는걸 뭣하러? 어? 야임마..\./
소연이는 벌써 할머니 앞에 앉아서 생년월일을 말하고 있었다. -_-;
할수없이 생판 처음으로 길거리에서 점을 보게 되었다.
소연 : 할머니.......우리 궁합 좀 잘 봐줘요.....
내가 생년월일을 말해주자 할머니는 커다란 엽전 같은걸 몇 개 공중으로 던지더니
떨어진 모양을 보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나 : ' 치이...그럴듯하게 연기하는군...-_-; '
할머니 : 음.......궁합이 별로 안좋아......
갑자기 할머니가 아름다워 보였다.
나 : 오옷...그래요 ?
할머니 : 응......그리고 남자는 여자복이 아주 많은 남자야......
나 : 푸하하......^o^
내가 소리내어 웃자 할머니가 나를 한 번 힐끗 보더니 말을 이었다.
할머니 : 근데 여자쪽에서 남자가 싫증이 나서 먼저 떠나버려....
나 : 오홀...
소연이가 잼있다는 듯이 떨어진 엽전을 쳐다보며 반박한다.
소연 : 오잉? 제가 먼저 떠나요? 칫......틀렸네요 뭘....전 안 떠날껀데.....
나 : ' 흑흑...'
할머니 : 아냐.......아가씨가 먼저 떠나.....
나 : ' 파이팅....파이팅..'
소연 : 할머니....저 나중에 다시한번 확인하러 여기 올꺼에요.......
할머니 : 맘대루 해............자 이젠 복채나 줘.....
세상에....... 말 두어마디 해주곤 돈 5,000원을 그냥 쓸어 가버리네......
그야말로 자본하나없이 폭리를 취하는........우......제길..
이 할머니가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지.........그리고 소연이가 정말 후에
그 할머니에게 가보았는지는 모르겠다. 참 궁금하다.
궁합을 본 뒤 저녁 TMO 시간이 다 되어서 소연이와 작별을 했다. 지나가던
아줌마가 자꾸 나를 자꾸 붙잡는 소연이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아마 서로 사랑하는 병사와 아가씨로 보였나 보다...
<168> 갈등
집에 와서 계속 소연이생각만 했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 소연이가 나에게 어울리는 여자일까? '
' 아냐아냐........연민의 정을 사랑으로 착각하면 안돼..'
' 하지만 나를 애인으로 생각하는 그녀와 어떻게 헤어지지....?
충격이 심해 정신병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
' 음......그냥 친구로만 사귀어 볼까? '
' 아냐.....소연이의 행동을 봐선 건전한 친구가 될 수 없을것 같어....나중엔
모든게 익숙해 져버려 나까지 이상해 질지도????? '
' 부산에 있는 내 친구들이 소연이를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내가 군대갔다와서
완전히 타락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
' 어차피 결혼하지도 않을 여자를 가지고 자꾸 인연을 만들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
' 하지만 나도 이젠 소연이에게 정이 들어버린 것 같군....어쩌지? '
' 안돼...안하사를 배신(?)할순 없어..........으아....미치겠다...'
감정이 마구 교차되어 나를 괴롭혔다.
<169> 이별.
외박을 마치고 군대 복귀했다. 항상 발랄하고 명랑하던 내가 나답지 않게
말수가 적어지고 행동에 변화가 생기자 병장 고참들이 그 원인을 알고 싶어했다.
조금이라도 나보다 더 인생을 산 그들의 의견을 알고파서 내 고민을 말했더니
고참들마다 의견이 분분했다.
고참A : 쨔샤...잘 사귀어 봐....그런 여자 만나면 생각외로 행복해....살림도
잘하고 남편 잘 챙겨주고...
고참B : 빨리 헤어져.....과거를 알고있는 여자랑 결혼하면 결코 행복할 수가 없어.
원래 남자가 여자를 좋아해서 결혼한 커플은 오래 가지만 여자가 남자를
좋아해서 결혼한 커플은 오래 안 가는 법이지..
고참C : 뭘 그런걸 가지고 신경을 쓰니? 신경쓰지마라....어차피 제대후 도망가면
그만이지 뭘.......설마 찾아오기야 하겠어?
고참D : 하나님이 정해준 보필이 아닐까? 감정에 솔직하면 돼...
고참E : 뭐? 정말 그런여자가 있단말야? 야.......나 소개좀 시켜줘..응? 응?
고참F : 신중히 생각해....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면 안되니깐......신중히.....
고참G : 안하사를 울리지마....!
나 : -_-;;;;;;;;;;;;;
고참들의 조언들은 오히려 내 마음을 결정하는걸 더 혼란스럽게 했다.
그렇게 갈등을 하면서 밤을 새고 드디어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 그래.......결심했어....."
새벽녘에야 나는 마음을 모질게 먹고 소연이와 헤어지기로 결정했다.
사랑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는 것이다. 동정(同情)과 사랑을 혼돈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괴로워도 시간이 지나면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렇게 마음먹고 면회 온 소연이를 만나러 가니 암것도 모르고 생긋생긋 웃는
소연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평소때완 달리 까불고 천방지축으로 난리치는 소연이를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
소연 : 오늘 왜그래?
나 : 음......암것도 아냐......
소연 : 좀 이상한데? 내게 뭔가 할말 있는거 아냐?
나 :' 우우.....여자의 직감이란.....속일수가 없단말야.-_-;;'
할수없이 용기를 짜내어 겨우 말했다.
나 : 소연아.................이젠 면회오지 마라.....
소연 : 음..................왜?
나 : 난 사실 부산에 애인이 있어...
난 애인이 있다고 거짓말을 해버렸다. 헤어지자는 데 애인핑계만큼 좋은건 없겠지.
소연이는 갑자기 들고 있던 수첩을 내 얼굴에 던지면서 욕을 했다.
소연 : 이쓰팔놈이 장난을 치나? \./
나 : 윽.....
그리곤 화가 난 소연이는 면회장을 나가버렸다.
나 : ' 아이고....아파라. 무신놈의 힘이 저리 세노? T?샨T '
소연이는 그렇게 사라져 갔다.
나 : ' 아...생각보다는 쉽게 헤어져 주는구나...휴우우우......익?? '
소연이는 갈 마음이 있어서 간게 아니었다. --; 의자위에 소연이가 던지고 간
수첩을 보고 그녀가 다시 오리란걸 알았다.
나 : -_-;
주워서 무심코 펼쳐보았다. 하루하루 일기형식으로 간단히 메모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내 얘기는 하나도 없었다. -_-;
┌────────────────────────
│ 9월 * 일 : 원종제랑 카페에서 키스함...
│
│ 9월 * 일 : 대곤이 오빠랑 하숙방에서 키스함...
└────────────────────────
소연이답게 남자들과 키스한걸 기록하고 있었다. 그렇게도 키스가 좋은가보다.
근데 자세히 살펴보니 나를 만나고 난 뒤에도.....그것도 내게 사랑고백을 한
뒤에도 키스를 하고 다녔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소연이는 키스가 남자랑 나누는
또 하나의 대화정도로 생각되나보다. 갑자기 소연이가 다시 들어왔다.
소연 : 헤헤헤......내가 간줄 알았지롱?
나 : 아직도 안 갔어? 자 여기 수첩..... 빨랑가.......이젠 오지말구.....
본의 아니게 수첩을 보고난 뒤 나는 더 모진 마음을 먹을수가 있었다.
내가 심각하단걸 그제서야 안 소연이는 금방 울상을 했다.
소연 : 정말 왜그래? /.
나 : 내 애인이 너 만나지 말라고 했다니깐..\./
급기야 소연이가 그 많은 면회객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한다.
소연 : 야.......누가 애인하자고 그랬어? 그냥 친구하면 될거 아냐? /.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하단걸 나는 안다. 후에 불행을 초래할것도.........
정이 더 깊어지기 전에 해결을 하는게 급선무겠지....
참 이상하다...오늘따라 눈물에 지워지는 소연이의 화장마저 아름다워 보인다.
자꾸 약해 지려는 마음을 다시한번 모질게 먹었다.
나 : 아냐...... 내 애인은 친구도 용납못해.... 미안해......어서가...
사람이 변하는것도 일순간인가보다. 내가 한 번 냉철해지니깐, 주위 면회객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것도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여자가 눈물을 흘리고 군인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 나를 나쁜놈으로 봤겠지....물론 나쁜놈이었지만...
하지만 나는 내 장래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정신이상증세가 남아있고,
성적으로 그렇게 문란한 여자를 사귈수는 없었다. 다시한번 단호히 말했다.
나 : 어서가라니깐....... 이젠 다시는 면회오지마......
소연이는 우뚝서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더니 괴성을 지르면서 뛰어나갔다.
소연 : 그래.....이자식아.......잘먹고 잘 살아라........쓰팔놈.........
소연이는 그렇게 갔다. 그것이 소연이의 마지막 모습이었지만 나는 너무나
미안해서 쳐다볼수가 없었다.
역시 궁합따윈 다 엉터리다. 그녀가 먼저 나를 떠난다더니...
그게 아니면 내가 운명을 거스른것일까?
소연이의 얘기는 여기서 끝이다. 마지막에서 해피엔딩이나, 심금을 울리는
감동따위는 없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일뿐..
만약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내 결정이 과연 옳았을까?
나는 지금도 소연이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고 그립다.
하지만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이젠 소연이도 그저 흘러간 한 순간의
추억으로만 나를 기억해 주겠지...부디 이해심많고, 따뜻한 가슴을 가진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한 삶을 꾸려가길 바랄뿐이다. 그땐 나같은놈 만나지 않은걸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겠지. 아니, 내 생각이나 하려나?
오랜만에 소연이를 떠올리니 씁쓸하고 공허한 웃음만이 새어 나온다. 후훗~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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