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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없는 밤에도 하늘의 9할은 낭만이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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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파란바람개비
추천 : 2
조회수 : 4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5/26 02: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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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별이 없는 밤, 허전할 법한 하늘의 9할에도
초점 유발한 달 하나 덕에 낭만이 차 있었다

나는 그 유채꽃밭 너른 월세계가 좋소
예나 지금이나 태평한 달이 좋소

긴 계단처럼 비스듬히 내린 달빛이 좋소
달을 등지고 서 있을 때 부처님 광배처럼 연출되는 순간이 좋소

어제처럼 오늘도 노란빛이던 달이 좋소
어제랑 달리 오늘은 하얀빛이던 달도 퍽 좋소

바람 부는 날, 달 위에 거쳐 가는 구름의 속도를 눈으로 좇는 게 좋소
여러 번 묵독하고픈 시를 읽듯 달 표면의 무늬 살피는 시간이 좋소

옥상에서 옆 지붕 길고양이 한 마리랑 나란히 보는 달이 좋소
낭만적인 소원 비는 마음으로 물끄러미 빠지게 되는 달이 좋소

열대야엔 창문 열고 방충망 사이로 촘촘히 스며드는 달빛을 인지하는 게 좋소
눈 내리는 겨울밤엔 성긴 눈의 간격을 메운 달빛의 조화 만끽할 수 있어 좋소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도 하나둘 불 꺼지기 시작할 때 딱 켜진 달이 좋소
낯선 밤거리에서 길 잃고 배회해도 어디서나 보이는 달이 좋소

어수선한 네온사인과 달리 단정하게 빛을 내는 달이 좋소
광공해로 웬만한 별은 관측되지 않는 밤에도 어둠을 혼자 지키는 달의 위용이 좋소

하루일과 간 심신에 주입된 열 식혀주는 산뜻한 밤공기의 근원처럼 떠 있는 달이 좋소
비 온 뒤 마르지 않은 웅덩이가 거울처럼 윤나는 그런 달빛 친화한 물기가 좋소

큰 강을 횡단하는 다리 위로 젖지 않은 달이 있고 또 강물에 반영된 달 있어 두 개의 달 보는 게 좋소
자동차는 원뿔형의 빛살로 검은 도로를 쓸며 달리고 그 속도로 따라오는 거처럼 보이는 달이 좋소

자정이 넘어 아무도 없는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 맥주 한 캔 비울 때 부침개처럼 안주가 돼준 달이 좋소
기억 속 흐릿해진 잔몽들 떠오르듯 각지에서 본 달의 체위가 새록새록 그려지면 달밤에 바람 쐬러 간 수확이 좋소

누구 탓도 아니게 보기 어려워진 반딧불들의 공동묘지라 상상해본 달이 좋소
밤하늘 모든 것 상속받은 공주라 비유한 달을 기다리어 알현하니 좋소

달이 깎이는 한 시간, 두 시간 순조로운 위상의 흐름에도 마치 영원처럼
아침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이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이 좋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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