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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 어떤 일에 대해 일정한 시간의 한계를 둠
게시물ID : readers_338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iidyn
추천 : 1
조회수 : 51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9/06/20 10:51:30
모든 것은 끝났다.
수술이 실패로 끝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딸아이는 이제 몇시간을 넘기기 어렵게 되었다.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우리아이의 몸에 축적되어 있던 독,
그 독이 급속히 온 몸으로 퍼지게 될 것이라고 의사는 말한다.
한 두시간 정도는 평소와 다를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우리아이는 서서히 어지럼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지독한 통증이 시작되고 그렇게 삶을 끝낼 운명이다.
 
나는 나머지 설명을 하고 있는 의사를 뒤로 하고 그냥 나와 버렸다.
그리고 곧장 입원실에 있는 아이에게로 갔다.
상황은 이렇게 복잡한데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해야한다는 생각뿐이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이상하리만큼 침착하고 담담해 진다.

정확한 상황을 알수 없을텐데도 우리아이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가 않다.
수술이 힘들었었나 보다. 
어쩌면 수술결과를 대략 직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거의 남지 않은 아이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다가
아이에게 뭐 필요한 것이 없냐고 물어본다.
아이는 아이패드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싫다는 수술을 하는 대신에 수술 끝나면 아이패드를 실컷 보여주기로 했던 약속이 기억났다.
눈 나빠진다고, 시간 아깝다고 어떻게든 못보게 했었던 그 아이패드 말이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놈의 아이패드라도 실컷 보여줄껄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패드를 손에 잡은 아이의 눈에는 그제서야 살짝 웃음이 보인다.
혹시나 내가 아이패드를 안 보여줄까봐 조마조마했엇던 눈치다.
아이는 늘 하던데로 나보고 옆에서 자기랑 같이 보자고 한다.
그리고 아이는 자기가 보고 싶은 영상을 찾아서 보기 시작한다.
나는 그냥 옆에서 그것들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다.

한참을 보던 아이는 이윽고 어지럽다며 옆으로 누워서 보겠다고 한다.
마음이 철렁하지만 태연한 척 그러라고 한다.
그렇게 나는 뒤에서 아이를 살짝 안은채로 같이 본다.
이런 순간에도 아이는 너무나 포근하고 향긋하다.
너무 편해서 어이 없게도 살짝 졸음이 올 지경이다.

아이가 힘들다며 이제 그만 보겠다고 한다.
사실 아이패드를 보는 아이의 표정이 아까부터 조금씩 무거워지고 있었엇다. 
이제 아이와 나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같은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있다가 나는 가까스로 아이에게 아빠 사랑하냐고 물어본다. 
그러자 아이는 나랑 이렇게 가만히 누워 있으니까 참 좋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아이는 머리와 가슴이 조금 아프다고 한다.
나는 많이 아프면 의사가 진통제를 처방할테니 걱정 말라고 거짓말을 했다.

조금씩 끙끙거리던 아이는 이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아파서 몸부림을 치며 엉엉 울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아이를 부여잡았다.
그렇게 아이의 온 몸은 빰 범벅이 되었고, 통증은 점점더 심해져 가는듯 하다.
나는 한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의사를 불렀다.
그러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의사는 아이에게 다가와서는 준비된 주사를 처방한다.

그렇게 통증을 호소하던 아이는 얼마안가 훌쩍이며 촛점없는 눈으로 나를 처다본다.
통증이 줄어들면서 이제 마지막이 될 졸음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나는 품어안은 아이를 바라보며, 아기 때나 들려주던 자장가를 천천히 불러준다.
그러자 아이는 나에게 희미한 미소를 보이다가 그렇게 잠에든다.

그제서야 나는 참았던 눈물이 나왔다.
눈물이 주체할수 없을 만큼 아예 펑펑 쏟아진다.
그리고 나는 문득 눈에 눈물 범벅이 된 채로 잠에서 깻다.
나는 그 끔찍하게 슬픔 꿈에 황망하여 마음이 잘 추스려지지도 않는데
아이는 내 옆에서 침을 흘리며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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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씩 이렇게 고약한 꿈을 꾸네요.
여운이 가시지를 않아서 이렇게 글로 정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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