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게시판 보다는 여기가 어울릴 것 같아
여기에 적어봅니다.
제 아내는 새누리당 지지자입니다.
별 다른 이유도 없습니다.
심지어 본인도 왜 지지하는지, 무엇이 마음에 들어 지지하는지
그런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새누리당을 지지할까요?
눈치 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처가의 어르신들이 모두 골수 새누리당 지지자이십니다.
저희 부부는 결혼할 때 정치 얘기를 하지 않기로 서로 약속했기 때문에
집에서는 한 번도 정치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처가에 가서도 마찬가지였지요.
한 번은 장모님께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이유를 말씀하셨는데
'이념'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시더라구요.
"우리처럼 옛날 사람들은 이념을 버릴 수가 없어서 계속 같은 정당을 지지한다"라구요....
제 아내는 효녀입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맹신하다시피 할 정도로 말이죠.
때문에 처가댁의 이념이 제 아내에게는 종교와 동일시 되어 버렸습니다.
지난 일요일이었던가요.
KBS 다큐 3일에서 대선활동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더군요.
저는 보면 마음이 아플까봐, 그리고 화가 나도 (약속 때문에 ㅋㅋㅋㅋ) 표현도 못하니 답답할까봐
다른 방에서 오유를 하고 있었습니다. ㅋㅋㅋ
아내가 한참을 그 프로그램을 보더니, 제가 있는 방에 와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런 거 보면, 정치 활동은 참 허무한 거 같아요"
그래서 얘기를 꺼냈습니다.
"우리 결혼할 때 정치 얘기를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그래서 여태까지 그냥 침묵하고 있었지만, 당신이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어요.
나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에요.
오히려 보수에 가깝죠.
내가 생각하는 보수는 그렇거든요. 내 나라, 내 국민이 잘 사는 게 최우선인 것.
그런데 우리나라는 참 이상하죠.
휴대폰도 외국엔 싸게 팔면서 자국민한텐 비싸게 팔고.
자동차도 외국엔 싸게 팔면서 자국민한텐 비싸게 팔고.
가까운 일본만 해도, 자국민한테는 좀 더 싸게 팔거든요.
그래서 난 선거를 할 때 당을 보고 뽑지 않아요.
철저하게 사람을 보고, 정책 위주로, 실천력을 위주로 보죠.
난 새누리당도, 민주통합당도 좋아하지 않아요.
싫어하기로는 민주통합당을 더 싫어하는 편이거든요.
철처하게 나쁜 놈이 어정쩡하게 나쁜 놈보다 낫다고 믿으니까요.
철저하게 나쁜 놈은 그래도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활동하지만
어정쩡한 놈들은 그냥 모든 걸 망가뜨리거든요.
그래서 내가 투표하는 기준은 늘 사람인데
거기에서 몇 가지 조건이 더 붙죠.
똑같은 정책을 두 사람이 제시했다면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가.
난 거기에서 그 후보의 인성을 살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굳은 신념으로 청렴하게 살아온 사람은, 당선이 되어 정책을 시행할 때에도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굳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시행을 하거든요.
같은 의미에서, 난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치인들은 '행정가 스타일의 정치인'이라고 생각해요.
이념 전쟁이 아닌, 뭔가를 실천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펼치는 그런 사람들 말이죠.
박원순 시장님이 장인어른, 장모님을 비롯한 새누리당 지지자에게 욕 먹는 이유를 잘은 알지 못해요.
그 중 몇 가지는 납득할만한 것도 있을지 모르지만요.
하지만, 난 박원순 시장님이 당선 이후, 행정가로서 실천에 옮겼던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여태까지 어떠한 시장도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단 말이죠.
하나의 예로, 보도블럭 공사도 예전에는 구별로 할당된 예산을 연말 전에 모조리 소모해서
다음 해의 예산을 늘리기 위해 마구 시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걸 누군가가 지적하니까 바로 시정 조치에 들어갔단 말이죠.
이렇게 작은 것 하나부터 실천하는 사람이 여태까지 없었잖아요?
난 내 가족의 행복이 최우선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내 가족이 행복 중 하나만 선택 가능하다면
난 당연히 당신과 우리 아이를 택하겠죠.
때문에 나는 더욱 더 실천하는 정치인을 뽑을 수 밖에 없는 거에요.
이념을 떠들어대며 아직도 북한의 침략만 운운하는 사람과
밤길을 무서워하는 당신을 위해 가로등을 하나씩 더 늘려주는 사람 중
내게 더 필요한 사람은 후자라는 거죠.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왜 이념과 반공 같은 정신적인 것들을 강조할까요?
그게 사회심리학적으로, 군중을 통제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죠.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분열시켜 놓으면, 그 후에 자신과 가까운 한 쪽만 살짝 살짝 응원해 줘도
그걸로 충분하거든요.
굳이 국민들을 화해시키고 통합시킬 필요가 없다는 거죠.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적어도 인구가 1억은 넘어야 한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통일에 대해서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안 된다,
지금은 안 된다 하면서 자꾸만 뒤로 미루고 있죠.
미루기만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언젠가는 해야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충격이 적은 방법으로 차츰차츰 해야 할 텐데 왜 자꾸 미룰까요?
그게 국민들한테 먹히기 때문에 그렇거든요.
북한이 '벼랑 끝 외교'를 하는 거를 '침략 도발', '전쟁의 위험'이라고 하면
국민들을 통제하기가 좋기 때문에요.
북한 뿐인가요? 전라도, 경상도를 나누는 것도 마찬가지죠.
왜 전라도와 경상도가 원수가 되어야 하나요?
그것도 다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방법이기 때문이죠.
정치인들은 행정가와는 다르게... 그 사람들이 행한 것의 효과가 뒤늦게 일어나죠.
행정가는 바로 시행을 할 수 있지만, 정책의 입법 효과는 늦게는 5~20년 후에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렇다면, 그 효과를 보는 건 우리 세대가 아니라, 우리 아이의 세대라는 거죠.
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가 훗날 행복하지 못한 세상에서 살면서
이 세상이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 되짚어 나갈 때
지금의 선택을 문제를 삼게 된다면, 그 때 당당하게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난 너희들의 행복을 위해 그 사람을 지지했었단다'라고.
지금은 내가 원하는 사람, 내가 믿었던 사람이 당선되지 않았으니
뽑힌 사람이 보다 잘 하기를 바랄 뿐이지만
다음에도, 난 내 가족을 가장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내 신념을 걸도록 할 거에요."
결론이요?
아내가 수긍했습니다 ^^
다음 선거에는 제가 실천할 만한 인물을 추천하면
참고하겠다고 했거든요.
슬픔 중 행복한 일이 일어나서
이렇게 길게 적어봤습니다 ^^
아직도 정치인들은
우리들의 분열을 원합니다.
하지만, 속지 맙시다!
우리가 서로 싸울 때가 아니라
얼른 정신 차리고 다시 숨 고르기 한 후에
어떻게 사람들을 깨우칠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