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빵셔틀하면 안좋게 보더라구요.
그런데 빵셔틀하고 왕따하고는 엄연히 급수가 달라요.
왕따는 말그대로 철저히 무시당하는거라 인간 취급도 못받구요.
왕따 걸린애들은 자신과의 싸움이죠. 못견디면 전학가야되구요.
하지만 빵셔틀은 노예신분이지만 왕따처럼 나쁘지는 않아요.
제경우엔 중학교 3년, 고등학교 2년 현재 5년째 빵셔틀 중입니다.
빵셔틀도 요령껏하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빵셔틀이 좋은점은 일단 매점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맨앞에 선다음에 누구 심부름하는거다라고 말한마디하면
알아서들 설설 깁니다. 뭐라고 따지지도 않아요.
이런걸 한자성어로 호가호위라고 하나요?
아무튼 이때 내가먹고 싶은것도 같이 사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잽싸게 뛰어가면서 내가산것을 먹어치우는 겁니다.
빵셔틀도 체력이 튼튼해야 잘 할 수있는거라 잘먹어야 되거든요.
빵을 갖다주고나선 다른 명령이 주어집니다.
주로 체육복이나 교과서 빌려오는게 주어지구요.
교과서는 다른반에서 아무 책상에서 꺼내가면 그만인데요.
체육복 같은거는 사이즈 잘못 빌려오면 큰일이기때문에.
평소 일찐들의 신체사이즈를 빠삭하게 파악해놔야 됩니다.
그래야 점심시간이나 청소시간에 기합받는일이 없기때문이고요.
그런데 저렇게 체육복이나 교과서를 빌리고 다니면 진짜 힘이듭니다.
진짜 하루종일 화장실 갈 여유도 없어요.
수업시간에 가면 되지않느냐라고 물을 수 있지만.
체격이 큰애들은 일찐들 잠잘대 시선막이해야되서 수업시간에도 못가요.
저도 체격이 큰편이라 어쩔땐 기저귀라도 차고싶을때가 있어요.
그래서 화장실 못참겠다 싶으면 쉬는시간 왔을때 바로 튀어나가면서
애들이 잡으면 다른 일찐 빵심부름간다고하고 화장실 가서 볼일봅니다.
가끔 애들이 화장실 문열라고 소리치면 문열어놓은 상태로 볼일봐야되는데.
그냥 목욕탕왔다 생각하고 문열어놓고 볼일봅니다.
뭐든지 자기 맘먹기 나름이거든요. 제가 편하면 그만이니까요.
박지성이 경기때마다 14키로를 뛰었느니 어쨌느니 하는데요.
저는 하루에 30키로 이상 열심히 뛰어다니는거 같습니다.
박지성이 대한민국 캡틴이라면 저는 빵셔틀 캡틴정도 되는거 같아요.
제가 머리를 잘쓴게 애들이 숙제나 요런거 대신써달라고 할까봐.
처음부터 글씨를 아주 개같이 갈겨썼더니 애들이 안시키더라구요.
이런걸 유비무환이라고 하나요. 제가 생각해도 제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저도 고3이 되어서 이제 빵셔틀 하는것도 1년남았네요.
남들은 남은 1년동안 수능준비를 하느라 공부하기 바쁘겠지만,
저는 빵셔틀을 더 잘하기위해서 지금보다 더 발에 땀나게 뛰어다녀야겠네요.
대학교에도 빵셔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성적으로는 어차피 대학은
못가서 그점이 조금 아쉽네요. 남들 대학가서 공부할동안 군대나 갈까해요.
군대는 명령체계이니까, 거기서도 빵셔틀은 존재하겠죠.
그럼 제 특기를 살려서 좀더 야무지게 빵셔틀을 할 수 있겠네요.
군대 제대하고나면 신문배달이나 우유배달하면서 결혼도해야겠고요.
나중에 저닮은 자식낳으면 제가 겪었던 빵셔틀 노하우를 모두 전수해줘서.
제 자식들도 학교다닐때 일찐들한테 칭찬받는 아이가 되도록 해야겠네요.
빵셔틀이라고 놀리지 마시구요. 자신이 빵셔틀이라고 슬퍼하지마세요.
뭐든지 자기하기 나름입니다. 자기가 최선을 다하고 자부심을 가지면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