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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짐작하길 좋아한다.
게시물ID : freeboard_338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정윤정
추천 : 10
조회수 : 237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04/01/24 07:11:52
그리고 자신의 추측을 확신하곤한다.

▶ 난 비흡연자지만 촛불을 좋아해서 가방 어딘가에 라이터가 굴러다니는 경우가 종종있다.
주머니를 뒤지다가 툭 떨궈진 라이터를 줍는데, 미용실 아줌마가 그러더라고..
"어머, 학생 몇살인데 눈썹을 밀고다녀?"
라이터 -> 담배 -> 불량학생 -> 눈썹 밈..
난 그때 담배를 피워도 눈썹을 밀어도 상관없는 스물 한 살 이었고,
눈썹 소지는 커녕 화장도 안하고 있었다.

▶ 난 기숙사 내 방에 내 이불만한 태극기를 걸어 놓았을 만큼 한국인인게 자랑스럽다.
중3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왔고,
고등학교 2학년을 즈음해서 "비인간적 역사"라는 주제로 반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 유대인학살 이런걸 많이 자료로 준비했다.
나는 일제의 '마루타'를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쇼로 보여주며 파란눈의 선생에게 물었다.
"혹시 그거 알아요? 일본 정부가 마루타 역사를 미국정부에게 돈줘가며 묻은거."
같은 마루타 희생국이었던 중국 아이들에게 갈채를 받았었다.

한국에 오면 다르다.
방학때 한국을 왔더니 의정부 장갑차 사건때문에 시위가 한창이었다.
서명운동을 한다길래 동생까지 데려가서 서명을 하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과 몇마디를 나눴다.
"학교 어디 다녀요?"
"아.. 미국에서 다니는데요;;"
방금전까지 서명해줘서 고맙다던 그사람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며 훽 돌아서 간다.
미국 유학생 -> 자동적으로 친미세력

▶ 고등학교 때 또라이 같은 역사 선생을 교육부에 고발한 적이 있었다.
그 다음날 대머리 백인교장이 날 교장실로 불렀다.
"어느 나라 태생이니?"
"한국사람 인데요."
"...니네 한국 사람들은 성적 안나오면 선생 고발하지."

▶ 쎄이에서 한 반년간 개인 방송을 했다. 방제는 언제나 "노래같은 노래들"이었다.
그날따라 소리바다가 안돼서 신청곡들 중에 없는 건 못틀어드립니다하며 멘트를 띄웠다.
임재범의 비상, 원더버드의 아침은, 크라잉넛의 사노라면, 등등등이 차례로 나가고 있는데
누가 방에 들어오더니 노래를 신청한다.
"서태지의 머머머 있어요?"
"아.. 없는데요;"
"그럼 자우림의 머머머는 있어요?"
"아.. 없어요.. 죄송 ^ ^"
.....서태지하고 자우림은 다 씨디로 소장하고 있어서 파일로는 없어요...
라고 입력하는 찰라, 그사람은 이미 방에서 나간 뒤였다
*** : 빠순이 같은 년
---< ***님이 방에서 나가셨습니다 >---

▶ 난 학교에서 학자 보조금 (절대 장학금이 아님;;) 같은걸 받아서
학비는 전액 면제고, 한학기에 한 천불씩이 되려 나온다. (1년 3학기제)
학비,책값,생활비 어쩌고 다 합해서 한달에 대략 50만원정도?를 쓰며 사는 자취행이다.
한국에서 대학다니는 거 보다 훨씬 싼거지...
근데 내가 유학생이라는 말에 누군가가 앞으로의 계획이 뭐냐고 물은적이 있다.
"음.. 글쎄요 ^ ^"
"미친... 돈지랄 하고 자빠졌네."

▶ 난 미국에 오기 전까지 국문학 지망이었다. 그래서 국어에 미련이 많다.
여기 와서도 꾸준히 글을 썼고, 책도 읽고, 고등학교 국어 자습서로 틈틈이 독학-_-도 했다.
방학때 한국에 나갔는데 한창 김성수의 "웁쓰~~~"가 유행이었다.
동창회에 나가서 한참 놀다가 내가 "웁쓰"를 날렸더니
저---쪽에서 누군가가 말한다. "티내지 말고 조선말 쓰지?"
지네가 하면 유행어, 내가하면 영어 사대주의.

▶ 난 영주권자다. 대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갈 생각인데, 그러면 여러가지로 복잡해진다고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께선 자꾸 시민권을 취득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계시는 중이다.
몇달째 전화로 싸우고, 연락 끊고, 울고불고 하다가 결국
난 아직 취득조건이 안된다는 거짓말로 일단 보류시켜놓게 되었다.
나 나름대로 외로운 투쟁을 하며 놓지 않으려는 내 국적 대한민국......
그런데 한국에 몇년 못나가는 바람에 뒤늦게 발급받게 된 민증을 찾으러 찾아간 동사무소에서는
'미국에 있어서 민증 발급이 늦어졌다.'는 내 한마디에
단체로 날 노려보며 기분나쁜 비웃음으로 묻더라.
"민증 왜 받게요? 한국사람이예요?"

▶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반일분자다. 그런 내가 일어 반을 듣게 되었다.
한국인에게 일어만큼 쉬운 A학점은 없기도 했고,
3개국어에 도전하고 싶은데 일어가 젤 만만하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정부가 나뿐거지.. 사람들이 몬상관이야.. 내 자신을 타일러가며 반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나랑 꽤 친하게 지내던 일본인 조교가 어느 날 묻는다.
"한국사람들은 일본사람들을 덮어놓고 싫어하는거냐? 나 한인타운 갔다가 맞아 죽을뻔했다."
일본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에 비해서 한일합방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도 않고,
또 관심도 없어해서 그렇지,
너도 만약에 내가 아는 만큼 과거에 대해 알고 있다면 이해 할꺼다.
그치만, 때려죽이려고 한 한인타운 사람들은 내가 보기에도 오바라고 생각한다...어쩌고
친분이 있는 관계지만, 아니 우리 한인들 일본사람 안싫어해~라는 말이 죽어도 안나와서
어렵사리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난 다음 수업을 가기위해 돌아섰는데...
한국사람처럼 보이는 아저씨 두명이(아마도 교환학생) 내 일어 교과서를 누가 스윽 보더니
자기네들 끼리 수군거린다.
"야, 쟤 한국애 같은데 존나 쪽빠리랑 붙어 먹는다, 응?"

▶ 오유는 맨날 들러서 읽기만 하고 조용해 추천이나 누루고 가고 하던 곳이었는데,
그러던 내가 드디어 가입을 했다.
닉을 뭘로 하나.. 고민하다가 난 본명으로 하면 특이하겠다 싶어서 닉을 '정윤정'으로하고
꼬릿말에 최대한 이쁜척 하면서 찍은 내 사진도 올리고...
투명한 오유생활을 즐기려고 했다.
사진이 좀 빠순시럽긴 하다..하며 혼자서도 낄낄거리며 고른 사진이지만, 반응들이 참 찬란하다.
"얼짱하고싶어요?"
"남친 낚으러 왔으면 차라리 쎄이에나 가봐요."
"귀여니 싫어할 자격이 없다"
"왠만하면 꼬릿말좀 바꿔주죠?"
꼬릿말에 뷁스런 엽기사진 달고 맞춤법 무시하면 햏자.
빠순틱한 낯짝사진 달고 맞춤법 무시하면 귀여니.
......................................................................

이랬어요, 저랬대요, 말 착하게하고
웃는 이모티콘 몇개 붙어있으면
누굴 병신 찌질이 빠순양으로 알고 괜히 갈구고 지랄들이다.
정말 자신의 실랄한 의견이 있고 입지가 있어서 날카로운 평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다수를 등에 업고 주류에 묻어서리 어줍짢은 딴지들이나 걸고있다.
학교 다닐 때는 학급회의 시간에 이의 제기 한번 못한 찌질이 같은 놈들이
모니터 뒤에 숨어서 손가락으론 몬얘길 못해.
우위 세력인 햏자세력에 붙어서 생사람 빠순이 만들고, 빠돌이 만들고,
괜히 여기저기서 동의하는 사람들이라도 붙으면 그저 지 잘난 줄알고 좋아서.........
한심한 것들.

사람들은 날 모른다.
힙합바지에 그지머리 하고 있으면 담배 빌려달래고,
삐삐머리에 분홍색 캔버스화를 신고 전철표를 사면 어린이용을 준다.

난 계속 난데..
난 계속 정윤정인데. 계속 똑같은 윤정인데.
사람들은 겉모습, 혹은 사진, 혹은 옷, 혹은 편견들로
아무렇게나 나를 판단한다.




난... 오유를 재밌기위해 재밌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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