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도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건 이해한다고, 하지만 내가 그런 사람들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억울하고 매번 만날 때마다 폰을 검사하는 건 좀 심한 것 같으니 그건 하지 말아달라구요.
여친이 연인 사이인데 폰 좀 보면 어떠냐. 나 말고 다른 여자 숨겨놨냐 라며 휴대폰을 가져가려고 하더군요. '연인 사이'인데 여친은 저를 신뢰하긴 커녕 의심만 하는 것 같아서 여기서 급 서운해졌습니다. 다짜고짜 다른 여자를 숨겨놨냐니.
그런 게 아니다. 단지 내 프라이버시는 지켜줘야 하지 않느냐. 이 폰에 있는 번호들 중에 여자번호는 너 제외하고 가족들이랑 친척들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이랑 카톡하고, 사진 주고받고 한 것도 다 보여줘야하는 건 아니지 않냐. 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여친은 또 그럼 줘 봐라. 원래 커플들은 서로 폰도 보고 그런다. 떳떳하면 보여줄 수 있겠지 아니니까 못 보여주는 거 아니냐? 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내 껄 보여준다면 너도 네 폰을 보여줄 수 있겠냐고 물으니 그건 또 안 된답니다. 이유는 '자기 폰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파일이나 대화내용이 있어서, 그걸 제 폰으로 옮긴 후 퍼트릴까봐.' 라고 하더군요. 듣고 전형적인 내로남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연인이라도 폰 구석구석 다 보는 건 아니지, 만약 그런다고 해도 왜 내껄 니가 보는 건 괜찮으면서 니껄 내가 보는 건 못 믿겠다고, 안 된다고 하냐. 솔직히 매번 사진을 찍거나 같이 어디 다녀왔는지 추억을 남기고 싶어도 나를 못 믿는다는 이유로 못 하게 할 때마다 내가 상처받는다는 생각은 안 해봤느냐.
사진 못 찍게 하는 것까지는 이해를 한다. 근데 매번 만나면 폰을 검사하고, 그 이유가 못 믿어서라는게 견디기 힘든 거다. 니 말대로 커플이라면 서로 믿어주고, 힘들 때는 기댈수도 있는 사람이어야할텐데 이럴꺼면 나를 왜 만나느냐고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여친은 겨우 사진 안 찍게 해준 걸로 삐져서 이러는 거냐. 생각하는 게 고지식하다. 남친 여친 만나는 거 가지고 뭘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냐. 다 즐기려고 만나는거지. 내 말에 상처받는다는 말도 공감을 못 하겠다. 어떻게 부부도 아닌데 서로를 믿고 기대고 하느냐. 난 못 한다. 난 내 방식 바꿔야한다는 생각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 듣고는 정나미가 떨어져서 더 이상 여친이 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때까지 군복무하면서 여친 사진 하나 없이 페이스북메신저로 짤막짤막 대화하는 것만으로 버텨왔고, 군월급 아껴서 휴가 나올때마다 데이트 하고 했던 게 부질없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얘기해도 의미없을 것 같다. 혼자 고민도 많이 해보고, 내가 못난 것 같아서 울기도 했었는데 이제 보니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너도 날 못 믿고, 나도 상처만 받는 이런 관계 더 못 버티겠으니까 니도 니한테 무조건 맞춰주는 남자 찾아봐라. 더 이상 얼굴 볼 일 없을테니까 연락 하지말라 하고 계산한 뒤에 나왔습니다.
붙잡지도 않고 연락도 안 하는거 보면 수긍을 했던가, 아니면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연락할 예정이든가, 아니면 자기도 헤어질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예상으로는요.
결국 이렇게 답답함만 남기고 끝나버렸습니다. 그래도 1년 넘게 만나면서 쌓인 정이 없진 않은지 완전히 감정을 정리하진 못 했지만 차차 정리 되겠죠?
별거아닌 글 읽어주신 분들, 댓글로 위로해주고 조언 남겨주셨던 분들 감사드려요. 다음 글은 착한 사람과 연애중이라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
마무리 어떻게 하지 음... 여러분들은 이쁜 사랑 오래오래하시길 바래요. 꽁냥꽁냥한 글 읽으면 저도 괜히 설레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