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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군이야기[펌펌펌]
게시물ID : humorstory_338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누드달팽이
추천 : 13
조회수 : 596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03/11/12 14:57:08
나는 케이군과 함께 교보문고에 갈 일이 있었다.

"전철타고가자"

"싫다."

"왜?"

"시선처리가 안된다."

"무슨 시선처리?"

"전철에 타면, 마주 앉은 사람 때문에 시선처리가 안된다."

"......"

전철은 싫다는 케이군이었지만,
나는 부득불 케이군을 설득해 3호선 열차에 올랐다.
마두역에 도착해, 가늘 길 심심하지 않게
갈아만든 낙타를 하나씩 들고,
전철에 올랐을 때,
케이군은 사람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발끝만 쳐다보고 있었다.
난 '괜히 전철을 타자고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 말 없이 서먹하게 가는게 무안해서, 말을 걸었다.

"야, 너 애완동물 키워?"

"키웠었다."

"뭐? 강아지?"

"아니."

"그럼 이구아나나 코모도 드래곤 그런거 키운거 아냐?"

"햄스터 키웠었다."

"왠일로 햄스터를 키웠어?"

"주웠다."

"햄스터를? 어디서?"

"비오는 날 집 앞에서"

"와, 그럼 주워서 오래 키운거야?"

"아니, 그날 죽기 전까지는 키웠다고 볼 수 있다."

"죽었어? 그날? 왜?"

"비를 많이 맞아서 추워보였다"

"아... 비 맞아서 죽었구나.."

"아니다."

"그럼?"

"추운 것 같길래, 내가 말려줬다."

"어떻게?"

"수건으로 깨끗이 몸을 다 닦아줬다."

"아.. 그럼, 수건으로 닦아 주다가 죽은거야?"

"아니, 수건으로 닦아줘도 계속 떨길래 말려줄려다가 죽었다."

"어떻게 말려줬는데? 드라이기로 너무 쎄게 한 거 아니야?"

"아니다. 우리 누나는 드라이기 안써서 집에 드라이기 없다."

"그럼?"

"조그맣길래, 전자렌지에 넣고 건조 시켜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냥 놔두면 전자렌지에서 돌아다닐까봐
머그컵에 넣고 딱 1분만 돌렸다. 그랬더니 죽었다."

"......"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난 왜 갑자기 케이군에게 살기를 느꼈는지 모른다.
'일부러 그랬을 지도 몰라'
'그걸 즐겼을 수도 있어'
이런 생각이 계속 들면서 점점 케이군이 무서워 졌다.
'이녀석, 냉혈한 녀석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케이군과의 대화가 단절 되었을 때였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저는 지금 여러분께 좋은 물건을 하나 알려 드리려고 왔습니다."

전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상인이었다.
나와 케이군은 그 잡상인에게 주목했다.

"제가 들고 온, 이 칫솔로 말할 것 같으면 오랄-지에서 만든 칫솔로
저희 회사가 어려워 지기전에 미국에 특허까지 신청한 제품입니다.
이 칫솔로 이를 닦으면 평생 스케링(스케일링)할 필요 없이, 하얗고
입냄새 때문에 가끔 자신도 고통스럽던 분들, 이 칫솔을 쓰고 나서는
입에서 나던 그 발냄새가 안나서 깜짝 놀라실 겁니다."

나는 다시 케이군에게 말을 걸었다.

"야, 저런거 다 사기일거야. 저거 훔치거나 어디서 싸게 얻어서 가져와 파는걸껄?"

"끝까지 들어보자."

케이군의 말에, 다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저는 우리 이 '이광산업'의 대표이사로써,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서
바로 특진을 거듭하며 이 자리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저희 본사 공장의 공장장과 제 마누라가 눈이 맞아 요이땅 한 관계로
하루 아침에 이렇게 상점의 칫솔코너가 아닌, 지하철에서 여러분에게
저희 제품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가정이나 주변, 그리고 아는
분들 중에도 하루아침에 어려운 처지가 된 분이 있으실텐데
그 분들 도와주시는 셈 치고, 칫솔 하나씩 구입하시면
정말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으며, 이 칫솔이 여러분들의 치아도
평생 책임져 드릴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 칫솔은 오래 사용해서
더 이상 칫솔모가 빠릿빠릿하게 서지를 못할 때에는
자녀분들 실내화나 운동화 빠는데 그만입니다. 이닦던 그 실력으로
운동화도 아주 그냥 새걸로 만들어 줍니다.
단돈 삼천원에 12개 한 세트 모시겠습니다."

케이군은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냈다.
나는 만류를 하며,

"야, 저거 다 뻥이고 저 칫솔 사도 얼마 못써."

"아니다. 저 사람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야! 괜히 돈낭비 하지마, 저사람 말도 미심쩍고 칫솔도 12개 사서 뭐하게"

"너도 몇 개 가져가라"

"야!"

하지만, 나의 만류에도 케이군은 칫솔을 구입했고,
케이군이 칫솔을 사며 돈을 지불 할 때,
그 잡상인 아저씨에게,
마치 마지막 파이팅을 외치는 듯한 눈 빛을 볼 수 있었다.
그 아저씨가 다음 칸으로 옮겨갔을 때,
나는 케이군에게 후회의 말들을 건넸다.

"이거 정말 사기일텐데, 너처럼 순진하면 속는다니까."

"저사람은 거짓말 할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알아?"

"아까 돈을 건낼 때, 저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야, 느껴지긴 뭘 느껴져. 저 사람 이제 망해서 잡상인 되었다고 하잖아."

"아니다, 예전에 저 사람이 뭐였든간에, 지금의 열정이 더 대단하다."

"무슨 열정"

"저 사람은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과 관계있는 물건을 팔기까지 자신을 이겨낸 것이다."

"에이, 그래도 대표이사에서 잡상인으로 변했으면, 망한거지."

"아니다. 저 사람을 잘은 모르지만, 지금의 저 추진력과 용기라면
다시 한 번 올 흐름을 잡는 건 시간문제다."

"그럼 저 사람이 옛날에 대표이사였다고 소개하고,
지금은 잡상인이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는 왜 하는거야?
이렇게 된 상황을 후회하는 것 같은데?"

그러자, 케이군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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