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장을 담그기 위해
살이 통통하게 잘 오른 게 두 마리를 샀다.
도마 위에 첫 번째 게를 누이고
그를 향해 내 팔을 휘둘러
다리를 제거해야만 했다.
잘려도 살아 움직이며
움찔거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꽃게는
성대가 있었다면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을 테며
표정이 있었다면
나를 원망하며
증오와 분노, 공포가 뒤섞인 아우슈비츠에서의 유태인의 눈으로
나를 노려봤겠지
두 번째 게를 도마 위에 올렸다.
배를 4등분으로 가르기 위해
살던 곳에선 그 누구도 침범하지 못 할 난공불락의 방패였을
등껍질을
내 손에 든 날카로운 쇠붙이로
힘껏 내리치자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속을 허용했다.
속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을 지키고자 했던 어미였던 그녀는
끝내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아이들을 걱정했겠지
양념 속에 버무려지는 그들의 살덩이를
사이코패스가 된 듯 무심히 바라보며
게장은 역시 양념게장이지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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