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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추위는 역시 철원.
게시물ID : military_50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양면을다보자
추천 : 4
조회수 : 2335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2/08/22 03:52:57

필자는 의경출신.

주변에 의경출신있으면 알겠지만 의부심은 해부심못지않게 쎄지요.

저도 그런 의부심쩌는 부류입니다. 제대하고도 한창을 군대이야기나오면 "야. 니 나와 뭐 턱걸이로 붙을래? 한 40km뛸까? 아니면 뭘로붙을래 종목 니맘대로해봐" 할정도로 의부짐에 쩔고 쩔고 또 쩔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철원에서 군생활했는데?" 한마디하면 전 아가리를 묵념해요.


왜그러느냐.

때는 06년도 봄입니다. 다시말하지만 의부심이 쩔어요. 그날도 의부심을 충전하기 위해서 패기넘치게 운동하고 (그때는 형사계소속 폭력팀소속이였습니다. 의부심의 절정이죠. 내가 강력계형산줄알았어요.) 근무준비를 하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아 출동명령이 떨어졌어요. 무슨 철원에 시위대들이 소끌고 시위한다고 블라블라하는데 으아.. 이유가 어찌됫건 오라니까 가야죠.


의경은 따로 내피같은게 없어요. 깔깔이라던가 내복같은거 없어요. 목티가 끝. 그것도 막 고참들이 어딜 육군찌랭이들처럼 남자가 추위를 무서워하냐고 목티하나에 남자 갑빠있으면 끝이라며 세뇌시킨 덕이죠. 근데 왜 육군에 깔깔이가 있는지 저는 이날제대로 배워요.


철원으로 간다고 하길래 평소처럼 출동장비챙기고 뭐하고 막내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막 우르르 기대마타서 인원체크하고 출동을했어요.

복장은 목티, 위에 점퍼(라고 해봤자. 봄잠바같은거 속에 얇은내피있고 목에 털붙어있는거예요. 그 있지요 파출소에 직원분들 입는거. 사병은 그걸 못입는데 전 그때 고참이라 입었습니다. 덕분에 나중에 수명이 단축되죠.


뭐 가는길에 고참끼리 철원이 춥네 어쩌네 뭐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마침 철원출신한명이 외박나가있으니까 걔한테 물어보자하고 정수기 뒷자리에 가서 숨어서 전화를 했지요.


나 : 야 ㅋㅋㅋㅋㅋ 우리 철원간다 ㅋㅋㅋㅋㅋㅋ 뭔 소끌고 온데 ㅋㅋㅋㅋㅋㅋ 

철원 : 어? 지금 추운데

나 : ㅋㅋㅋㅋㅋ머 ㅋㅋㅋ 병시나 남자가 갑빠가 있지ㅋㅋㅋㅋㅋ 그리고 봄인데 뭐가 추워 ㅋㅋㅋㅋ 그리고 나 추위안탐 ㅋㅋㅋㅋ

철원 : 괜히 깝치지말고 애들 옷싸온거 있으면 속에 껴입어라. 죽는다 진짜.


그러고 잇는데 직원이 오는거같아서 일단 전화를 끊고 한숨잤지요. 그러다 뭔가 으슬으슬한 한기가 세어들어와서 깻습니다.

밖을 봣는데 눈없고 하늘맑고 바람이 좀 부는거 같더군요.

좀 이상한게 있다면 가면서 중간중간 검문소같은곳에 있는 육군친구들이 등빨이 다 장난이 아니였다는겁니다.


저흰 속으로 그랬어요 .

"에고 ㅋㅋㅋㅋㅋ 땅깨들 꿀이나 빨고 뭔 니들이 움직이긴 움직이겠니 그러니까 살이찌지 ㅋㅋㅋㅋ에혀 하루에 기본4시간씩 들고뛰고해봐라 살이찌나 ㅋㅋㅋㅋㅋ"


그러다가 도착.

하차명령이 떨어지고 끼어내리는게 싫어서 제가 가장먼저 내렸습니다. 그리고 2초만에 다시 탓습니다.


문을 닫았죠. 의경은 원래 하차명령떨어지면 칼같이 내려가서 칼줄맞추고 뻔호해줘야되는데 의부심이고 나발이고 기도가 얼어붙는데

무슨 소용인가요.


진짜 문열고 잠깐 2초정도 바람이 얼굴을 강타하는 동안 수명이 2개월은 줄어버리더라구요.

소대장이 외박짤라버린다고 하는바람에 다시 내렸습니다. 진짜 의지와 상관없이 욕이 나오더군요.

윽 시발!! 윽!!! 윽!!! 윽!!!


이러면서 서있었습니다. 후임들은 가뜩이나 감정표현하면 맞아죽으니까 칼각은 잡고 있는데 자동으로 턱바이블레이션이 나오더군요.


그쪽 직원분이 육군친구들이랑 내무반같이 쓰라고 해서 그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열맞추고 전력질주해서 내무반으로 들어갔습니다.

근데 난 하.... 진짜 ㅎㅎㅎㅎㅎㅎ 그 부대가 어딘진모르지만 전 그부대사람들 존경합니다.

내무반 시절 수준이... 진짜... 북한인줄알았어요. 진짜 안이란 밖이랑 별온도차이도 없는거같은데 근무끝난 육군님 두분이 들어오시면서

"많이 춥죠?" 하면서 복장을 하나하나 벗는데, 4겹을 벗고도 안에 옷이 또있더군요.


그걸 떠나서 저걸 벗고 활동복하나만 입고 그 실내에서 "아 ㅋㅋㅋㅋ 안은 좀 살만하네 ㅋㅋㅋ" 하는걸 보는데 이 분은 본적이 시베리안 툰트란가?? 싶더군요.


저희도 방패랑 진압복입고 시위대 진행예상경로에 배치되는데 죽겠더라구요. 그와중에도 옆에 육군님 두분은 미소를 띄고 담화중.


그러다 화장실이 가고싶어서 물어봤더니 저쪽이라며 화장실을 가르쳐주는데...아...실외예요. 맙소사 ㅋㅋㅋㅋㅋㅋ

이런 날씨에 화장실이 실외라니 ㅋㅋㅋㅋㅋㅋ 똥이 떨어지다가 강철이 되서 변기 다깨먹겠네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화장실을 갔는데 올 !!!! 김이 모락모락나는 물이 있어요.

전 너무 방심한 나머지 팔을 둥둥 걷어서 물에 손을 푹넣다가.

손을 잘라낼뻔했어요.


찬물이였어요. 얼지말라고 후임끼리 돌아가면서 설얼음 깨고 한다고 하더군요. 왜 물을 떠놨는진 아직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밖이 너무 더럽게 추우니까 그 물은 그렇게 차가웠는데도 김이 나더군요.

베스트에 있는 글에 영하 38도 라고 하는데 구라아닐꺼예요.

철원에서 체감온도는 영하 50도였으니까요.


무슨 장갑끼고 그 위에 목장갑끼고 그 위에 방한장갑을 꼇는데 ㅋㅋㅋㅋㅋ 손가락끝부분이 얼었어요.

그건 둘째치고 정말 콧물이 얼데요. 침뱉어도 얼고. 아 하나 좋은게 있다면 와....담배가 개꿀맛.

컵라면이 진짜 개개꿀맛.


그래서 의부심이 있는 지금도 뭐 군대훈련이 힘들었다 뭐어쨋다하면 아이고 ㅋㅋㅋ 니가 해병대도 아니고 ㅋㅋㅋ 힘들긴 개뿔이 힘들었겠냐 하면서 비아냥거리면서 꼴리면 나와서 한 40km뛰던지 ㅋ 아님 턱걸이? 팔씨름? 뭐 니가 원하는 종목 다대봐 ㅋㅋㅋㅋ

이러는데 "군부대가 철원" 하면 그 한마디에 바로 아닥합니다.


진짜...태어나서 지금까지 아직도 그때의 추위와 그 와중에 웃으면서 담화를 나누던 두육군님. 그리고 실내가 따듯하다며 환복하던 육군님은 잊을수가 없네요.

그래서 전 13도 정도만 되도 더워서 반팔티입는편인데 어디가서 추운거 잘참는단말안합니다.

그러다가 철원에서 군생활한사람이 들으면 "자네...나랑 손잡고 철원한번가보겠나?" 하면 큰일이니까요.


아무튼 철원짱.

글이 더럽게 길어서 아무도 안읽겠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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