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좋아한다는게 이렇게나 힘들 줄은 몰랐네요. 20년을 살아오면서 누구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전혀 모르고 살아왔는데... 사랑이라는게, 막연히 아름답고 행복하고 기쁜 거라고 느꼈는데 제가 생각한 사랑은 주는 사랑이 아니라 받는 사랑이었나 봅니다. 물론 어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자체에 기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받는 것에 익숙한 저는 여간 힘든게 아니네요.
왜 유독 그사람의 카톡에 가슴이 그렇게 뛰는지 왜 작은 말 하나에도 속으로 수십번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보려 애쓰는지 다른 사람한테는 잘도 받고 잘도 잊으면서 왜 꼭 그사람에게 받은건 미안해지고 받은만큼 돌려주고싶은지 어딘가에 가느냐 마느냐를 왜 그사람의 존재 유무로 결정하는지 이제 안좋아할거다, 마음 접을거다 결심해놓고 얼굴 보면 또 금새 떨리는지 엄청 미우고 싫다가도 너무 좋고, 또 너무 좋은게 싫고.
꼭 저 자신이 아닌 것 처럼 느껴져요. 이렇게 전전긍긍하는 제가 너무 낯설고, 다른사람같고 바보같아요. 나를 꼭 동성친구처럼 대하는 그사람의 모습에 괜히 화가나고 속상하다가도 집 같이가자는 한마디에 금새 붕붕 떠서 쫓아다니고.
나랑 너무 안어울려, 그사람은 나보다 훨씬 잘났으니까 하는 생각에 위축만 돼요. 왜이렇게 난 못났을까, 조금만 더 날씬했으면 좀만 더 이뻤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쓸데없는 생각인걸 알면서도 자꾸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종종 그사람의 작은 행동과 말에서 '아, 정말 나한테 눈꼽만큼도 관심 없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기도 해요. 그런데도 자꾸 기대하게 되고, 쓸데없는 희망에 얽매이고...
이제 정말 그만 좋아하고싶은데. 다른 사람 소개라도 받으면 덜어질까요..?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못한 말, 익명의 힘을 빌려 이렇게 남겨봅니다. 쓸데없이 길고 푸념일색이지만...혹시라도 다 읽어주신 분 있으시다면 감사의 말을 전하고싶어요. 누군가 제 이런 심정을 알게 된다는 점 하나로도 짐 하나 더는 기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