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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눈이 내린다.
게시물ID : lovestory_340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숲고양이
추천 : 7
조회수 : 119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1/04/03 23:21:50
------------------------------------------------ 좋은글은 아니지만.. 음.. 여기가 일기장이니 뭐니 라는 소리 들을까봐 조금 걱정은 되네요 ^^;; 가끔 제가 느끼는거나 제 나이대를 달리고 있는 친구들한테 하고싶은말 적어보려고 합니다. ------------------------------------------------ 눈이 내린다. 올해 3월에는 하얀 눈이 내렸다. 사람을 잘 대하지 못하고 주변에 벽을 만들고. 그 벽 너머로 사람들을 동경하며. 남들과는 상관 않고 묵묵히 자기가 할 일을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벽을 간단히 비집고 들어온 아이. ㄴ. 근처로 날아온 나비가 날아갈까, 친구삼았던 나비가 오히려 멀리 날아갈까 초조해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했던 나비에게. 첫눈에 반했다는게 이런 느낌일까. 베이지색의 코트를 입고, 혼자서 캐리어를 끌고 나타났던 모습. 나는 ㄴ을 처음 보았다. 나는 ㄴ과 같은 사람은 처음 보았다. 내가 ㄴ에게 받은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ㄴ은 내가 쌓아둔 벽의 틈으로 살며시, 나도 모르는 새에 내 안으로 들어왔다. 한학기가 지나고, 일년이 지나고. ㄴ에게는 힘든 일이 있으면 털어놓을 수 있는 편한 사이가 되었다. 학기가 시작한 3월. 꽃들이 싹을 틔울것만 같은, 내 안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 것 같았던 봄의 시작. 그러나 하얀 눈이 내리던 그 날 밤. 그 눈은 뜨겁게 뛰던 내 가슴을 자신을 녹여 차갑게 식혀주었다. 왜 그랬을까. 그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후회하지 않고 있을 수 있었을까. 스무살을 넘기고나니 조급했던 것일까. 아니면 내년에 군대를 가려고 했던 계획에 조급했던 것일까. 그렇게 따뜻한 바람이 불 것 같았던 3월은 차갑게 식은채로 남았다. 그리고 한달이 지난 4월.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어야 할 봄의 둘째 달. 4월에도 눈이 내렸다. 뜨겁게 뛰던 가슴이 다시 뛸세라, 내 마음속에는 눈이 내려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해 더욱 단단한 벽을 만들고 있었다. 다시금 친해진 나비를 잃고싶지 않아서. 다시 뛰려는 가슴을 제지하듯. 다시 뛰려는 가슴을 숨기듯. 다시 뛰려는 가슴을 억누르듯. 어제는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오늘은 차가운 바람이 분다. 비가 오려는 듯 먹구름이 몰아쳤지만 결국 비는 오지 않는다. 엠티가 끝나고, 미친놈에게 걸려 폭탄주를 미친 듯이 마신 후유증으로 머리가 아파 정신이 없다. 공부를 할 정신이 아니다. 그렇다고 누워만 있기에는 너무 갑갑했다. ‘위잉-’ 방학동안 열심히 일해서 산 노트북이 오늘도 ‘어차피 켜도 할거 없잖아’ 라고 시위하듯 윙윙거리며 얼굴을 비춘다. 언제나 그렇듯 네이트온을 켠다. 고향 친구들. 동아리 회원들. 오유에서 알게된 사람들. 그리고 대학 친구들. ㄴ.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차가운 가슴을 위로하기 위해 항상 하듯 쪽지를 보낸다. ‘뭐해!’ ‘배고파!’ ‘나도 배고픈데 돈이 없어.. ㅠ’ ‘내방 와서 밥해주면 밥 먹여줌 ㅋㅋ’ ‘오!.. 지금은 피곤하고 있다가’ 찬바람이 휑- 하고 가슴을 지나친다. 함께 있을 수 있는데 왜 가슴에 찬바람이 스칠까. 함께 있을 수 있는데 왜 나는 이리도 외로울까. 시간에 맞춰 가지 못할까 걱정하며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는다. 몇벌 있지도 않은 옷 중에서 어떤걸 입어야 깔끔해보일까. 어떤걸 입어야 후줄근해보이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그리고는 돈이 없다는 핑계로. 내가 식모살이까지 해야하냐는 툴툴거림을 앞세워 ㄴ의 집으로 향한다. 없는 형편에 어머니가 장만해주신 I-Phone. 처음에는 돈도 없는데 이런게 무슨 필요냐고. 지금은 어디에서도 ㄴ이 컴퓨터만 켜고 있다면 연락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와 동시에 안부전화도 제대로 드리지 않는 죄송함이 꾸역꾸역 가슴으로 밀려들어온다. ㄴ의 집을 향해 가는 길. 어머니의 번호를 누른다. 통화버튼을 누를까. 말까. 밥은 잘 먹고 다니냐. 친구들은 잘 사귀고 있냐. 외롭지 않느냐. 누가 말했던가. 선의의 거짓말. 어머니가 걱정하실까. 혹여나 아들 용돈 모자른다며 빌려 보내주실까 통화버튼에서 살며시 손을 떼었다. 전화 한통에도 망설이는 죄송함은 가슴 깊숙이, 뜨겁게 뛰고싶어하는 심장 안쪽으로 구겨 넣는다. ㄴ의 집 앞. 무거운 마음을 뒤로하고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문을 두들긴다. “누구세요!” “나야 굉이!” “들어와!” ‘찰칵-’ 문이 열림과 동시에 외투를 옷걸이에 걸고 침대에 걸터 앉는다. 따뜻한 집안. 하지만 어째서인지 춥다. 밥솥안에는 5일정도 지나보이는 밥이 ‘어서 버리고 새 밥을 지어! 그게 니가 할 일이야!’ 라는 듯 시위하고 있다. 예상은 들어맞았고, 그 밥을 버리고 쌀을 씻고, 밥솥을 새로 채운다. “내가 스물 한 살에 식모살이 해야겠냐” 농담처럼 던진 한마디. 그리고 ㄴ은 컴퓨터로 돌아가 앉는다. ㄴ의 침대 위에 눕는다. 피곤하다고 칭얼대니 ㄴ은 쾌활하게 웃으며 ‘그럼 자!’ 라고 말한다. 따뜻하게, 또 살갑게 대하는 ㄴ의 태도가 왠지 차갑게 느껴진다. 분명 차갑게 대하지 않지만 차갑게 느껴진다. 그에 비해 ㄴ의 침대는 폭신하고, 따뜻하다. 요즘 걱정이 있는 눈치던데. 밥이 되고, 조용히 밥을 먹는다. 잠깐 잠깐 농담도 건네며, 친구와 밥을 먹는다. ㄴ에게 농담삼아 묻는다. “그때 그 후배랑은 친해졌어?” “왜, 관심있어?” “그래 관심있다 ㅋㅋ” 다시 눈이 내린다. “엥? 4월에 왠 눈이 내리지? 역시 강원나라!!” ㄴ이 내 휴대폰을 빼앗아 든다. 설거지를 끝내고, 내 휴대폰을 들고 큭큭대며 이것저것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어! 또 엄마미소!” 표정을 험악하게 바꾸고 휴대폰을 달라고 말한다. 싫다는 ㄴ에게 더욱더 보챈다. 그러다가 정말로 주면, 가야하나. 라는 마음에 가슴이 뜨겁게 뛰며 벽을 녹인다. 그럴수록 밖에서는 더욱 더 세차게 눈이 내린다. 침대에 누워있는 ㄴ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눈치챌까 싶어 고개를 숙인다. 따뜻한 4월. 바깥에는 눈이 내린다. 눈은 내려 창문으로, 가슴으로 스며든다. 마음에도 없는 말로 뜨겁게 뛰려는 가슴을 숨긴다. 하얗게, 마치 붉게 타오르던 것은 온데간데 없듯. 그렇게 하얗게 내리는 눈에 덮여 언제 그 자리에 있었냐는 듯 보이지 않는다. ㄴ에게 휴대폰을 받았다. 갈 곳이 있다고 했다. 성공멘토링. 혹여나 다단계일까, 종교집단일까 내심 걱정이 된다. 그러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다시금 눈을 뿌린다. 이제는 어디에 파묻혀 있는지도 모르게 높이 눈이 쌓여가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다른 색의 물을 들인다. “ㄴ, 나 그 후배 좀 소개시켜줘” 더 이상 그곳을 향해서는 뛰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다른 색의 눈을 뿌린다. 소개시켜줄테니 바래다 달라는 ㄴ에게 일이 있다며 궂이 다른길을 향해 걷는다. 4월의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4월의 어느 날에.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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