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경제활성화 대책으로 중점 추진 중인 크루즈산업육성법안이 도마에 올랐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표발의한 크루즈산업육성법안은 2만t급 이상 크루즈 선박에 외국인 대상 선상 카지노를 허용한다는 게 골자다. 이 법안은 지난 4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나 세월호 참사 여파로 5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이 묶였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에 역행한다"며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이후 법사위에 계류 중이던 크루즈산업법안을 두고 최근 정부와 여당이 다시 통과를 시도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지난 1일 크루즈산업육성법안을 포함한 19개 경제활성화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8일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청와대 요구안보다 더 많은 경제활성화 관련 30개 법안을 우선적으로 통과해달라며 야당을 압박했다. 최 부총리가 요구한 법안도 크루즈산업육성법안을 포함한다.
여전히 선박 안전관리 등 사후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만큼 크루즈산업육성법안을 통과시켜서는 안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양수산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크루즈산업협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해수부 장관 업무를 협회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법안 내용도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5월 보도자료를 내고 크루즈산업육성법안을 강도 높게 비판한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14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 때 문제로 지적된 한국해운조합처럼 크루즈산업협회 역시 새로운 민간 이익단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이 통과되려면 이런 의구심부터 먼저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안에 안전 관련 내용은 없고 경제효과가 의심스러운 카지노 이야기만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이야기인데 카지노 금지국인 중국과 외교적으로 마찰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우석훈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는 "엄청난 참사가 벌어졌다. 굳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다면 선박 안전과 관련해서 최소한의 개선책이나 보완책이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우 대표는 "일본 여객선 선령제한이 20년인데 한국은 30년이다. 선원 노령화 현상도 심각하다. 이런 부분은 아무 정비도 하지 않고 법안만 통과해달라는 건 말이 안된다"고 했다. 그는 최근 펴낸 <내릴 수 없는 배>에서 "쇠퇴하는 연안여객업을 살린다며 안전대책은 소홀히 하고 수요 끌어올리는 데만 급급했던 정부 정책이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의원실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분위기가 안 좋은 건 사실이지만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할 때는 안전 문제 등에 대한 별다른 지적이 없었다.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계속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