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물 두살 여자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를 앓았고, 그 나이 때 먹고 싶은 것 다 참고 매일 약먹고 병원다녔어요. 고기를 정말 좋아했지만 중학교 때 까지 일절 입에 대지 못했고, 그 때까지 도시락가지고 다녔구요. 초등학교때 다른 기억은 나지않는데 다리 뒷쪽에 아토피가 너무 심해서 진물도 나고 엄마가 밤에 제가 자꾸 가려워서 긁는 소리가 들리면 혼자 우셨어요. 저는 그 때 철없이 동생이 간식이라고 나온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보고, 못먹는게 서운해 울었습니다. 중학교 진학하고 어렸을 때 보다는 나아졌지만 그 때도 흉터랑 상처때문에 반팔을 못입고 치마도 못입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겨울에만 입을 수 있던 동복바지를 사시사철 입고다녔고, 체육시간이면 하복체육복을 입기가 싫어서 하복 반바지를 내려서 입거나 선생님의 꾸지람을 들어도 긴 바지체육복을 입곤 했구요. 고등학생이 되니까 조금 더 나아져서 반팔은 입을 수 있게 되었어요. 다리를 제외하곤 흉터도 희미해져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라고 희망도 가졌구요. 여전히 반바지를 못입고, 치마도 까만 스타킹이 아니면 못입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그 때까지는요.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남자들과 같은 수업을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고백도 받고, 기뻤어요. 아 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는구나. 그래도 한편으로는 의심스러웠어요. 이 사람들이 아토피라는 걸 알고도, 이 흉터를 보고도 좋아해줄까. 남자친구도 사귀면서 저도 욕심이 났어요.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싶어서 치마도 입어보려고했지만 거울 앞에 설 때마다 번번히 다리 뒷편에 자리한 흉터를 보고 안되겠구나..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용기를 내서 살색 스타킹을 신고 원피스를 입고 갔는데, 남자친구가 다리를 봤었어요. 살짝 경직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받아들이기가 쉽지않더라구요. 그 애도 그랬겠죠. 받아들이기 힘들었겠지요. 혼자서 자꾸 상처받고 상처받다가 괜찮다는 남자친구를 뿌리치고 헤어졌어요.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고, 처음으로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그 애도 저를 좋아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고백을 받고 사귀기시작했는데 사귀면 사귈수록 더 불안해져요. 싫어하면 어떡하지.. 헤어지자고하면 어쩌나하고.. 징그럽잖아요. 본인이 봐도 이렇게 싫은데, 그 애가 보면 어떨까..하는 마음이 계속 남아있어요. 아직 흉터는 없어지지않았고, 티가 거의 나지않게 되려면 앞으로 1년-2년은 더 있어야한다는데. 항상 제가 모자란 것 같고 아토피라고 말하지않는게 죄같고..그런 마음에 불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