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있고 얼마 후 2000년 초반 때 일이었다.
여자친구(지금의 아내)와 데이트를 하러 종로2가의 밀리니엄 프라자 2층 푸드코트를 자주 가곤 했다.
푸드코트 입구에서 유리 윈도우 전시된 모형음식을 보고 입맛에 당기는 음식을 선택 후 카운터에 결재를 하면 각 음식점 전광판에 영수증에 찍인 음식 번호가 "딩동" 하는 소리와 함께 뜬다.
영수증을 보여주고 음식을 찾아와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때였다.
옆의 식기 반납대...
그 앞을 서성이는 중년의 말끔한 남성.
신문지를 든 한손 밑에 나머지 한손을 숨기고 주변을 서성이더니 식기 반납대에 남아 있는 튀김을 주섬 주섬 담는다.
신문지에 숨긴 손은 그대로 가방으로 들어가고 남자는 아무일 없다는듯 옆 자리에 앉아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 장면은 나에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너무 충격적인 쇼킹한 장면이었다.
차라리 옷차림이 노숙자였으면 그려러니 하고 넘어갔으리라...
혼자 알고 있기에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여자친구에게 조용히 그 광경을 설명했다.
"저기 저 남자가 저기서 서성이더니 튀김 남은거 몇개 주워서 가방에 넣었어."
여자친구는 믿기지 않는다는듯
"설마"
하고 핀잔을 주었고 나는 결코 잘못 본것이 아니라고 분명하다고 먹는 내내 남자를 주시했다.
그 남자는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았고 나는 식기 반납대를 보았다.
혹시 반납되는 식기에서 남은 깨끗한 음식을 더 가져가려 기다리는 것일까?
그 남자가 자꾸 눈에 밟혀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이것을 조금 남겨주고 싶었다.
여자친구도
"아까 그 얘기해서 음식을 먹을 수가 없잖아."
하면서 음식을 더 먹지를 않았다.
우리는 음식을 가급적 깨끗히 그대로 식판 반납대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자리를 일어나 조용히 나갔다.
혹시나 하고 뒤를 돌아보았으나 그 남자는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계속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후 몇일이 지났을까...
그 아저씨가 아닌 다른 할아버지가 식기 반납대에 남겨진 음식을 가져다가 먹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그전에 아저씨가 음식을 가져가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그때처럼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점심 시간에 운동을 하고 오는데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고물상 옆 구석에 쭈구리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뭔가 열심히 주우시는 듯해서 무엇을 주우시나 다가가 보고 또 한번 그 십 몇년전의 충격에 빠져들었다.
그 할아버지는 폐지를 줍는것이 아닌 고물상 주인이 시켜먹고 내어 놓은 쟁반위의 시금치를 한젓가락 크게 뜨고 있는것이었다.
매우 불편한 자세로 쪼그리고 앉아 허기진 배를 채우고 계신 할아버지를 보니 마음이 너무 아련했다.
못본채 하는것이 도와주는것 같아 재빨리 가던 길을 가면서 생각에 잠겼다.
요즘 밥값이 얼마더라...
보통 6,000원 이상이지...
순대국은 1년전 구제역 파동 이후 7,000원이 되었지.
당시 돼지고기 물량이 딸려 7,000원으로 올랐지만 다시 물량이 안정화 되어 있는 요즘에도 떨어질 줄 모르고 계속 7,000원을 하고 있다.
원래 한번 올린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 법.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폐지를 주워 벌 수 있는 돈이 얼마일까...
스마트 폰 검색을 하니 1kg에 120원이구나...
6,000원짜리 밥을 먹기 위해서는 50kg의 폐지를 주워야 하는구나.
하루종일 주워도 50kg의 폐지를 줍기란 쉽지가 않을 듯 한데 그렇게 주운 폐지를 한순간의 밥값으로 쓰기에 너무 아까우셨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