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데도 도착하고 싶지 않은 날
길에서 방황할 때
처지 비슷한 바람과 마주쳤다
동병상련 심경 털어놓듯이
바람에 눈 감자, 흩날려 온 상상의 입자가
깨달은 출가사문 모습으로 도포되었다
그 바람에 내 이름 표백해
본디 이름이란 없는 만물의 한 생명으로서
길을 돌이켜보니
나는 나보다 이름을 귀하게 여겨왔노라며
탄식이 터졌으나, 한결 숨통도 텄다
이름값에 목매다느라 옥죄여진 숨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