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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펌] 롯데와 넥센의 거꾸로된 트레이드
게시물ID : sports_340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견우노옹
추천 : 3
조회수 : 1634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0/12/21 17:39:48
넥센팬들에겐 아쉽고, 롯데팬인 저로서도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이번 트레이드에 대한 칼럼입니다.
넥센의 만행이라고만 보여지는 이번 트레이드를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보는게 새로워서 퍼옵니다.

기사가 길어서 요약을 하자면

"고원준이 이번 시즌 강한 임팩트를 남겼지만, 냉정히 전 시즌과 스탯을 돌아보면 '유망주'일 뿐이다.
신인시절 싹수를 보이는 투수중엔 대성하는 스타도 있지만 그 자리에 머무는 투수도 그만큼 많다.
넥센은 유망주를 보내는 대신 탑클래스는 아니더라도 1군 즉시전력급의 두 선수를 얻었다.
하지만 당장 우승을 노리고, 불펜에 약점이 있는 롯데가 즉시전력 불펜을 버리고 선발 유망주를 얻은것,
당장 우승보다는 팀 리빌딩 중에있는 넥센이 유망주를 버리고 즉시전력감을 얻어온것은
조금 아이러니한 트레이드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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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 롯데와 넥센의 거꾸로 된 트레이드

 어제 넥센 유망주 고원준이 롯데로 가고 롯데 투수 이정훈과 외야구 박정준이 넥센으로 가는 트레이드가 체결됐다. 

 프로야구 롯데와 넥센이 20일 2-1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롯데는 유망주 고원준을 얻었고, 넥센은 베테랑 중간계투 이정훈과 외야수 박정준을 얻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두 팀 사이에 어떠한 추가 현금 거래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KBO는 트레이드를 승인했다. 넥센이 2010시즌을 앞둔 겨울 이후 성사시킨 6번째 트레이드였다. 넥센은 “또 선수를 팔았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고원준을 영입한 롯데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프로야구 리그의 발전은 ‘균형'이 핵심이다. 

 일반적인 평가로는 이번 트레이드에서도 ‘롯데가 현금을 주지 않았을리 없다'는 게 지배적이다. 지난 시즌 도중 황재균과 김민성이 트레이드 됐을 때도 ‘현금'이 오고갔을 것이라는 게 ‘통설'이었다. 그 금액의 규모는 ‘1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두 구단 모두 이에 대해 부인했다. 

 현금이 오고갔을 것이라는 추측에는 이번 트레이드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있다. 고원준은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기대주. 반면 이정훈과 박정준은 앞으로의 전망이 밝지 않은 선수라는 평가다. 정말 그럴까. 

 고원준은 지난 5월19일 SK전에서 7회까지 노히트노런을 이어가며 인상깊은 피칭을 했다. 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빠른 직구와 느린 커브를 섞어 던질 수 있는 고졸 2년차 투수는 많지 않다. 특히 느린 커브를 던질 수 있는 배짱과 대담함은 훈련으로 쉽게 생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SK 고위 관계자는 그 경기가 끝난 직후 고원준의 고교시절 SK가 작성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재검토하게 했다. 

 고원준이 시즌 중 구단 관계자들에게 준 임팩트는 컸다. 특히 단장 이상의 고위 관계자라면 당연히 탐을 낼만한 선수였다. 앞서 말했듯 빠른 공과 배짱은 훈련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고원준의 시즌 스탯은 고원준이 아직 ‘유망주'임을 보여준다. 

▲ 고원준의 올시즌 기록 
 
 고원준의 ‘승'은 이미지와 달리 5에 멈췄다. 시즌 중반 이후 급격한 체력적 문제를 드러냈다. 풀시즌을 처음 뛰는 어린 선수들이 겪는 성장통이다. 롯데의 김수완도 비슷한 문제를 보이기도 했다. 구단 고위층을 유혹했던 빠른 공과 느린 커브는 생각보다 삼진을 잡는데는 위력적이지 않았다. 시원시원한 직구를 가졌지만 그 공이 삼진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제구력도 아직까지는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 ‘좋았던' 지난 시즌 중반 고원준의 직구 로케이션은 왼손 타자의 몸쪽에 깊숙히 꽂히며 감탄사를 터뜨리게 했지만 중반 이후에는 그렇지 못했다. 고원준의 4구는 리그 투수 중 8번째로 많았고, 사구(12개)는 리그 투수 중 5번째로 많은 숫자다. 

 고원준은 유망주다. 고원준과 비슷한 고졸 2년 스탯을 기록한 투수는 둘로 갈린다. 전자가 된다면 롯데로서는 대박, 후자가 된다면 기다림의 시간이 더욱 길어진다. (전자가 되기 위해서는 구종의 추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밍 싸움을 벌이기 보다는 직구와 더 비슷한 변화구 구종이 고원준에게는 낫다) 

▲ 전자의 기록 
 
▲ 후자의 기록 
 
(전자와 후자의 예로 든 기록의 주인공을 맞춰보세요.) 

 넥센이 얻은 선수 2명은 ‘즉시 전력'감의 베테랑이다. 이정훈은 포크볼을 주무기로 2009시즌 롯데의 시즌 후반 마무리 역할을 맡았던 투수다. 박정준은 외야 유망주 출신. 수비와 주루가 모두 1군 경기에 투입될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정훈은 2009시즌 뒤늦은 전성기를 보냈다. 1승3패8세이브. 앳킨스가 시즌 후반 부진함에 따라 제리 로이스터 감독 체제에서 사실상 마무리 역할을 맡았다. 포크볼의 구위가 위력적이었다. 무엇보다 몸이 빨리 풀리는 스타일이었다. 1997년 데뷔해 벌써 14시즌을 뛴 ‘경험'도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셋업맨, 마무리로서‘즉시 전력감'이다. 

 롯데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 된 '비운의 주인공' 이정훈은 야구팬들이 생각한만큼 나쁜 투수는 절대로 아니다. 변수는 무릎수술을 했다는 점. 2010시즌 후반 아픈 무릎을 참고 뛴 터라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가 없었다. 2011 시즌 투입에는 큰 문제가 없다. 

 박정준은 롯데 외야 경쟁에서 밀린 왼손 외야수. 2003년 롯데의 1차지명 선수다. 8시즌을 버텼다는 것만으로도 주전 경쟁 가능성이 엿보인다. 롯데보다 덜 치열한, 왼손이 부족한 넥센의 외야 라인업을 생각한다면 박정준에게는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넥센과 롯데의 트레이드는 - 비록 현금이 오고가지 않았다는 두 구단의 주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 잘못됐다. 롯데와 넥센의 트레이드는 ‘거꾸로'가 되는 게 맞다. 

 롯데 장병수 신임 사장과 양승호 신임 감독은 나란히 2011시즌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다. 3년 연속 롯데를 4강으로 이끈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도 ‘더 나은 성적’, ‘우승'이라는 목표 때문이었다. 2011시즌은 이대호의 FA 마지막 해 이기도 하다. 우승을 위해 가장 좋은 기회라는 뜻이다. 

 우승을 원하는 팀은 ‘유망주'를 데려올 게 아니라 검증된 즉시 전력감을 데려오는 게 맞다. 수많은 메이저리그의 트레이드가 이를 증명한다. 유망주를 내주고 베테랑 또는 검증된 즉시 전력 선수를 데려오는 게 일반적이다. 또 하나, 우승을 노리는 팀의 트레이드는 자신의 약점 포지션을 메우는 게 최우선이 돼야 한다. 롯데의 약점은 선발이 아니라 ‘마무리'다. 롯데의 한 선발투수는 “또 선발을 데려왔다. 선발 경쟁만 더 치열하게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마무리가 부족한 롯데는 마무리 투수 경험이 있는 선수를 내보내고 풀타임 첫 시즌을 보낸 고졸 2년차 유망주급 - 물론, 발전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 선발 투수를 데려왔다. 뭔가 아귀가 잘 맞지 않는다.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반면, 넥센은 (현금이 오고가지 않았다는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실리를 챙겼다. 손승락의 선발 전환을 고려했을 때 넥센 또한 마무리가 불안하다. 황두성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예전 만큼의 마무리 능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송신영은 마무리보다 셋업맨에 적당하다. 이정훈의 영입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정훈의 나이는 한국나이로 내년에 서른다섯이지만 즉시전력감인데다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한게 몇년 되지 않았다. 아직 어깨가 싱싱하다. 포크볼이 주무기라는 점은 이정훈에 앞서 던질 송신영의 주무기가 슬라이더라는 점에서 좋은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또다른 '비운의 주인공' 김시진 넥센 감독은 이 트레이드가 발표된 뒤 손승락의 선발 전환을 위해 이정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시진 감독은 2011시즌 계약 3년째를 맞는다. 제 아무리 구단의 지원이 부족한 넥센이라 하더라도 김 감독이 스스로 ‘자존심'마저 무너뜨릴 수는 없다. 김 감독은 2011시즌 ‘카드'를 준비했다. 이정훈의 영입은 넥센 마운드 운영에 중요한 ‘열쇠'다. 김 감독은 이정훈의 영입에 대해 상당히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넥센의 여전한 약점은 포수에 있다. 내년 시즌 넥센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이는 브랜든 나이트와 이정훈 모두 원바운드 공을 잘 던지는 투수들이고, 이들의 공이 더 나은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넥센은 이번 트레이드를 논의하는데 있어서 롯데 포수 장성우의 트레이드 포함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롯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넥센 관계자는 “다른 팀들과도 포수 관련 트레이드를 타진해 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리그 전체적으로 포수가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롯데의 이번 트레이드가 더욱 아쉬운 이유는 트레이드 된 선수의 ‘신분'에 있다. 이정훈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연봉조정신청에 들어가면서 ‘찍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트레이드 대상에 올랐다. 넥센 관계자는 “솔직히 이정훈을 트레이드 영입 대상에 올린 것은 구단과의 불편한 관계가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정준은 앞서 말한대로 ‘1차지명' 선수다. 이번 트레이드가 선수단에 미칠 영향은 자명하다. ‘찍히면 안된다', ‘1차지명도 버릴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작아 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다. 롯데 야구의 특성은 ‘무한한 자율성'에 있었다. 자율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과 적극적인 플레이가 롯데 야구의 힘이었다. 구단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하기 시작하면 선수들의 플레이는 아주 작은 부분부터 수동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수동적인 롯데 야구는 쳐다 보기도 싫다. 롯데의 2011시즌 첫 단추가 약간 잘못 끼워진 듯 하다. 이를 제대로 고쳐 끼우는 것은 감독을 비롯한 현장의 몫이 아니라 프런트의 몫이다. 강한 프런트는 이 부분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 눈치빠른 독자라면 금방 알아챘겠지만 전자는 KIA 양현종, 후자는 한화 유원상이다. 
 
기사 중에 안뜬 고원준과 두 투수(양현종, 유원상)의 스탯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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