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 대해 김건모나 이소라가 잘못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저는 욕을 먹어야 할 대상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요즘 대세인 ‘리얼’ 버라이어티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수많은 리얼 버라이어티는 대부분 ‘대본’이 존재합니다. 물론 해당 제작자들은 ‘참고용’ 대본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는 하지만, 메인 스토리는 대본대로 진행된다는 뜻입니다. 결과적으로 연출자의 의도를 벗어나는 방송은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으로 진행되는 한 우리는 진짜리얼을 방송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편집’이 가능한 그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리얼은 없다는 거죠(심지어 뉴스에서도….)
그럼 ‘나는 가수다’가 대본을 통해 1차 가공이 되고, 편집을 거쳐 2차 가공이 되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논쟁이 된다면 그건 누구의 잘못일까요? 아니면 어떤 의도일까요?
이소라씨는 가수이지만 다년간 성공적으로 방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프로 MC’입니다. 실제 성격은 모르지만, 적어도 카메라가 돌 때는 또라이가 아닌 한 깽판을 치지 않는다는거죠. 또 가수 김건모씨는 출연진들 중 가장 연장자이며,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가수로써 모욕일수도 있는 위치에 있으며, 심지어 꼴등을 해도 누구하나 비판 할 사람이 없습니다. 립스틱퍼포먼스 때문에 탈락이라고 스스로 말 안 했으면 시청자들이 먼저 그렇게 말해 주었을 가수죠…
그런 사람들이 왜 방송에서 욕을 먹을 짓을 스스로 했을까요? 저는 대본에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들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이들은 대본에 따라 그 역할을 연기한 것 뿐 입니다. 이미지 타격이 있을 수도 있으나, 두 사람은 그런 걸 걱정할 방송경력이 아니죠…..
그럼 PD는 왜 이 두 사람이 욕먹을 장면을 연출하고 편집에서 걸러내지 않았을까요? 그게 PD가 의도한 바이기 때문입니다.
방청객 평가단은 투표를 하지만, 그 결과는 알지 못하며, 오직 연출진만 결과에 접근이 가능합니다. 이는 가공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이 됩니다.
정리하면 PD는 이 프로그램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 조작, 편집을 이용해서 통제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럼 PD가 상황을 왜곡해가며 원했던 결과는 무엇일까요?
김영희PD는 이미 십수년전 오락프로그램에 ‘리얼’과 ‘감동’의 개념을 도입했던 사람입니다. (양심냉장고, 이경규가 간다, 칭찬합시다 등….) 그는 예전처럼 ‘아름다운 미담’을 만들고 싶었을 겁니다. 후배는 선배를 위하고 선배는 후배들의 마음에 감격하여 자존심을 꺾고, 시청자는 감동하고…..
90년대라면 충분히 먹혔을 ‘퍼포먼스’지요....그렇지만 지금은 ‘전관예우’가 미덕이 아닙니다. 판정단은 자신의 의견을 투표로 행사했고, 시청자는 룰’이 지켜지는 프로그램을 원합니다. '법과 원칙’내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얻어지는 감동'을 보기 원합니다. 법과 원칙보다 우선하는 지들끼리의 결속은 이미 정치권에서 신물 나게 봤거든요…..
최근 ‘아버지’과 ‘단비’에서 보았듯이 요란하게 컴백한 스타 PD는 옛향수에 젖어 시청자의 정확한 니즈를 캐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다시 한번 야심차게 준비한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김영희PD가 아직도 '그 때가 좋았지'라는 마인드를 못버린다면 금세 종여될 듯 합니다.
세줄요약 아무리 리얼 버라이어티도 대본은 있다. 대본대로 움직인 ‘연기자’들은 잘못이 없다고는 못하지만 많지 않다….(이소라, 김건모 개객끼...) 주범은 PD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