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 전공이 이쪽이긴 하지만 아직 학생이고 이제 겨우 병아리 티를 갓 벗은 입장이라 누군가에게 구구절절 조언을 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여기 오유에서 여러가지로 도움 받은 것도 있고 또 제 주위에 뒤늦게 후회하거나 방황하는 친구들이 안타까워서
주제넘지만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몇 마디 하고 싶습니다.
저보다 더 잘 알고 이미 실무에서 뛰고 계신 분들이 보기엔 우습겠지만 양해 부탁드리고, 제가 잘못 설명한게 있다면 바로 잡아주세요ㅜㅜ
1. 성적관리
지금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싶은 친구들은 지금 대부분 미술학원을 다니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성적을 관리한다면 미술 학원을 다녀야 하니까 주말반이나 단과학원, 혹은 과외를 이용하고 있을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최대한 학교 수업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저도 그 시절을 겪어봐서 알지만, 특히 고3들은 밤 늦게까지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집에와서 씻고 컴퓨터 좀 하다보면 새벽에 잠들죠.
그러다보니 다음날 학교에서 졸기 일쑤입니다. 학교에서 푹 자고 미술학원에서 열심히 그립니다. 대부분 그렇죠?
중요한 것은 예대 계열이 아무리 실기 비중이 높아도 수능 성적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겁니다.
흔히 성적이 학교를 정하고 실기가 당락을 정한다고 하죠.
아시다시피 만화를 해서 갈 수 있는 대학이 우리 나라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개중에 실기 100%로 갈 수 있는 학교는 극히 드뭅니다.
공부를 좀 하는 친구들은 2~3등급 까지는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안전빵으로 서울권 학교, 인기있는 학교에 도전해 볼 수 있어요.
공부가 힘든 친구들도 7, 8 이렇게 나오면 가망이 없습니다...
충남 이하로 내려가거나 실적도 없는 전문 대학을 가고 싶지 않다면 공부 좀 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느냐.
학교에선 자고, 미술학원에서 그림 그리고,
미술학원이 끝나고 그 늦은 시간에 학원을 가거나 과외를 받거나 하고, 다음날 학교에선 또 자는 분 분명히 있죠?
정말 몸, 성적 다 망가뜨리는 지름길입니다.
고등학교 수업은 어느정도 수능과 직결된 부분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진도를 1학년, 2학년 여름방학 전 쯤에 마치고 그 이후론 본격적으로 수능에 대비하죠.
학교 수업, 내신 시험이 곧 수능 문제 입니다.
내신과 수능은 별개라구요? 적어도 제가 느끼기엔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2학년 쯤 부터는 내신 시험이나 수능 모의고사나 문제가 거의 비슷하지 않던가요? 선생님들이 모의고사 문제를 변형해서 내기도 하구요.
그리고 중학교 공부도, 공부 좀 하는 친구들은 알겠지만 중학생때 배웠던 그 내용들을 좀 더 세부적이고 심층적으로 배우는 것이
고등학교 수업입니다. 그러니 중학교 공부는 다 소용없다며 띵까띵까 놀고 다니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학교 공부만으론 좀 힘들겁니다. 성적 유지가 힘들다면 단과 학원 주말반, 혹은 인터넷 강의 등을 잘 이용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부족한 과목만 사교육으로 채우시고, 나머지는 학교 수업으로 커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잠은 밤에 집에서 자구요.
미술학원비도 가뜩이나 비싼데, 부모님 부담 좀 덜어 드립시다.
학교 공부 열심히 하고 내신 시험도 최선을 다해서 보다보면 혹시 누가 아나요. 내신이 좋아 수시로 지원 할 수 있을지.
2. 내가 진짜 하고 싶은게 뭔지 신중하게 생각하자.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대부분 학생들이 미술학원에서 선생님이 추천해주는대로, 성적과 실기에 맞춰서 가장 좋은 학교에 원서를 쓸겁니다.
그러다 보면 (실기를 포함해서)상위권인 학생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 수도권에 있는 대학, 충남권에서도 이름 많이 들어본 유명한 대학을 지원합니다.
근데 막상 1지망 학교에 입학해서는, 1학기가 지나고 나면 내가 원하던건 이게 아닌데라며 당황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왜일까요?
그 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정확히 알고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학교 학생이 아닌 이상 대학의 커리큘럼을 자세히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과의 이름을 자세히 보기 바랍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후에 이론적으로 배우면 그 경계선이 모호합니다만, 학과를 나누는데 있어서는 엄연히 다른 분야입니다.
학과 이름이라는게 그 과의 특성을 담기 때문에 이름만 잘 분석해도 뭘 배우는 과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 학교를 다니는 학원 선배나 멘토를 만들어 물어보는게 가장 정확하겠지요. :)
그래도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만화는 아무래도 흔히 말하는 지면 만화를 위주로 배우게 됩니다. 요즘에는 그 연장 선상인 웹툰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포함하는 듯 합니다.
아무튼 개개인의 그림 실력이 좀 더 중요하고,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전달하는 방식(컷의 레이아웃이나 극화 등) 등을 배웁니다.
그에 반해 애니메이션은 2D, 3D를 비롯한 움직이는 만화 영화를 제작하는 분야입니다.
작화(만화책의 그림체를 말하는 그 작화가 아닙니다.)를 배우고, 3D, 포토샵 등등 컴퓨터 그래픽을 위주로 배웁니다.
물론 극명하게 이것만 배운다라고는 할 수 없죠. 강의는 양 파트가 적절하게 섞여있고 이 밖의 다른 과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주 교수진의 강의 내용, 즉 더 전문적이고 잘 배울수 있는 강의가 따로 있다는 겁니다.
내 꿈이 만화가인데 애니메이션과를 간다거나, 디즈니나 지브리 같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데에 관심이 있는데 만화 창작과를 간다거나 하면
참 당황스러울 겁니다. 진정으로 배우고 싶은, 그리고 꼭 필요한 강의가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가지, 제발 애니과 와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었다고 징징대지 마세요.
일러스트레이션은 만화,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한 장으로 표현하는 '삽화' 입니다.
만화와는 어느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애니과를 가면 정말 곤란합니다.
애니메이션과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는 분야이기 때문에,
매일 컴퓨터나 만지고 1mm씩만 다른 거의 똑같은 그림을 몇십장씩 그리는 일에 지쳐서 나가 떨어지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은 친구들은 차라리 본인의 성향을 잘 생각해보고 게임 일러스트과나 아예 서양학과 쪽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점점 바뀌는 추세이긴하지만 아직도 동화책 등의 삽화는 서양학과 출신들이 다 먹습니다.)
학원에서 대충 성적 맞춰서 가라고 하는 학교 말고,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게 뭔지 잘 생각해서 그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에 진학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 진학 후
원하는 학교에 입학한 학생, 자기가 생각했던 것 보다 조금 떨어지는 학교에 입학한 학생, 아예 생각지도 못한 학교에 간신히 입학한 학생.
앞으로의 인생이 완전히 다를 것 같지만 사실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자기 하기 나름인거죠.
물론 학교 강의 내용이나 교수가 좀 부실하다거나, 취직 할 때 학교 이름이 좀 거슬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체능 계열은 출신 성분 보다는 그 개인의 실력을 좀 더 중시합니다.
일류 학교를 나왔는데 실력이 개차반이다? 안 뽑습니다. 실력이 뛰어나고 성실한데 고졸이다? 크게 신경 안씁니다.
일반 회사 처럼 직급이 나뉘지 않기 때문에 학력 때문에 어디 이상 못올라 간다, 그런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실무에 계신 선배님들, 교수님들 조차 실력 좋으면 장땡이라고 하시니까요.
그런데 가끔보면 좋은 학교에 간 학생, 그렇지 못한 학생 구분 없이 학교 생활을 아주 프리하게 보내는 친구들이 많더군요.
예대는 가뜩이나 등록금도 비싼데 제발 그렇게 허송세월 보내지 맙시다.
청춘을 즐기는 것? 좋습니다. 근데 그건 즐기는게 아니라 낭비하는 겁니다.
과제하는게 그렇게 시간이 아깝습니까? 열심히 공부하는게 답답하고 찌질해보이세요?
물론 예대가 과제량도 어마어마하고, 강의도 빡셉니다.
근데 그 과제 하나하나가 실무를 배우는 과정이고, 가뜩이나 인맥 중요한 이 바닥에서 교수님들 눈 밖에 나는거 정말 멍청한 짓입니다.
놀 땐 놀더라도, 최소한의 할 일은 하고 놉시다.
그리고 학교에 왔는데 이게 내가 원하던건지 잘 모르겠다 하시는 학생들.
편입을 고려해보는걸 추천합니다. 그것도 빠른 시일내에.
위에서 말했듯이 내가 되고 싶은것에 필요한 수업을 들어야지요.
대부분 친구들이 불평만 하다가 뒤늦게서야 편입을 생각하거나 졸업한 뒤에 다시 학교를 다닐 생각까지 합니다.
저는 그 2~3년도 시간낭비라고 봅니다.
예술쪽은 유행이든 뭐든 빠르게 돌아가는 바닥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어린 나이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3학년때부터 취업을 하고, 자기가 졸업 후에 눌러 앉을 자리를 찾아 놓고 하는 발 빠른 친구들도 있습니다.
유야무야 하다가는 제 밥그릇도 못지킵니다.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어졌습니다만, 그 나이의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틀린 부분이 있다면, 혹은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은 꼭 지적해주세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