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렇게 호응해주실줄 몰랐음... 그간 뭐 빵터지는일이 없었는데 오랫만에 좀 연속으로 터짐. 달리겠음. 1,2편 베오베 감사합니다!
1. 예의바른 그사람
우리피씨방은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으로 나뉘어져있음. 어느피씨방이든 다 그렇지만, 흡연구역에서 금연구역으로 가려면 좁은문을 통과해야하는데 그 좁은통로에 문이 안달려있는거빼고는 확실히 구별되어있다고 보면 됨. (실제로 어떤손님이 여기 서서 전화받으면서 지갑뒤졌는데 뒤에 손님 네명이 서있었음. 유비가 도망가는 와중에 다리를 막고 선 장비의 그것과 같았음) 아무튼 그래서 담배냄새는 거의 안남. 금연구역은 청정구역임. 문제는 이 금연구역에서 딱 하나 흡연이 허용되는 구역이 있음. 가로세로 2평 정도 되는 카운터인데, 대체적으로 여기서는 밀폐되어있는 좁은공간이 하나 있어서 사장이 일하는도중에는 되도록 거기서 담배피라고 함. (여기 허브도 있고 뭐 두꺼비집도 있고 하여튼 막 그럼...) 그날도 그랬음. 공부하다가 잠깐 시간나서 오유질 하는데 담배가 피고싶었음. 그래서 그 좁은공간에 들어가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갑자기 띵동하는 소리가 나서 번호판을 보니 금연석쪽 호출임. 거기로 갔더니 갑자기 리니지 하던 아저씨 벌떡 일어나서 나에게 이야기함
'죄송한데요 여기 금연석 아닌가요?'
'네 금연석입니다.'
'그러면 되도록 금연석에서는 담배 안피워주셨으면 좋겠네요'
솔직히 맞는말임. 미안했음. 그래서 네 죄송합니다 했음. 근데 시발...
'담배피는 모습도 불쾌하거든요. 제가 삼십년 넘도록 담배를 입에 대지도 않은 사람인데 담배피우시는 분들 보면 정말 담배피우지 말라고 강력하게 권고해드리는 입장이라서요.'
(이 긴 말들을 왜 다 외우고 있냐면, 이게 어제 일어난 일이라서 그럼. 워낙 임팩트가 강하기도 했음)
...맞는말이긴 한데 이사람 말이 왜이렇게 길지 싶어서 슬슬 표정관리 못하기 시작함. 잠시뒤에 컴퓨터하고있는 나에게 옴.
'실례합니다.'
'네 어떤거 찾으세요?'
'다섯시간에 얼마인가요?'
'다섯시간에 사천원이구요. 여덟시간에 팔천원입니다.'
'아. 제가 지금 두시간이 있는데 몇시간을 넣을지 고민되서요. 아무래도 그냥 다섯시간이 좋겠죠?'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이양반아
'네 뭐... 그러세요.'
그사람은 그렇게 거기서 총 일곱시간을 자리에서 뻐긴뒤 일어섬. 조용히 그자리로 가서 치우면서 혼잣말했음.
'주둥아리가 길면 개새.........'
2. 사대천왕
우리피씨방에는 유난히 진상들이 많다고 1탄에 소개해준걸로 기억함. 그래도 그중에서 사대천왕이 있음. 절에 가보면 사대천왕 그림이나 상 세워져있는거 암? 그거 어릴때 보고 무서워서 엄청울었는데, 진짜 이젠 내가울고싶음. 다음의 4대천왕은 각각 종특이 있음.
- 중국아줌마 : 막장드라마를 보며 나쁜 여주인공을 큰소리로 욕함. 짜장면과 짬뽕을 같이 시켜서 먹고 밥한공기를 더먹음. 델몬트 팩오렌지 음료수 삼천원어치 총 5개를 쌓아놓고 마시면서 드라마를 봄 그녀가 지나간 자리는 마치 메뚜기떼가 지나간 그곳과 같이 키보드는 음식물 투성이가 되어있고 주변은 정리가 안되는 아이티 대지진 참사현장임
- 빽드롭의자 아저씨 : 이아저씨는 그냥 외모부터가 위험함.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떠나서 (실제로 보면 옷입는거나 머리스타일, 눈매나 얼굴형이 스타크래프트2의 레이너같이 생겼음) 그냥 가까이가면 냄새날것같다. 라는 느낌이 남. 그리고 실제로 가까이 가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냄새가 나는것도 맞음. 의자 뒤로 제끼고 자다가 뒤로 넘어간채로 쿵 소리나서 달려가보니 가만히 눈만뜨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음. 놀란 사장이 119를 부르려고 했지만 그냥 알아서 집으로 감. 사람이 졸리면 흉폭해짐.
- 다방웨이터그새끼 : 나한테 패드립쳤던 그놈임. 얘는 설명하기도 싫음. 우리가 재떨이를 피씨앞에 셋팅해놓는데, 클릭질 조금만 늦어도 아이씨발 아이씨발 하면서 자리옮기고 다니는통에 우리는 그놈이 세시간만 앉아서 놀아도 자리를 여섯개를 치워야함.
- 지금은 안오는 모자아저씨 : 이아저씨, 가만히 보면 그냥 동네 아저씨같이 평범함. 카드를 치다가 카드가 안되면 담배갑을 모니터에 집어던지고 '야임마! 이새끼야! 커피가져와!' 하면서 알바들에게 욕하는걸로 유명함. 같이오는 일행들도 싫어하는데 이아저씨는 그걸 모르는듯. 지금은 안옴. 사장이랑 다이다이떠서 퇴갤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임.
아무튼, 이 사천왕이 모이면 세상이 종말할 것이라는 의견이 알바들사이에 분분한 가운데 어느날 진짜로 일이 터졌음. 진짜로 이 사람들이 한날 한시에 금연석 한자리와 흡연석 3자리를 점거하고 게임을 하는거임. 교대 5분전에 그런일이 생겼으니 나로써는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음. 그 다음 올 교대자에게 갑자기 엄청난 미안함이 몰려옴. 내잘못은 아니지만 걔가 고생할걸 생각하니 내마음이 저려옴.
'형 저왔어요.'
'미안하다.'
'뭐가요?'
'사천왕 다모였다'
걔는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피식 웃음.
'진짜요?'
카운터피씨에 있는 손님자리목록 보여줌. 아... 하는 짧은 외마디 한숨을 뱉더니 주옥같은 대사를 남김.
'오늘 축제네요.'
그를 도와주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굳이 변명하자면 학원시간이 빠듯해서 그냥 나옴. 미안해. 사실 많은 이야기 해주지 못해서...
참고로 그날저녁에 걔한테 문자옴.
- 형 이새끼들 그냥 다 묻어버리면 안돼요?
- 전역한지 얼마 안됐잖아 참아 ㅋㅋ
다음날 출근한 그놈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음. 이야기를 들었는데 주홍글씨 드라마를 보면서 소리를 질러대는 중국아줌마를 진정시키는 와중에 졸리면 흉폭해지는 레이너아저씨가 바나나우유를 먹다가 키보드에 쏟아서 그걸 수습하러가려고 하는데 10분뒤에 돈잃으면 커피가져오라고 지랄하는 아저씨가 마침 돈을 잃어서 오천원짜리 한장을 카운터에 던지고 인터넷이 왜 지랄같냐고 욕하고 나갔다고 함.
(내가 매 회 말하는데 절대 논픽션이다. 원하는사람은 언제든 이야기해라 우리동네 데리고옴.)
그래서 그날 이후로 우리는 그날을 지구가멸망하는날이라고 함. 참고로 그사건의 주인공은 복학때문에 3월달에 관둠.
3. 사장님의 마루타
나는 사장님의 마루타임. 예를들어서, 사장님이 스파르타쿠스나 스타게이트 드라마같은걸 받아놓음. 그리고 퇴근하기전에 나한테 이야기함.
'저거 니 꼭 봐라'
'재미있어요?'
'아니 재미없으면 내가 안보려고 감상 문자로 남겨라'
스파르타쿠스는 재미있게 봄. 기억안나는 sf미드 하나 있었는데 그건 더럽게 재미없었음. 재밌다고 문자남김. 사장님이 좋다고 본다고 함. 다음날 출근했는데 아침에 사장님한테 전화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