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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쫓겨나는 초등학생들이 불쌍합니다. (긴 글 주의, 요약 有)
게시물ID : overwatch_341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oubleKiss
추천 : 8/17
조회수 : 1155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6/09/19 05:58:11
오늘날 게임은 단순 오락이란 개념을 넘어 현대 사회를 대표하는 중요한 문화적 요소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트렌드로서 그 시대를 풍미하는 게임들이 있어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연대순으로 고전 비디오/오락실게임, 고전 PC게임, 바람의 나라, 메이플 스토리,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 서든어택, 리그 오브 레전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오버워치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피시방에서 오버워치를 플레이하는 초등학생들을 신고하는 사례가 급등해 초등학생을 아예 받지 않는 일이 잦아지고, 이에 대해 초등학생들이 카페를 만들어 단체로 항의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으로 돌아가보면 피시방에서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을 받은 디아블로, 서든어택을 플레이 하는 청소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 지금도 서든어택을 하는 청소년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압니다.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 역시 12세 이용가지만, 딱히 초등학생들이 한다고 해서 문제 삼아졌던 적은 상대적으로 드물었고요.

그런데 왜 유독 오버워치에서만 문제가 두드러졌나? 

저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분류합니다.


1. 오버워치는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플레이하는 철저한 팀 단위 게임이다.

2. 초등학생들이 자유로운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


1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면, 

디아블로, 서든어택, 스타크래프트는 특정 상황을 제외하곤 철저히 솔로 플레이 위주의 게임이라 초등학생이 게임을 하든 말든 나만 잘 하면 이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경우 엄밀히 팀단위 게임이긴 하지만. 게임 자체가 탑, 정글, 미드, 바텀으로 세분화 되어있어서 팀랭크, 천상계를 제외하곤 팀단위 호흡보단 개인 기량이 더 중요한, 즉 솔로 캐리가 가능한 게임입니다.

그런데 오버워치는 티어를 불문하고 개인 기량 이전에 챔피언 조합, 팀채팅 유무에서부터 승패가 갈리기 시작하는 극단적인 팀단위 게임입니다.

즉, 롤에서 나 재밌겠다고 조합이고 나발이고 리븐 마이 베인 티모 선픽 하는 것과, 오버워치에서 겐지 트레이서 위도우 한조 선픽 하는 것은 게임에 끼치는 영향 자체가 한 차원 다릅니다. 

그러므로 '내가 추구하는 것'을 일부 포기하면서 까지 '상대를 배려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회성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대다수의 초등학생은 오버워치란 게임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여기 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제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2번입니다.

여기서 다루고 싶은 주제는 '15세 미만의 청소년이 오버워치를 해도 되느냐'가 아닌, '15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피시방에서 무차별 적으로 쫓겨나는 사회적 분위기가 널리 형성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세태인가' 입니다.

이건 집집마다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제가 어릴적을 생각해보면 제 나이에 플레이 할 수 없었던 스타크래프트나 서든어택 등을 부모님의 동의 하에 즐기곤 했습니다.

그런데 제 주위 친구들 중 대다수, 특히 성적이 어느정도 높은 친구들은 집에서 게임하는 것을 절대로 허락받지 못했습니다. (사실 작성자는 게임도 많이 했고 성적도 높았었음. 뿌듯)

전체 이용가인 메이플이고 나발이고 자신의 자녀가 공부의 목적 이외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끔찍이 싫어하고, 게임 자체를 해로운 것으로 받아들였던 부모님들이 상당히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많습니다.

물론 오버워치는 보호자 동의 유무를 떠나 15세 이하는 아예 이용이 불가능 하지만, 자녀의 여가시간을 존중하고 게임을 문화로 받아들이는 진보적인 부모님들의 경우 집에서 플레이 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아예 같이 게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15세 이하가 부모님 아이디로 게임을 하는 것도 명의 도용에 해당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부모님의 개인적인 동의가 있고, 또 가정 차원에서 자녀에 대한 관리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딱히 문제 삼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라 사료됩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의 경우고, 많은 초등학생들에게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꿈같은 얘기입니다.

그런 초등학생들이 어디로 갈까요?

당연히 피씨방입니다.

요즘 초등학생들 학교 학원 끝나면 슬슬 해질 무렵인데 공원에서 얼마 놀 수도 없고 (아파트 내 공원이 아닌 이상 위험한 곳도 많고)부모님의 간섭을 피해서 몰래 올 수 있는 안전한 곳이래봐야 고작 피시방이 전부입니다.

이는 비단 현재만이 아닌 과거에도 쭉 그래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앞서 언급한 1이 겹쳐집니다.

많은 오버워치 유저들의 눈에는 이게 참 꼴보기 싫은 거죠.

협동심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시끄러운 짹짹이 고집불통 급식이들 때문에 게임 진 적이 한두 판이 아니니깐요.

그래서 신고를 하고 내쫓고, 여기서 피해를 보는건 피시방 점주니까 아예 피시방 차원에서 초등학생 접근 금지령까지 내려버리죠.
(단순히 초등학생들의 건전한 정서적 발달을 위한 정의로운 행동이다 라고 주장을 펼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과연 그럴까요?)

그렇게 쫓겨난 초등학생들은 집에 가봐야 여가시간에 할 거라곤 책 읽고 TV보거나, 부모님이 좀 덜 빡빡하면 유투브나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대리만족 하는 게 전부입니다.


북미, 유럽, 호주 등 해외의 경우를 살펴보면 일단 이런 유형의 문제가 일어날 여지 자체가 적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집에서 게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기 때문이죠. 

지 할 거 다 끝냈으면 지나치게 폭력적이지만 않다면 게임 정도야 뭐, 이런 마인드가 절대 대다수입니다. (심지어 레포데 같은거 해도 냅두는 지나친 방관형 케이스도 종종 있음)

적절한 지도 아래 현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적 요소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교육의 일부이자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선 자녀에게 게임을 시키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족들이 자녀들과 함께 자녀들이 원칙적으로 못 보는 예능을 보거나 영화를 보러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거죠.

허나 정작 우리나라에선 게임은 여전히 영화, 드라마, 예능에 비해 인식이 현저히 부정적이고, 자녀에게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는 기성세대가 많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회적 현상이 더욱 두드러 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애초에 우리나라 내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이 지금 처럼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대규모 신고 웨이브가 발생할 정도로 피씨방에 초등학생들이 많지도 않았을 겁니다.

아이들에게 게임은 "결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없는 것"으로 인식이 뿌리박혀 버린 것이 배경이 되어 1에서 언급한 것이 기폭제가 된 것이죠.


//요약//

종합하자면, 초등학생들이 신고를 통해 강제귀가 조치 당하고, No 급식 Zone 피시방들이 늘어나는 현 사태는 단순 초등학생들의 사회적 정서적 비성숙함만을 따지고 들 문제가 아니라, 기성세대에 만연해있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자녀에 대한 존중 부재를 배경으로 두는 아주 중대하고 방대한사회적 문제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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