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자료게시판에 올렸다가 다시 시사게시판에 적었습니다. 보신 분들은 살포시 왼클릭 2회 부탁드립니다.
어떠한 사이트가 특정한 신념과 목표를 뚜렷하게 지향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들의 몰지각한 행동방향을 포장하기 위한 빌려오기식의 '우익'이라는 표현을 보니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왼손잡이보다 오른손잡이가 절대적으로 더 많은 세상에서
왼손의 역할이 부각되고 그 중요함을 인식하게 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좌익과 진보라는 단어가 언제나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역사속에서, 그리고 현재에도
그들은 소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조금씩 덜 발전해도 더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고(단순히 환경적 면에서만이 아니라),
서로의 삶이 덜 고달프도록 대화하자는 것이 그들의 목소리라면 전혀 나쁠 것이 없어보입니다.
건강한 우익을 지향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통과 대화를 위한 귀를 언제나 열어놓는 것은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정당도, 정부도, 시민들에게도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요.
잡혀간 3인이 이적행위를 했는지 아닌지보다 슬픈 것은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일 자체가
더이상 적법하지도 않고, 합리적이거나 온당하지 않게 된 이 따뜻한 봄날 벌어진, 정체모를 회색도시 속
가치에 대한 의식의 실종입니다.
수구x통, x페미, 좌x, x슬 등등의 언어적으로나 상식으로도 부끄러운 단어를 사용하기 이전에
먼저 인간에 대한 이해와 가치에 대해 공감해보고 생각해보았으면 좋을텐데요.
1975년 스페인에서 36년부터 장기독재로 집권하고 있던 프랑코 총통이 사망하고, 그 후 수 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금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군부는 의회를 점령했고, 스페인의 총리와 의원들과
함께 그 자리에 있던 국왕 후안 카를로스는 모든 의원들에게 서로 팔깍지를 끼게 했습니다.
생방송으로 국민들에게 상황이 중계되고 있던 그 날 후안 카를로스는 군부세력을 향해
원한다면 국민을 대표하는 자신을 죽이고 이 자리에 서도록 하라 웅변을 토했습니다.
통치하는 시대가 아니라 대표하는 시대가 왔고, 왕은 그 역할을 수긍하고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국민은 이에 무척 감동하였습니다. 군부세력도 그 순간 쿠데타를 물렸고, 스페인 사회는
프랑코의 자취를 그리워하는 보수파와 민주주의 진보좌파간의 극적인 화해를 달성했습니다.
그렇게 당선된 진보당의 총리가 취임식을 하던 날 마드리드의 많은 유학생들과 교민들이
극도로 불안감에 떨었습니다. 좌파가 정권을 잡았으니 스페인은 공산주의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좌파가 잡으면 어떻고, 우파가 잡으면 어떻습니까.
인간에 대하여, 국민에 대하여 기본적인 신뢰와 이해를 지닌 정당과 영수라면
물론 자신을 지지해 준 세력을 위한 기본적인 공약을 우선할테지만 적어도 자신을 반대했던 이들에 대한
소통 가능성을 절대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마르크스가 자본과 권력에 대해 이야기하기 그 이전에 인간에 대해 먼저 고민하지 않았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