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에서 군대를 가면 전부 철원 강원도 산골로 간다는
전설때문에 추위가 죽기보다 싫은 나는 해군에 지원해서
갑판병으로 화천함이라는 유류수급함에서 제대를 했
맨날 깡깡이질하는 갑판병으로 갔지만 운좋게
겨울엔 덥기까지한 히터가 나오고 여름엔 추워서 깔깔이를 입게 만드는 행정실에서 근무할 수있는
행정병으로 뽑혀 육상으로도 못가고 그냥 배에서 제대를함..(행정병은 키멤버라 육상못감)
뭐 오늘 말하고 싶은거는 엄청 불쌍한 중사형의 스토리를 써보고자해서인데
난 행정병으로써 비표를 쥔 사나이로 비표 대마왕의 모든 권력을 가지고 있었지
영외 하사 아래 모든 영내하사 나보다 끗발좋은 병장도 휴가 외출땐
내가 우리 천수병한테 그동안 잘못한건 없었나 곱씹어보게 하는 그런...
뭐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내가 처음 배에탔을때 이병찌끄레기가 행정병 일 넘겨받을때
외출증 끊어서 선임들 다 외박,외출 보낼때였지 비표라는게 볼펜 동그라미를 한쪽을 뚫어서
어느날은 12시방향 어느날은 뭐 3시방향 이랬던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멋도모르고 12시방향을 6시 방향으로 찍어버림
우리 배 정박해둔곳에서 정문까지 왕복 40분(갓다왔다갔다 총60분)..기차시간 맞춰서 나갔던 병장들은..
쿵쾅쿵쾅 오더니 문을 벌컥 열어 제끼며
이 개새끼소새끼 죽여버릴꺼야..라고 할 줄 알았지만
야 왜그래 내가 뭐 잘못한거있니? 표정은 울그락불그락인데...말은 상냥함..
반응이 이상했음 존나 맞아야되는 상황인데 음료수도 사줌
아..앞으로 내가 이거 계속 찍을건데 밉보이면 실수인척 또 그럴까봐
잘해주는구나라는걸 알아챔.. 머리위에 반짝반짝 거리는게 느껴졌음..
그 외에 당직표도 내가 짰기때문에 맘에 안드는 선임들은 싫어하는 당직만 세웠지..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야간싫어하면 야간 주간 싫어하면 주간..
그리고 당직은 영외 중사도 포함이기때문에 내 권력은 중사들까지 벌벌벌 하게함ㅋ
유쾌상쾌통쾌했던 때가 월드컵할 때였지.. 한국 경기때 제발 당직 안서게 해달라며
음료수며 과자며.. 각종 뇌물들이 행정실에 끊이질 않을때 이러시면 안됩니다
뇌물은 받지않습니다..ㅋㅋ 내 목표는 오직하나
다른부서에 어떤 중사가 우리 동기를 존나 괴롭혀서 눈엣가시였지
그 중사 영외 중산데 한국경기 한번도 못봄(3.4위전은 보게해줬는데..서해교전터짐;ㅠㅠ)
그리고 03년9월에 모든 권력을 후임 뺀질이 한테 다 넘기고 평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있는데
전해군이 매미라는게 온다고 난리부르스를춤 해군은 맨날 뭐 호들갑이야 별거아닌 바람 부는데
홋줄 한개맬꺼 세개네개매고 그랬어도 매번 말짱해서 귀찮았는데 그날도 마산항에 입항하더니
홋줄을 맬수있는데까지 전부 몇겹을 매.. 아 이게 뭐하는거냐고 태풍 까짓거 와봤자 얼마나
쎄다고.. 우리 박중사가 그랬음....월드컵 한번도 못본 그 중사...기관쪽 선임하사였는데...
홋줄 다 매놓고 잠깐 다 나와보라며 이번에 차 새로 샀다며 자랑을 그렇게 하는데
아반떼신형이었던걸로 기억함
와 선임하사님 차 좋네 말입니다
좋제마??ㅋㅋ 새찬께 좋제
아 그 아빠미소 너무 보기 좋았다
그리고 그 차를 배앞에 공영주차장에 대놓고 태풍이라고 비상근무를 배에서 함
별거아니라고 이번태풍 곧 그냥 지나갈거라며 차키를 메만지는 박중사..
드디어 매미가 왔다 찰랑찰랑.. 출렁출렁 우르르쾅쾅..
마산항은 부두에 엄청난 통나무가 야적..쌓여있는데 그담날 그 통나무 싸그리 다 쓸려감
전 해군은 철저한 준비덕에 단 한척의 손실도 없이 흠집하나 안나고 무사했음
배에서만 그랬음
배 밖풍경은.. 뭐랄까.. 싸가지없는 조카새끼가 내방 전부 뒤집어놓은 그런 느낌
근데 박중사가 울고있다..
아 누가 다치셨나..ㅠㅠ 아니란다..
힘없이 목으로 한쪽을 가르킨다..통나무하나가 아반떼 운전석을 뚫고 뒷유리뚫고 나갔..
울면서 아직 보험도 못들었는데 못들었는데라며 통곡을 하신다
아 슬픈데 너무 웃겼다 빨리 자리뜨고는..미안한 마음에 조금만 웃었다
너무 불쌍했다....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후임한테 저 중사 좀 편한 당직좀 세워 당분간...이라는 말 밖에..
그차는 폐차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