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글이 좀 두서없겠지만 양해바랍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봤을 때 처음에 느낀 감정은 분노였지요.
인터넷에 온갖 해괴한 소리를 하고, 고인에게 하지 못할 소리를 하고, 고인을 조롱 대상으로 삼으며 협잡질을 하던 모습이 너무나 증오스러웠습니다.
눈 앞의 현상에만 보는 거죠.
지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듭니다.
분노요? 느낄 것도 없습니다. 아무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죠.
여러분들에게 드릴 것이 분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기까진 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먼저 함께 웃지 못하고 함께 슬퍼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이고 존중받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사회는 각박하죠.
벼랑으로 밀려난 여러분들을 바라보는 대신 우리는 성공과 경쟁만을 바라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잘못이 아닌데도 여러분은 벼랑으로 밀려났죠.
세상이 원망스러울 겁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에 여러분들의 자리가 없다고 느꼈을 겁니다.
여러분들은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우리 대신 밀려났고, 괴물이 되었죠. 여러분들은 괴물입니다. 우리의 일그러짐을 물려받은 괴물요.
아직 한참 젊을 시기에 인격의 한 부분이 일그러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서글픈 일입니다. 사회의 폭력이 여러분들을 병들게 했죠.
그리고 그 사회의 폭력에 미진했던 것은 우리였습니다. 제 한 몸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우리를 돌보는데 급급했습니다.
그런 여러분들을 두고 쓰레기통이니 벌레들이니 말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욕하는 꼴이죠.
여러분이 받아야 할 것은 욕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 대접받을 존중입니다.
혹여나 저의 말이 여러분들을 동정해서거나 여러분들의 수준이 낮아서, 혹은 정신적으로 열악해서 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쓰기가 좀 두려워지는군요.
받지 못했던 것들을 드려야겠지요. 존중을.
사회의 폭력이 얼마나 여러분들을 짓밟았겠습니까.
어떤 글에서는 자신이 왕따를 당하는 사실을 덮어둔 채 마치 친구끼리의 장난인 것으로 쓰여져 있기도 하더군요.
현실의 문제가 얼마나 가혹했으면 인터넷을 통해 현실을 바꿔보고싶었겠습니까.
외면받은 여러분들이 분노를 담아 인터넷에 협잡질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습니다. 지금도 그러고있지요.
그 순간만큼은 여러분도 대단한 무언가가 되었다고 느끼고 있겠죠.
하지만 인터넷을 끄면 공허함을 느낄 겁니다. 현실의 문제는 바뀌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여러분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앞날에 대한 불안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인터넷에서 분탕질을 치는 것이 껍데기일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신을 소중히 여기셨으면 합니다.
스스로 존중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받은 폭력은 모두 사회적인 것입니다. 여러분이 원한 것이 아니죠.
근데 그것 때문에 스스로 망가뜨리는 짓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자신을 추스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엉뚱한데 쓰지 마세요.
여러분 때문에 분노한 사람들은, 그 분노 때문에 자신이 해야할 일을 그르치진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부분 인터넷을 벗어나고 사람들끼리 만나면 그러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러분들은 인터넷만 끄고 나면 쉽게 잊혀진다는 겁니다.
그 사람들은 여러분들이 그러건 말건 자신의 삶에 충실하며 살아갈 겁니다.
지금은 당장 사람들이 반응하니 재미있죠? 일베가 사회적 이슈니 뭐니 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니까 뭐라도 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여론을 쥐고 흔든다는 생각에 빠져있진 않나요? 혹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흔들어서 내 생각을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잠겨있진 않나요?
하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들끼리만 모여서 히히덕거려봤자, 사회에 나가 있는 사람들에게 별 영향을 못 준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인스턴트죠. 그리고 여러분들은 그러한 행위를 하는데 시간을 소모하는 거죠. 현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죠.
거기에 매달리지 마세요. 다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오로지 반복할 뿐이니까. 고쳐지진 않을 뿐.
지금은 대부분 부모님의 보호 아래에 있겠지요. 20대도 경제적 여건은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갈까요?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오면, 어떻게 할 셈이지요?
지금은 안 와닿을 수 있어요.
아직은 먼 날이니까.
하지만 그 먼 날을 결정하는 것이 지금이라는 생각을 해주세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날입니다.
존중받아야 할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내일은 안녕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