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코엑스에서 열린 SBS가요대전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가요대전에 나온 가수들의 대부분이 소위 '아이돌 그룹'이란 점도 눈에 띈다.
연말 가요시상식이 공정성의 이유등으로 폐지 된 이후, 축제 형식으로 개편 됐지만
주요 방송사의 가요축제가 아이돌 축제가 되어버린 이유는 뭘까?
▷ 가요대전이라기보단 아이돌 대전이 더 어울리는 출연가수 목록들.
-아이돌의 정의?
그 전에 '아이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하는게 우선일텐데,
어린 아이들이 불러서 아이돌 가수인지, 아이들이 좋아해서 아이돌 가수인지
Idol의 어원처럼 우상화(혹은 신격화)된 연예인들이 아이돌인지 뚜렷하게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비단 한국에서만 아이돌 가수라는 특정 부류가 존재하는게 아니라,
세계 음악시장의 중심이라는 미국 빌보드 차트와 UK차트, 오리콘 차트등
영어권부터 유럽,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각 나라마다 아이돌 가수라는 부류는 존재하고
그 색깔도 서로 다르다.
(미국에서 아이돌로 불리는 스타들과 일본에서 아이돌로 불리는 스타들의 성격은 판이하며
K-Pop아이돌 또한 두 나라의 케이스와 다르다는점이 재미있다.)
-한국 아이돌의 시작
한국 아이돌 시장이 정착되기 전인 90년대 이전부터 미국의 뉴키즈온더블락이라는 아이돌그룹이
한국에서도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고, 이미 아이돌에게 열광하는 팬층이 한국에도 두터웠다.
실제로 내한공연당시 40명이 다치고 1명이 사망하는등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었다.
소위 주류 음악시장이라고 꼽을만한 미국의 뉴키즈온더블락과 일본의 소녀대처럼
90년대 이전부터 아이돌 그룹 음악이 인기를 누렸던것을 모티브하여
한국의 아이돌 그룹은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기성세대에게는 조금은 난해할 수 있는 음악과 패션, 댄스로 혹평을 얻으며 시작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은 한국 아이돌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고 해도 무방한데,
실제로 당시 가수들은 앨범을 내고 휴식기를 가지는것이 드물었던것과 반대로
앨범과 앨범사이 휴식이라는 최근에는 정형화된 패턴을 처음 정착시킨것이 이들이다.
데뷔 초 '정신없고 난해하다'라는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았던 이들은
이후 90년대 문화대통령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으며 한국 대중가요의 흐름을 바꿨다.
▷ 이당시만 해도 충격적인 의상과 음악으로 기성세대의 반발이 컸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솔리드와 듀스, 쿨과 룰라등을 거쳐
96년 H.O,T와 젝스키스를 필두로 한국형 아이돌 그룹이 시작되었다.
기획사의 관리와 육성, 컨셉메이킹과 팬덤관리등 이전 가수들(또는 그룹들)과는
시작부터 다른 아이돌 그룹이 나오기 시작했고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10대들은 열광했고 GOD와 신화등 후발 그룹들도 연이어 성공했으며
SES와 핑클같은 여성 아이돌 그룹도 대 히트 열풍을 이어갔지만
이때만 해도 아이돌 음악은 '한국시장의 주류'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했다.
00년대 초 몇몇 그룹들의 해체와 더불어 R&B열풍이 불어올때쯤
10대들의 아이돌 문화는 조금은 식은듯한 분위기였다.
성공했던 그룹들을 모티브로 꽤나 많은 그룹들이 데뷔했지만
초기 성공을 이뤘던 그룹들과는 다르게 성과는 크지 않았고
아이돌 열풍이 걱정이라던 여론은 '소몰이 열풍'이 걱정이라는 웃긴 현상도 나왔다.
새로운 주류문화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항상 있어왔고 아이돌 음악또한 거의 '매년' 비판의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이집트 시대부터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이 항상 나왔던것처럼
로큰롤이나 비트음악도 초창기 여론의 평가는 항상 '저급하다, 난해하다'였다.
아이돌 음악의 주류화가 대중의 비난섞인 우려를 받는것 또한 그리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정한 한국형 아이돌의 시작
한국 아이돌 그룹의 시작이 서태지와 아이들-H.O.T였다면,
새로운 부흥기를 연 그룹은 동방신기였다.
*이쯤에서 아이돌 그룹을 언급할때 절대로 빠질수 없는 기획사가 있다면 단연 SM인데
회사이 운영의 방향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한국 아이돌 문화의 주 맥을 잇는 그룹들이 데뷔한 곳이다.
96년도의 H.O.T와 04년도의 동방신기, 07년도의 소녀시대는 아이돌 그룹문화의 주요 전환점이 된 그룹들이고
그 그룹들의 성격과 성적또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04년도에 데뷔한 동방신기는 이전 아이돌 그룹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던
가창력논란을 잠재우며 '라이브 공연'이 되는 아이돌 그룹의 시작을 알렸고
이전 가수들이 앨범을 내고 활동하며 앨범판매량이 그들의 주요 성적 지표였던것과는 다르게
정규 앨범이 아닌 싱글음반으로 활동, 음반에서 음원으로 넘어가던 시기의 시작을 알렸다.
철저한 기획사의 발굴과 육성, 컨셉메이킹으로 하이엔드급 아이돌이 주류가 되는 시기가 시작되었고
이후 슈퍼주니어,SS501에 이어서 06년 빅뱅데뷔후 한국 음악시장은 새로운 아이돌 열풍이 시작되었다.
단순히 비쥬얼이 뛰어난 젋은가수들을 모아놓은것이 아닌,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추며 외모까지 훌륭한 인재들을 모아놓으니
다시 10대들은 열광했고 이때부터 한국음악 차트는 아이돌 그룹이 거의 장악하기 시작했다.
07년대 이후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2NE1등을 필두로 여성 아이돌들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는데
이 시기의 색다른점은 아이돌 그룹이 10대 청소년들뿐만이 아니라 삼촌팬들의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는것이다.
▷ 그룹형 아이돌의 전략중 하나 '이 중에 한명쯤은 니 취향이겠지!'
한국에서 아이돌 음악이 태동하던 90년대 말 18세 이하 인구비율이 29%대였던것과는 다르게
저출산, 고연령 시대로 넘어가는 2010년 이후 18세 이하비율은 20%이하로 떨어졌는데 (13년 기준 19%)
아이돌 음악의 주 소비층이였던 10대 청소년들의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2010년 이후 아이돌음악의 성적이 더 좋은 이유는 주 소비층이 이동되었다는걸 말한다.
물론 여전히 10대들도 아이돌 음악에 열광하지만, 20~30대층이 아이돌 음악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는것이다.
(90년대 말 10대들이 소비하는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40대이상의 소비층도 아이돌 음악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삼촌팬, 이모팬이라는 수식어가 더 이상 어색해지지않고 와이프가 동방신기 팬이라면 남편은 소녀시대팬이라는
외도 아닌 외도가 흔하게 찾아볼수 있는 현상이 되어버린것이다.(혹은 맞바람...)
음반에서 음원으로, 청소년에서 성년층으로의 소비방식이 바뀌면서 적응해나간것은 아이돌 음악이었으며
끼있는 젋은 뮤지션들이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입구 또한 아이돌 음악이 되어버린게 2010년 이후 한국 음악 시장이다.
대형 기획사의 연기-음악 육성연계 시스템으로 연기자를 꿈꾸는 친구들까지 아이돌 그룹을 지원하는 추세이고,
아이돌 기획사들의 오디션은 항상 발디딜틈 없이 북적인다.
-한국에서는 아이돌이어야만 하는 이유?
하지만 2010년 이전에는 매년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이 10~20팀 단위였다면, 2010년 이후 매년 50팀에 육박하는 팀들이 데뷔하고
그중에서도 살아남는 팀들은 극 소수뿐인데 이는 최근 한국 아이돌의 '극 하이엔드'현상을 불러왔다.
멤버 한명 한명이 솔로가수 못지않은 가창력을 뽐내며, 격한 안무를 소화하고도 라이브 무대를 가지고
그러면서 연기나 예능에서까지 좋은 평가를 받는 고스펙현상.
이야기가 샜지만 아이돌 그룹들이 성공하기 위해 기획사의 발굴과 프로듀싱은 더욱 더 치밀해지고
이전과는 다른 차별화된 컨셉, 이전 그룹들보다는 더 나은 실력을 가진 그룹들이 즐비한곳이 K-Pop아이돌 시장이다.
단순하게 노래부르며 춤만추는 그룹들이 아닌, 고퀄의 아이들이 고퀄의 노래를 불러주고
잘가가는 작곡가을 섭외한 소속사가 기획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오니 다른 장르의 가수들이 경쟁하기 어려워진 요즘이다.
사전 팬덤형성을 통한 한국형 팬덤문화를 통해 쉽게 차트에 진입하고 성적을 내는것도 아이돌 그룹의 강점이지만
예전 기성 가수들이 하던 '발라드, R&B, Rock, 그리고 캐롤부터 트로트까지..'전부 아이돌 그룹 혹은 유닛이 해버리니
정말 비빌곳이 없어보이는게 조금은 안타까울정도이다.
그나마 아이돌 음악과 차트에서 경쟁하는 부류(?)들이 있다면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매년 열리는 무한도전가요제정도랄까?
SBS가요대전에 무한도전 멤버들을 부를수도 없고, 쇼미더머니 랩퍼들을 부르기도 어려우니 아이돌축제가 되어버리는게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무한도전 가요제와 연관된 오혁밴드가 나왔다는것이 그나마 위안이랄까...)
소비문화와 소비층이 전부 아이돌음악에게 유리해진 요즘, 이 열기가 언제까지 갈지는 미지수겠지만
적어도 몇년간은 더 해먹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