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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첨으로 1등했던 그때
게시물ID : military_342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들Re미
추천 : 12
조회수 : 3569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3/11/13 21:01:41
군생활을 하며 힘든일도 많고
좋은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건
그 많은 사람중 1등 했던 그날이 아닌가 싶다

처음 자대 배치를 받고 간 소대에는
나보다 이주선임, 한달선임, 한달이주선임, 두달선임, 세달선임
요런식으로 이등병만 소대에 6명이 있었고 내가 7번째 이등병이었다
좋게 말하면 고만고만한 애들이 많았고
나쁘게 말하면 꼬인 군번이었다

장점은 다 고만고만해서 일도 다같이 하고 같이 혼나고
그나마 입장을 잘 헤아려준다는거였고
단점은 막내 생활이 길고 짬밥대우(?)를 못받는다는 거였다

내 밑으로 아이 하나가 들어오기까지 6개월간은 소대 막내였고
어딜가나 내 바로 위 선임들때문에
일병막내 상병막내 병장막내를 전전하며
늘 잡다한 일은 내 몫이었다
병장막내때는 특히 더 그랬는데
부대내 작업과 일은 늘 내가 해야했다

아무리 친해지고 같이 시간을 보냈어도 난 막내니깐.

그날도 그랬다

난 분대장을 달수없는 위치였다
위의 선임들이 수두룩하기에 
난 그냥 흐지부지 전역만 하면 되는거였다

병장 호칭을 갓 달았던 그 때
"분대장파견교육" 이라는 (줄여서 분파) 통지가 소대로 날아왔고
당연히 분파는 다음 분대장을 달 사람이 가야만 했다
시기상으로는 이주 위의 선임이든가, 한달선임, 한달2주 선임 중에
한명이 가면 맞았지만
어차피 그거 가나 안가나 분대장 하는건 똑같다며
제일 막내였던 내가 대상이 되었다

실제로 분대장은 서열순으로 아무나 하던게 일례였기에
내가 분파를 가든 말든 선임들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귀찮은거 하나 제꼈다며 기뻐하고 있었다

나도 좋은거라고는 생각안했다

분파는 분대장이 될 녀석들이 모이는거라
다들 상병이나 병장이였고
신병때처럼 교육받으며 생활해야했기에
왠만한 병장들은 가길 꺼려했기 때문이다

갈굴 사람도 없고 시킬 사람도 없고
담배도 통제되고 훈련은 또 빡세게 하니 오죽하겠는가

어쨌든,
난 그렇게 소대를 대표해서 분파에 가게됐다

분파는 사단 단위로 운영이 되기에
옆 연대 애들이나 저~멀리 산에 있던 애들도 왔다

소대별로 왔으니 대략 150명? 160명?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쯤 되는 인원이였다

그리고 시작된 훈련과 가르침
....ㅎㄷㄷ
대강대강 하던 상*병장 들이 FM대로 하려니
다들 죽을맛이었다
나도 그렇고 ㅋㅋ

밥도 차례로 먹고 질서지켜야 하고
잔반도 없어야 하고 제식활동도 하고
각맞춰서 모포나 관물대도 정리하고
신발정리나 청소 등등
이등병 시절로 돌아간 듯한 생활을 해야했다

다들 그게 제일 불만이었다 ㅋㅋ

뭐 그럭저럭 그렇게 분파생활을 보내고
가끔 병기본 시험이라든지
훈련내의 활약도(?)를 기본으로
개개인에게 점수가 내려지기 시작했고

난 그냥 딱 중간 정도에 랭크되어 있었다

그냥 무난한 수준인데
분파에서 받은 점수와 순위 등은 그대로
중대에 전해지기에 쪽팔리면 안되는 상황이었기에
대충하지는 않아서 그나마 그정도였다 ㅎ

사격이나 각개전투 모의전투 분대장명령하달 등
점수가 크고 굵직한 시험을 앞둔 전날밤,
그리고 분파 퇴소가 이틀 남았던 그날밤.

분파에 온 예비분대장들은 이미 끝났다며 히히덕 거리는데
난 뭐에 홀렸는지 병기본 교재를 보고
다음날 있을 모의전투와 분대장명령하달에 대한 시나리오를 짜고 있었다

워낙 소설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겼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대망의 그날.

사격은 뭐 대부분이 그렇듯(?!) 만발에 가까운 솜씨였기에 무사통과

각개전투는 소리 좀 잘 지르고 잘 뛰면 ok

모의전투와 명령하달이 남았었는데

대략 설명해보자면

모의전투는 조별로 대항군과의 전투를 지켜보는건데
그 위치에 있어 얼마나 충실히하고 잘 아느냐를 보는거였다

3번 소총수는 뭐를 해야 하고 적군 발견시 어떻게 하고
분대장 명령을 받으면 어떻게 움직이고
기도비닉이나 은*엄폐를 잘하고 
철조망 설치나 크레모아 설치등을 얼마나 잘하느냐를 보는

뭐 그런거였다

이때 난 부분대장 위치에 있었는데
대충 잘 했던 것 같다

남은건 "분대장명령하달" 뿐

요건 개인이 상황을 만들어서 요럴땐 어떻게 하겠다라며
여러 사람 앞에서 웅변하듯이 발표하는 그런 형식이였다

난 여기서 굉장히 미친짓을 했다.

눈 딱 감고 한번만 쪽팔려보자는 마음으로 그랬던거 같다

대부분 예비분대장들은 대충 하거나
시나리오를 짜도 어디서 본거, 어디서 배운거를 했는데

난 아니였다

대충... 기억나는데로 써보자면

"각 분대원들은 들어라. 현재 남남동쪽 방향 적 1개연대가 본 기지로 돌진중이다.
우리는 겨우 1개분대일뿐이지만 우리가 포기하면 전 국군의 위협이 될 수 있다.
최후의 최후까지 포기말고 분대장을 따르기 바란다.
2,3번 소총수는 ~ (블라블라) , 7번 기총 8번 기총부사수는~ (블라블라)"

요렇게 명령하달을 끝낸후

"적군의 포탄이 발포되었다 은*엄폐를 실시하라! 어, 저, 저기! 으윽!
부.. 부분대장! 부분대장이 포탄 파편에 맞았다!!
9번 소총수는 부분대장을 엄호하며 후방으로 대피하고
4번 6번 유탄수 유탄 발포 준비!
전방 300미터 지점에 발포하라!! 발포 시작!
긴장하지마라! 적군은 물리치는것만 생각하라!"

뭐 대충 이런식으로 혼자 1인극을 했었다

그리고 다음날
분파 결과 발표하는데 1등을 했다

1등은 사단장포상과 동시에 사단마크 그려진 시계도 줬다

그리고 중대로 돌아왔는데
연대장님은 우리 연대에서 1위가 나온게 오랜만이라며 연대장포상을 주고
대대장님은 자기 임기 동안 1위가 없었다며 대포를 주고 ㅋㅋ
중대장님은 자랑스럽다며 중포를 주셨다ㅋㅋ

소대장님은 그 주 주말에 회식을 선물해줬고

난 병장 동안 분대장파견교육이 있을때마다
분파 가는 애들을 교육하는 역할을 하며
훈련도 땡치고 교육과 작업도 땡치는
꿀 생활을 하며 선임들의 부러움과 원망을 샀다 ㅋㅋ


그때가 내 생애 유일한 1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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