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이십대 후반이 돼버렸네요. 바로 어제 고등학교 졸업한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빨라요 징그러울 정도로... 스물여섯, 나는 열여섯에서 멈춰버린 것 같은데 눈을 떠보니 어른이 되어있어요. 가끔 이게 꿈일까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잠만 자고 싶을 때가 많아요. 깨고 싶지 않거든요.
십년전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이제 엄마까지 떠나버리셨네요. 이 세상에서 혼자가 되기에는.. 혼자 서기에는 너무 어린나이인 것 같은데...... 사회에서 보기엔 여자 스물여섯은 많은 편이가봐요. 아르바이트 하러 가면 저보다 어린친구들 천지네요. 나이 어린애들 보면 너무 부러워요. 나는 그나이때 정말 바보였거든요. 뭐라도 배워놓을걸...학교라도 악착같이 졸업할걸...하고.. 난 뭘해도 어설프고 느리고...서툴러요. 밥 먹는거까지 느려요. 그래도 공부는 잘했는데..계속 공부나 할걸, 꿈을 쫓느라 너무 먼데까지 와버렸네요. 별볼일없는 재능인줄 모르고 말예요...
엄마가 남기고 간 짐이 너무 많아서 엄마 그리워할 시간조차, 울고있을 시간조차 없어요. 너무 보러가고 싶은데 믿어지질 않아서 미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많은 짐을 두고 가서 나를 힘들게 하냐고 울기라도 하고 싶은데 당장 차비가 없어서.. 너무 멀어서... 못가니까 정말 미칠 것같아요.
아빠 돌아가시고 우리는 그럭저럭 행복했거든요 그랬는데...일년이에요. 일년만에 다른 세계로 떨어져버렸어요.. 일년전만해도 나는 평범하고 좀 게으른... 그런 애였어요. 나도 한때는 꿈많은 대학생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돼버린거죠? 아빠때문에 그렇게 죽고싶었는데 죽으려고 약도 먹고 자해도 하고 그랬었는데 나 죽어버리면 언니 혼자 남을까봐 이제 그러지도 못하겠어요. 언니도 따라 죽을걸 아니까요.
스물여섯이면 아직 젊은 거겠죠? 아직 살 날이 더 많으니까....뭐라도 시작할 수 있겠죠?
엄마하고 같이 살고싶어요. 언니는 자다가...엄마가 언니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갔대요. 꿈에서라도 보면 좋으련만 나는 꿈을 잘 안꿔요...아니면 엄마는 내가 미운걸까요.
지금 일년전을 생각하면서 나도 그렇게 행복한 때가 있었지...하는 것처럼 일년 뒤에 나도 그렇게 힘든 때가 있었지...하고 웃었으면 좋겠어요. 가난은 정말 무서운 거예요. 그걸 올 초에...스물여섯이나 먹고서야 알았어요. 시간이 빨리갔으면 좋겠어요.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나도 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한번이라도 제발....무서워요 이 짐에서 못벗어나고 더 엉망진창이 될까봐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요. 목소리가 듣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