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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속리산 갔다온다고 질문글 올렸던 사람입니다.
게시물ID : bicycle2_342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음슴요
추천 : 10
조회수 : 857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5/06/09 15: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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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icycle2&no=33901&s_no=10220975&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107299
 
초심자는 힘들거라는 덧글에 약간 겁을 먹었지만
 
정성스러운 장문의 덧글을 잘 읽어보고, 용기를 얻어
 
결국엔 다녀왔습니다.
 
후기가 많이 늦었습니다. 돌아와서 기절 상태로있다가 바로 다음날 출근을 해야되서 정신이 없었네요.
 
6월5일 그 날 출퇴근으로 이미 55km의 라이딩을 한상태였습니다.
 
전날 일을 다 마쳐놨기 때문에 잠깐 사무실에 들렀네요.
 
저녁8시쯤 노원구에서 출발하여
 
속리산 국립공원을 목적지로 두니, 230km 가량의 거리가 나오더군요.
 
지도로 보니 15시간 가량 시간이 소요된다고 나와있었습니다.
 
양평역까지 점프를 뛰어서 출발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집에서 부터 간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쭉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쉬는 시간 포함해서 15시간을 예상하고.
 
팔당까지는 자주 가봤기에 별 무리 없이 라이딩이 가능했으나
 
팔당을 지나서 가로등 조차 없더군요
 
라이트 배터리를 4개 챙기고, 휴대용 배터리 2개까지 챙겨서
 
가는 동안에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산속이라서 GPS가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길을 헤매기 일쑤였고, 헤맨 거리만해도 몇십킬로는 됐을겁니다.
 
홀로 달리는 길에 극심한 어둠은 긴장감을 유발해서 헛것이 보일정도였습니다.
 
거기다 들짐승이 저에게 달려들기도 했고, 옆길에서 부스럭대는 소리는 신경질까지 나더군요.
 
야밤에 홀로 도전하기엔 초보자가 아니더라도 꽤 위험한 요소가 많았습니다.
 
달리는 동안 빨리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새벽 4시에 원주시에서 잠깐 쉬는데 금새 날이 밝아오더군요.
 
바로 기운을 찾아서 페달을 밟았습니다.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 혼자 이렇게 장거리를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는데
 
아름다운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지고,
 
내려서 쉬는 것 조차 힘들어서 그저 페달을 밟고 또 밟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진 찍은것도 별로 없고, 제 머릿속에만 유일하게 남아 있는 추억이 되버렸네요.
 
출발전에도 끼니를 떼웠고, 12시쯤에 마지막 편의점이라생각하고 들어가서 대충 끼니를 또 떼웠지만
 
계속 된 배고픔과 갈증은 큰 문제거리였습니다.
 
식수를 공급할 곳도 마땅치 않았고, 이른시간이라 음식점조차 문이 열려있지 않습니다.
 
남아있는 물을 아끼고 아껴가며, 운이 좋게 자판기가 보이면 이온음료를 사서 채우는 식으로 충주댐을 지나
 
약 80km 거리가 남았을 즈음 본격적인 업힐이 시작됐습니다.
 
낮시간대에는 핸드폰 액정도 잘 보이지 않아 이정표를 보고 기나긴 업힐을 이어갔네요.
 
참.. 충주에 사는 지인이 서울에서 충주까지 자전거 도로가 잘 이어져있다고 정보를 줬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다시 공사를 하는지 도로를 뒤집어 놓은 구간이
 
대략 10군데 이상은 되더군요. 그 구간도 1km이상되는 곳도 많았고,
 
더군다나 장거리를 주행하면서 타이어가 조금 찢어져 있더군요.
 
그래서 펑크에 대한 스트레스와 함께
 
그런 공사구간마다 눈물을 머금으며 끌바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본격적인 업힐의 경사도는 10프로 경사정도로 차도로 계속 달려야 했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겠지만 사고의 위험이 크기에 브레이크를 잡으며
 
손에 힘은 다 떨어져가고, 근육이 비틀비틀 거리는 느낌이 납니다.
 
자전거 자체도 좋은것이 아니기에 바닥의 울퉁불퉁함에서 오는 충격이 온몸으로 다 전달 되니
 
안장통은 그나마 버틸만 한데 손이 너무 아팠습니다.
 
40km남은 지점에서 체력이 문제가 아니고 수분과 에너지가 부족해
 
이제 더이상 달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챙겨갔떤 초코바는 허기를 1시간도 유지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은건지 6000원짜리 뷔페 식당을 찾아서 자전거를 타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의 음식을 섭취할 수 있었고,
 
시원한 물도 마음껏 마시고, 충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식당이 없었다면 전 완주를 못했을거라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네요.
 
남은 거리는 40km지만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습니다.
 
평지에서 한시간에 20km가는 것은 참 쉽지만
 
언덕을 한시간에 10km가는 것 정말 군대에서 훈련뛰던건 새발의 피라고 생각될 정도로 극한의 고통이었습니다.
 
엄청나게 뜨거운 날씨에 햇볕을 피할 곳도 없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페달을 밟았습니다.
 
30km남은 지점에서 렉카가 앞에서 멈추더니 "카풀해드릴까요?"라고 묻더군요.
 
정말 그 차가 멈추기전에도 차에 실어서 가고 싶단 생각을 몇백번은 더 했을 겁니다.
 
그런데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서 누군가의도움으로 목적지를 달성하는 것은 참 무의미하단 생각에
 
정중하게 거절했고, 남은 거리를 힘차게 밟았습니다.
 
10킬로 지점에서도 끝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3킬로미터 가량 남았을 때 업힐이 보이지 않자
 
끝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해냈구나. 남들이 다 힘들거라고, 가지말라고 말렸지만
 
차도 쉬었다 가야되는 언덕인데 차라리 부산을 가는게 낫다고 말이 나올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시작한 이 장거리 라이딩의 끝이 보였습니다.
 
처음 목표는 양평까지 점프를 뛰어서 거리를 60km정도 줄이면 왕복으로 라이딩을 할 생각이었으나
 
도무지 돌아갈 수 있는 체력이 남아있지 않더군요.
 
다리는 하지정맥류마냥 혈관의색이 변해있고, 몸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왜 이런 고생을 하게 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장거리를 뛰더라도 이 코스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 라이딩을 통해서 모든것이 감사하고, 작은 것에 행복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정말 뜻 깊고, 성취감있는 라이딩이었습니다.
 
15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엄청나게 많은 심경변화와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이렇게 글로 풀어내기는 정말 힘드네요.
 
속리산을 가면서 새벽에 여주 부근에서 딱 한분의 라이더를 봤는데
 
반대편에서 오시면서 "수고 많으십니다" 한마디가 참 정겨웠습니다.
 
그리고 충청도 부근에서 반대편에서 손을 흔들어 주시던 분도 제 기억속에 오래남을 것 같네요.
 
그만큼 장거리 라이딩을 하시는 분들은 서로의 힘듦을 이해할 수 있기에
 
인사를 주고 받고 하는 거라 생각됩니다.
 
국토종주를 하시는 모든 분들이 존경스럽고 대단하다고 느껴지네요.
 
저도 다음번엔 더 완벽하게 준비를 해서, 즐길 수 있길 바라고 있네요.
 
자전거가 망가지기 전까지 기변을 할생각은 없지만
 
이번 계기로 자전거를 바꿔서 다른 코스에 도전해볼까 합니다.
 
다음 자전거는 벤지 엘리트를 바라보고 있는데, 재고를 구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있네요.
 
프레임에 이미 사로잡혀서 어떻게든 구하고 싶은데,
 
비슷한 모델이 있거나 벤지 엘리트 재고 정보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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