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토목공사 대통령 그만 뽑자” | ||||||||||||||||||
[비평] 보수신문이 '수십조 토목사업' 비판한 까닭은…MB 측면지원하려다 '자충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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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도 이제 이 나라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을 향해 토목공사 말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진짜 비전은 없느냐고 호통치고 야단칠 때가 됐다.” 토목공사 대통령 뽑지 말라고 역설하는 이 언론은 어디일까. 한겨레일까, 경향신문일까. 그렇게 예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흥미롭게도 그 주인공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4월2일자 30면에 강천석 주필의 <‘토목공사 대통령’ 뽑을 만큼 뽑았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강천석 주필은 “(토목공사 대통령을 뽑아서) 국민의 삶이 더 윤택해지고 젊은이가 세계를 향해 꿈을 펼치고 국가의 앞날에 자신감을 갖게 되지도 않았다. 처음 속았을 때는 속인 사람을 탓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같은 수법에 당하면 자기 말고는 탓할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천석 주필은 칼럼에서 “하늘이여, 이 나라를 저들로부터 지켜 주소서. 저들은 아직도 세계가 토목 공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알고 있습니다”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비판한 ‘세계가 토목공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아는 그들’은 누구일까. ‘토목공사 대통령’이라고 지칭할 때 국민이 가장 먼저 떠올릴 인물은 건설회사 CEO 출신이자 4대강 공사를 최대의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불도저 대통령’이 아닐까. 그런데 조선일보는 그렇지 않은 가 보다.
한편으로는 그럴 듯한 주장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참으로 어색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가 주필의 칼럼으로 ‘토목공사 대통령 뽑지 말자’고 주장한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자 이런 주장을 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우회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조선일보가 토목공사 대통령을 뽑지 말자고 주장한 까닭은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여권의 역학관계와 관련이 돼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선택했다. 반면 여권의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동남권 신공항’ 대선공약 추진을 시사했다.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단이자 결정이다. 이명박 대통령 ‘출구전략’ 마련에 힘을 쏟았던 보수언론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데 양쪽 모두가 잘했다고 하기에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이명박 대통령 선택에 힘을 실어주는 대신 박근혜 전 대표는 ‘신뢰 정치’를 실천하는 지도자로 몰아가고 있다.
조선일보 논조는 동남권 신공항이 불필요하다는 쪽으로 정리된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조선일보는 박근혜 전 대표를 정면 비판하지는 않고 있다. 대신 '토목공사' 국책사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박 전 대표의 '동남권 신공항' 대선공약 추진을 비판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강천석 주필은 “국민의 무상 복지 요구가 목젖까지 차오른 나라 처지에 적으면 10조 많으면 20조원이란 생돈을 부어 바다를 메우고 산을 허무는 토목공사를 벌이는 게 적절치 않다는 사실을 어떻게 재선거·보궐선거·총선거를 치를 만큼 치르고서야 깨닫게 됐느냐고 묻는다면 뭐라 대답할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10조 많으면 20조원이란 생돈을 들이는 토목공사’의 부당성을 역설한 대목에서 국민들이 떠올리는 사업은 무엇일까. 수십 조 원의 예산을 강물에 쏟아 붓는 ‘4대강 사업’ 아니겠는가. “저들은 아직도 세계가 토목 공사를 중심을 돌아가는 줄 알고 있다” “국민의 무상 복지 요구가 목젖까지 차오른 나라 처지에 적으면 10조 많으면 20조원이란 생돈을, 토목공사에…” 등 조선일보 주장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타당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일보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직도 세계가 토목 공사를 중심을 돌아가는 줄 알고 있다”는 그 대상을 향해, 그런 사업(지금 추진하는)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야 하지 않겠는가. 조선일보는 정말 그 대상이 누구인지 모른단 말인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