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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불효자
게시물ID : lovestory_343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숲고양이
추천 : 19
조회수 : 198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1/05/02 03:09:59
BGM '이루마 - River flows in you' 휴대폰이 울렸다. '엄마' "여보세요?" "응! 아들!" "응! 엄마!" "아들! 밥 먹었어?" "먹었지! 엄마는?" 응! 엄마도 먹었지, 근데 아들 있잖아" "응!" "엄마가 노트북이 좀 필요해서 그런데 혹시 주변에 안쓰는 사람이나 뭐 그런거 없을까?" "왜?" "응, 엄마가 어린이집에서 뭐 만들고 하는데 필요한데 집에서 하기에는 시간이 없어서 노트북좀 있었으면 해서" 아, 맞다. 저번부터 어린이집에서 일하시게 되셨지. 어머니가 노트북이 필요하시다고 했다. "응, 엄마. 일단 아빠한테도 물어보고, 주변에도 물어보고 연락 줄게요. 정 안되면 내거 드릴테니까 걱정 마시고." "아들은 과제해야지" 그 뒤에는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저 안부를 묻고 전화를 끊은 뒤에 갑자기 울컥 하고 눈물이 흘렀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소심한듯 싶다.) "왜?"라고 물었던것. 말로는 내 노트북을 드릴테니 걱정 말라고 해놓고는, 아버지와 주변에서 노트북을 못 구했을경우에 내 노트북을 드려야하나, 라며 내심 걱정했던 마음. 이런것들만 생각하면서 내가 한심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머니는 우리 두 아들 먹여 살려보겠다고, 아버지가 연락끊기셨을때, 책임감없이 회피만 하셨을때 그렇게나 노력하시고, 힘드셨는데. 이 불효자식새끼는 이유부터 대뜸 묻고, 내 물건 하나 드리는게 그렇게도 아까웠을까. 내가 방학동안 일해서 번 돈으로 샀다지만 그건 허울좋은 핑계일뿐이고 반절은 어머니가 보태주시지 않았는가. 노트북을 처음으로 내 삶에 있어서 여러가지의 일이 떠올랐다. 아르바이트. 처음으로 받은 월급을 어머니께서 맡아주신다고 했을때 싸웠던 일. 그 후에는 월급을 모두 어머니께 맡기고, 전기세며 기름값이며 전화비 등 을 내곤 했다. (나중에 돈을 모아 해외연수'라고쓰고 해외여행이라고 읽는다'에 다녀오기도 했지만..) 한번은 어머니께 불평을 했던 기억도 있다. 내가 일해서 번돈 집안에 보태는데 엄마는 이런것도 못해줘? 라며. 지금 다시 생각해도 눈이 뜨거워진다. 어머니는 두 아들 먹고싶은거, 입고싶은거, 하고싶은거 하게 해주시려고 낮에는 회사일, 밤에는 식당일로 몸을 고단히도 움직이셨고, 있는 수모, 없는 수모 다 당하시면서도 두 아들 생각에 꿋꿋하게 버티셨는데. 그저 전기세 몇번, 기름값 몇번, 전화비 몇번 냈다고 불평을 했다. 사실 그것도 내가 한 컴퓨터에 대한, 내가 따듯하게 지내기 위한, 내가 친구들과 연락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친구분들에게 '우리 아들은 이렇게나 효자다!' 라며 자랑을 하고 다니셨다. 그 사실은 어머니 친구분의 옷가게에 속옷을 사러 갔을때서야 듣게되었다. "너는 어쩜 그렇게 효자니, 우리 딸은 지 용돈 달라고 하기 바쁜데" 당시에는 우쭐해서 기분이 좋아있었지만 지금은 왜이렇게 슬프고 눈물이나고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아니, 알면서도 외면하고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뒤에도 항상 어머니에게는 죄송한 마음밖에 없었으며, 미안한 마음, 감사한 마음밖에 들지 않는다. 또 기억나는건 노래방. 난 노래방을 가는걸 참 좋아했다. 지금도 사실 엄청나게 좋아한다. 초등학교. 몇달에 한번씩 어머니와 가는 노래방이 너무 즐거웠다. 엄마, 나, 동생 세명이 함께 부르는 '남행열차'는 아직도 내 애창곡이다. 어렸을적에는 어머니가 노래를 잘 못부르신다는 사실도 몰랐으며 함께 노래부른다는 사실에 즐거워했다. 노래방을 가는 날은 하루 종일 들떠있었고, 노래방에 다녀온 뒤엔 하루종일 즐거워했다. 초등학교를 왕따로 지내고, 중학교에서는 조용히 지내고, 고등학교에 들어와서야 친구들과 pc방도, 노래방도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나서 어머니와 노래방을 간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언젠가 어머니가 노래방에 가자고 하신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웃으며 얘기했지만 너무나도 매정한 말을 해버렸다. "엄마 음치잖아" "그치? 아들?" 그때는 생각없이 게임을 하는데에 정신이 팔려서 그런 소리를 했던것 같다. 그 게임 한두시간 못한다고 죽는것도 아닌데.. 그 뒤에 두어번정도 내가 어머니께 노래방에 함께 가자고 한적이 있었는데. 왜 '엄마는 노래 못하잖아, 엄마랑 가도 재미 없을거야, 돈줄테니까 친구들이랑 가서 실컷 부르다가 와, 아참! 아들! 술먹지 말고! 먹을거면 엄마한테 미리 얘기하고!' 라고 웃으며 말하시면서 손에 꾸깃꾸깃 모아두신 쌈짓돈을 쥐어주셨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엄마. 미안해요. 진짜로. 내가 부끄러워서. 너무 미안해서. 이 말 하면 죽을만큼 울거같아서. 맨날 잘 지낸다고 엄마한테 말하면서 울면 엄마가 걱정할거같아서. 얘기 못했어요. 엄마 정말 미안해요. 미안했고, 앞으로도 미안하기만 할거같아서 미안해요. 그치만. 엄마. 나중에라도 말씀 드릴게요. 엄마 음치 아니에요. 우리 엄마가 나 자라고 불러준 자장가는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음악이었고,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었고, 어떤 무서운 환상도 물리치는 강한 음악이었어요. 내가 고르고 골라서 산 노트북이지만. 잠깐이라도 아깝다고 생각한거 지금은 정말 죽을만큼 창피하고 죄송해요. 게임 좀 못한다고 죽는것도 아닌데. 과제같은거 친구들한테 노트북 빌려서 할수도 있는데. 오유...는 못하면 쪼끔 아쉽겠지만.. 정말 죄송해요. 오늘 이 글을 쓰느라 목이 매이고, 눈물이 나서 키보드에 조금 자국이 남겠지만. 이런 불효자가 드리는 물건이라도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엄마 미안해요. 정말 잘할게요. 말만큼 잘 하지는 못하겠지만. 엄마가 친구들한테 자랑하시는만큼이라도 잘 할게요. 그리고 언젠가는 이 글 보여드릴게요. 엄마 손 마주잡고, 미안했다고, 고마웠다고 말할 수 있는 날에요. 그때쯤에 이 글을 보면 창피할지도 모르겠지만. -------------------------------------------------------------------- 이렇게 '좋은글 게시판'에 가끔 글 남기는 이유는 글 남길 당시의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인 것도 있고. 친구가 말해주기를 '네가 쓴 글로 느끼는게 있는 사람도 있다. 공감하고 반성할 수 있다. 무언가 말하는걸, 대화하는것을, 써내려가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라' 라고 해주더군요. 잠깐 변명이자 딴소리나마 마지막으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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