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반말로 쓰겠습니다...ㅎ
선배님들...이해해 주십시오...ㅋ
어느 부대이든 작업이 존나 많을거야. 봄 되면 춘계 진지공사 해야되지, 여름에는 제초작업 해야되지, 가을에는 추계 진지공사 하고,
겨울에는 제설작업 해야하고.. 그와중에 진지공사가 진짜 존나 짜증나더라고..일단..부대 주둔지 근방은 물론이고 주둔지 밖의 참호며 철책을 다
보수해야 했으니까..
※본인이 있던 곳은 강원도 모 해안경계부대였음. 해안경계 철수 후 내륙대대에서 훈련을 받음.
근데 그때 했던 작업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조금씩 날씨가 후끈해졌다는게 기억에 남으니 아마 춘계 진지공사였을거야.
와..진짜 토나오더라..우선은 모래 백사장을 따라서 만들어져있는 교통호를 정비하는 작업이였어. 좀 특이하게 폐타이어를 3~5개씩 쌓고 그 속을 모래로 채워놓았더라고. 이걸 보수해야한대. 아..엄밀히 말하면 '보수'도 아니지..시발 도대체 어디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전투용 진지도 '친환경'으로 만들어야된다고 하는거야ㅋㅋㅋ
간략한 계획은 이거야. "현재 박혀있는 폐타이어를 다 걷어내고 그것을 대체할 재료로 진지를 구축하자."
우선 1단계는 모래속에 묻혀있는 폐타이어를 빼내는 작업이였어. 차라리 흙이였으면 삽질하는대로 땅이 파지니까 작업이 수월할거야.
근데 모래사장이다보니까 타이어를 빼내려고 삽질을 하면 모래가 무너져 내리더라고ㅡㅡ 위에서 작업하던 애가 무너지는 모래와 타이어더미에 같이 미끄러지더라고.. 이 얼탱이 없는 짓을 한 200~300m정도 한거 같아. 타이어가 진짜 존나많이 나오더라고.
근데 재밌는건 지금부터야 ㅋㅋㅋㅋ "폐타이어를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ㅋㅋㅋ
난 처음에 모래주머니를 쌓을 줄 알았어. 보통 모래주머니가 만만하기도 하고 보수도 쉽잖아. 근데..우리를 기다리는건..
'흙벽돌'이였어. 벽돌 크기도 아니지..건설현장에서 쓰는 콘크리트 블럭 알지? 가운데 구멍 뚫려있는거ㅋㅋ 그거보다 더 큰 흙블럭을 만들어서
그걸 굳힌 후 사용할거래 ㅋㅋㅋㅋㅋ
이 작업의 준비과정도 존나 웃겨ㅋㅋㅋ 난 이걸 보고 "아..군대가 정말 비효율적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흙벽돌을 만드려면 점성이 강한 흙이 필요하다. 이 흙은 주둔지 근처의 황무지 야산에서 캐낸다.
단, 흙으로만 만들면 깨지기 쉽기 때문에 무언가를 넣어야 한다. 건초같은 섬유질을 잘게 썰어서 넣어야 한다.
흙벽돌을 만들어야 할 틀이 있어야 한다. 새로 제작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K-4고속유탄발사기 유탄박스를 이용한다.
ㅋㅋㅋ과정 보면 정말 쉬워보이지? 근데 아니야ㅡㅡ
우선 1단계에서부터가 존나 힘들었어. 개같이 높은 산을 터벅터벅 올라가서 흙을 캐내야 했어. 주로 갈대가 자라고 있었고 채석장과 같은 분위기였어.
흙은 정말 양질의 흙이 나오더라고.
그다음에 이제 흙을 깎아냈으니 그걸 건초와 같은 섬유질을 넣고 물반죽을 해야했어. 근데 건초를 어디서 구해오냔말이야ㅋㅋㅋ
처음에 행보관은 "주변에 자라고 있는 갈대와 억새를 잘라서 활용한다!" ㅋㅋㅋㅋ 낫들고 갈새와 억새를 꺾고 잘랐지. 그래도 부족한거야.
나중에는 행보관이 어디선가 소 여물용 건초더미를 사오더라고ㅋㅋㅋ 그러더니 작업할 환경이 만들어졌으니까 작업을 하래ㅋㅋ
가장 결정적으로 물이 없었어. 호스로 물을 끌어올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먼곳이였던거야..물을 조달하기 위해..등짐펌프부터 해서 약수터 말통까지
모든 물통이 총 동원되었어. 거기에 물을 받은 후 포차를 이용, 산 중턱에 있는 작업장까지 물을 날라야 했어.
상상이 안가지? 군장매고 산 올라가는 행군을 하는 느낌이였어. 그렇게 물과 건초, 흙이 준비되자 작업이 시작되었지..
모여서 막 흙이랑 건초랑 물 넣고서 손반죽을 하는거야. 옛날영화중에 '십계'라는 영화를 보면, 이스라엘의 남자 노예들은 흙벽돌을 만들잖아.
딱 우리가 그 모습이였어. 그렇게 반죽된 진흙덩어리를 유탄 박스에다가 채워넣었어.
더 웃긴게ㅋㅋㅋ그 유탄박스도 모자라가지고ㅋㅋㅋ 시발ㅋㅋㅋㅋ 탄약창 가서 유탄박스 남는걸 받아온거야ㅋㅋㅋ
얼마나 많이 만들려고하는지 생각도 못했어. 진흙으로 채워진 유탄박스를 두명이 들고 다시 산 밑으로 내려가야했어..
도중에 미끄러지는 애들도 정말 많았어. 그 유탄박스를 나무그늘밑에 엎어서 말려야했어.
와..이 작업을 거의 일주일 넘게 했어. 포차를 이용해서 물을 공수해 온 후 진흙비비기가 완료되면 유탄박스에 넣고 그걸 또 산밑으로 갖고 내려가서
그늘에 말려야 한다는거..작업이 완료된 후 중대장님이 그러더라고. "우리가 지금까지 900개 정도를 만들었다." 라고 ㅋㅋ
1개 대대의 전투병력(화기중대까지 3개 중대였으나 인원은 약 200명 조금 넘었음)이 일주일 넘게 만든 흙벽돌의 양은 900개였어. 아마 그것도 모자라서 약 300개 정도를 더 만들었다는걸로 기억해.
이걸 또 해안가 모래사장까지 나른 후 쌓는작업까지 하고 나니까 군대가 싫어졌어.
정말 비효율적으로 작업을 하고, 쓸데없는 일에 노동력을 낭비하는것 같기도 하고.
가끔씩 이 생각이 들때면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져.
그럼 이만..재미없을 수도 있어....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