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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1997'을 보고 찾은 1996년 18살때의 일기
게시물ID : lovestory_455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aru2u
추천 : 2
조회수 : 8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8/30 00:56:17

'응답하라 1997' 때문에 들춰본 고등학교 2학년때의 일기 or 독후감
때는 1996. 12. 13
너무 길어서 일부만 발췌...

'데미안'을 읽었다. 다시 한번.
1학기 때 읽었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관념적인, 이념적인 생각들이 날 혼란시켰고, 내 사상과 이성 깊숙히 파고들었다.
지금이 막 그러하다. 미치겠다. 재촉한다. 어서 너의 보석을 찾으라고. 마치 싱클레어처럼.
이런 말하면 우스울지 모르나 난 싱클레어다. 주관이 더 없고, 더 소심한 싱클레어.

싱클레어는 두 세계 사이에서 갈등한다.
가정이라는 안락의 세계와 바깥 세상이라고 불릴 수 있는 그런 다른 세계...
그는 이 두 세계 중 자의는 아니지만, 부단히 의도가 보이게... 바깥 세상에 발을 들여 놓는다. '프란츠'라는 악의 화신이 순진하고 약한 싱클레어를 그 세계로 잡아당긴다.
'싱'은 거기에서 방황한다. 무척이나 안타깝다.
프란츠의 압력과 가정이라는 세게의 그 고귀함 사이에서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프란츠의 압제에도 어떤 의미의 쾌감과 삶의 의미를 찾으면서도 힘들어 하고, 또 가정에 돌아오고 싶어하면서도 그것이 불가능할 뿐더러 그것이 옳다는 확신이 들지는 않고...

(중략)

'싱'이 처음 집을 떠나면서 느끼는 것.
"난 본래 꽤나 감정이 풍부한 편이었고, 제법 선량한 아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외부세게에 대해서는 매우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며 온종일 나의 내부에 귀를 기울였는데 결국은 내면 가장 깊은 곳에서 흐르고 있는 금지된 어두운 냇물 소리를 듣는 데 몰두하게 되었다.
소년다운 귀염성은 완전히 사라져버려 내 자신조차 이런 모습으로는 남에게 사랑 받을 수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더구나 나 자신조차도 나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다. 이따금 데미안이 몹시 그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를 미워하기도 하였으며 내 자신이 짊어진 추악한 병과 같은 생활의 빈로함에 대해 은연 중 그 책임을 그에게 돌리고 있었다. "

(중략)

'싱'이 이때 쯤 느끼는 절대적 고독과 현실에의 유리감, 나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정말로 '기숙사'라는 환경도.
'음울한 녀석', '별난 녀석'
그 역할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한층 과장하기까지 했는데 표면적으로는 가장 사나이답게 세상을 멸시한다는 듯이 고독속으로 파고드는 것이었지만, 내면적으로는 남몰래 비애와 절망감에 몸부림치기도 했다.

(중략)

고독은 결코 그다지 매력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은 나의 천성이 '고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진정한 나만의 꼬리표를 찾기에는 멀었지만, 그것이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자기만의 세계에의 몰입...

(중락)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쓴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하여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한다. "
너무 어렵다. 난 지금 억지로 이해하려 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전혀 모르는 걸 적고 있다. '베아트리체'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데 '아프락삭스' 의미는 전혀 모르겠다. 다만 모든 인간은 양면성을 띄며 그것이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 진정한 성인도 악인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 정도는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조금 더 파고 들어가면 무엇이 있을까?

가령 한 인간에게서 증오와 사랑을 동시에 느낄 때, MJ에게서, T에게서. 그런 양면성.
정말 숭고한 사랑이라고 되뇌이면서 속으로 성적인 상상을 하기도 하는...
뒤에서는 갖은 욕을 퍼부으면서 억지로 웃는 얼굴로 대해야 하는 행위들...
이건 너무도 진부한 양면성의 예이다.난 더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막혀버렸다. 이곳에서.

하긴 '싱'은 '아프락삭스'를 이해하고 나서도 아무런 목표를 세우지 못했다. 확실한 것은 오직 한가지, 나의 내부의 소리, 꿈의 영상뿐. 그것이 인도하는 대로 맹목적으로 따라가야 할 뿐...
그것에 대한 반항.
'싱'은 다시 고독해진다. 익숙해져 버린 고독. 새삼스럽게 압박하지는 않았다.

(중략)
"그대가 나를 축복하지 않는다면 내 그대를 놓아주지 않으리로다. "
인간이 인간에게 미련이 남는 건 이 축복에의 목마름 때문이다.
자기자신을 알리고 싶어하고, 그럼으로써 인정 받고 싶어하고.
그런 감정들이 있는 한 외로움을 느끼리.
하지만 그걸 초월한다면, 자기 자신만의 세계에 만족할 수 있고, 어떤 이에게서도 축복을 느끼거나 받지 못한다면 그 순간
그는 완전히 고독한 존재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완성된 존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관게나 외부적 가치는 그 인간에 대한 평가, 아니 이건 제할지라도 충분히 자기 만족의 한 벡터이기 때문에...
하지만 대인관계에서 전혀 자기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처럼 안타까운 일이 있을까?
그처럼 불쌍한 사람이 있을까?

(중략)

'싱'
난 영원한 '싱'일 것이다.
이것이 내 운명인 것이다.
몰라. 수능이 마치고 내게 구속이 풀린다면 그 땐 잠시 날아오를까 싶다.
훨훨 날아오르다가 또 다시 어느 순간 '싱'이 되겠지.
그땐 그다지 혼란을 겪지 않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완성까지는 아니어도 '싱'에 엇비슷하게 다가갈 수 있겠지.
한번의 대 혼란이 필요하다.
그 대 혼란만이 날 가꿀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일단 접어두고,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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