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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태어나서 죄송한 인생은 없다.
게시물ID : movie_344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린257
추천 : 15
조회수 : 2697회
댓글수 : 91개
등록시간 : 2014/10/10 04: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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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왜 극장으로 달려가 보지 않았을까 후회하고 또 후회합니다.
 
전 기본적으로 일본 영화나 드라마와는 맞지 않습니다.
지금껏 인상깊게 봤던 일본 영화라고는 '러브레터' 뿐이죠.
 
그러다가 아주 우연한 기회에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보게 되었습니다.
자주 가던 커뮤니티에서 영화 추천을 받았는데, 그 분 코멘트가 인상적이더군요.
"우울하다 못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싶을 때 보시면 좋아요"
 
그 당시,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현실에 상처받고..
세상에 저 혼자뿐이란 생각으로 살던 때였습니다.
그렇게 우울할 수록, 슬플 수록, 더욱 더 내 자신을 슬픔으로 몰아넣어 엉엉 울고 떨쳐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게 됐죠.
 
 
 
영화는 주인공인 '마츠코'라는 여자가 공원에서 시체로 발견되며 시작됩니다.
그녀의 조카인 '쇼'가 유품들을 정리하기 위해 마츠코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녀의 삶을 추적합니다.
 
비극적인 이야기로 범벅되어 있지만, 영화는 반대로 밝습니다.
이 영화가 특별하고 묘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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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벽에 낙서해 놓은 흔적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まれてすみませ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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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아버지는 병약했던 여동생에게만 관심을 쏟습니다.
언제나 선물은 동생의 것이고, 마츠코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버지의 가방 뿐입니다.
 
동생 걱정에 항상 걱정 근심이 많았던 아버지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었을 뿐이고
그저 사랑 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고, 아버지가 원하는 직업을 택했고,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관심은 오로지 몸이 약한 동생에게만 쏟아졌고, 그럴 수록 동생이 미웠습니다.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누군가에게 사랑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누구나 꿈꿀 수 있는 그런 평범한 꿈인데
현실은 그녀에게만 늘 냉엄하고 가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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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인생이 끝나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반년 후, 전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매번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던 최악의 순간들을 겪고도
그녀는 삶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살아갑니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걸어 나와 다시금 살아갈 수 있게 해줬던 것은
어떠한 형태의 사랑이든, 그녈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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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누군가는 그녀에게 있어서 달과도 같은 존재였으리라.
세상에 하나뿐인,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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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누구나 자기 미래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어른이 되면,  
자기 마음대로 되는 일 따윈 하나도 없고.. 괴롭고.. 스스로가 한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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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누구나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같은 그런 예쁜 동화를 동경하는 법이지.
그게 어디서 톱니바퀴가 어긋나버렸는지
백조를 동경했는데 눈을 떠보니,
시커먼 까마귀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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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야.. 이 사람과 함께라면  
지옥이든 어디든 따라갈 거야.  
그게 내 행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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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아파트 바로 옆에 아라카와 라는 강이 있는데
고모는 이 강을 바라보면서 늘 울고 있었대.
이 강 많이 닮았어. 고향에 있던 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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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무도 믿지 않아.  
이제 아무도 믿지 않아.  
이제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  
이제 아무도.. 내 인생에 들어오게 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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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빨간 구두를 신고 있던 예쁜 발이
지금은 너무나 초라합니다.
 
 
그녀의 남동생은 몇 번이고 누나의 인생이 "누가 봐도 별 볼일 없는 인생이었다" 고 말합니다.
무엇이 별 볼일 있는 인생이고, 무엇이 별 볼일 없는 인생인가.
가혹한 현실 속에서 몇 번이고 악착같이 살아남은 마츠코의 인생이 어찌 별 볼일 없는 인생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마츠코가 혐오스럽지 않은 까닭은
그녀가 전혀 이해타산적이지 않은 순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갈구했으나 그 무게를 가늠하지 않았고, 사랑을 퍼주었으나 그 깊이를 전혀 재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에 정신 못차리는 어리석은 여인 이라 손가락질 받을지라도
"우리 삶에서 가장 위대한것은, 사랑하는 것이고 또 사랑받는 것이다" 라는 어느 영화의 명대사처럼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있는 힘껏 사랑하고, 있는 힘껏 사랑을 갈구한 것 뿐입니다.
그런 마츠코에게 혐오스럽다며 그 누구도 경멸의 시선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가치란,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받았는지가 아닌, 무엇을 주었는지로 결정된다."

태어나서 죄송하다?
아니!!! 태어나줘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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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송지선 아나운서가 생을 달리 하기 전,
SNS에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영화 속의 마츠코와 본인의 그 당시 상황이 많이 오버랩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빌면서
이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스포성이 될까봐 자세한 내용은 적지 않았어요.
호불호가 굉장히 많이 갈리는 영화지만,
100명 중에 단 몇 명이라도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아준다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츠코 역을 연기한 '나카타니 미키'의 열연 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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