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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보드라이 환하던 휴일이었다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왔더니
노견공은 아무런 보챔도 없이 잠자코 현관문 앞에 엎드려 있길래
문을 열어주자 늘 드러눕던 마당 한 편으로 어슬렁 가서 일광욕을 한다
연골이 죄 닳아서는 거길 가면서도 발이 엉켜 접질리다니
콧김을 길게 내뿜으며 풀썩 쓰러진다
담장에 나비가 있거나 말거나 짖지도 않고 눈을 꾹 감는다
나는 장난기가 발동해서 기척을 숨기겠다고 맨발로 다가가는데
눈은 감고 있어도 꼬리가 슬쩍 살랑인다
노견공이 기꺼이 받는 햇살을 가리지 않도록 머리맡에 쪼그려 앉아
축 처진 눈두덩을 바라보다가
안쓰러운 마음에 쓰다듬어주니까 노곤한 곁눈질로 쳐다본다
찬찬히 훑는 눈초리에 지난 함께 한 감회가 교차했다
살날이 얼마 안 남은 기분은 어떠니라며
개 귀에 알 리 없는 말을 하고 그저 한숨을 내쉬는데
고쳐 눕다가 기껏 고개를 들어 똑바로 응시하는 것이었다
멀게진 노안 속에 담긴 나를 보면서
내 눈동자 속에 담긴 널 보느냐고 맞통한 듯한 순간이었다
나비는 여전히 느즈러지게 뻗어 있고
노견공은 미동도 않고 날 쳐다만 봤다
햇살이 보드라이 환하던 휴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