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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정부 원망..이젠 가만히 있는 어른들이 더 이상해"
게시물ID : sewol_345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체이탈가카
추천 : 16
조회수 : 37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08/21 22:45:03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40821204009349&RIGHT_REPLY=R2

[한겨레]['세월호 세대' 목소리를 듣다]


(하) 서울·경기·인천 고2 좌담회

만 17살 '세월호 세대' 눈에 비친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는 서울·경기·인천의 고교 2학년생 6명이 참석한 심층좌담회를 열어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학생들은 참사가 벌어졌는데도 여전히 '가만히 있는' 어른들에 대한 불신을 쏟아내며 "우리 세대부터는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담회는 8월12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됐으며,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사회를 맡았다.

김도윤 경기 안산 부곡고, 김용환 서울 선사고, 김예인 인천 부개고, 김지은 서울 영동일고, 노신화 서울 면목고, 안창신 경기 부천 원종고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사회 요즘에는 세월호 관련 얘기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김용환(이하 용환) 유병언 사건, 세월호 특별법 등 다른 문제들이 많이 생겨나니까, 막상 세월호의 슬픈 문제들은 잊혀져 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안창신(이하 창신) 부모님께서는 맨날 저를 끌어안고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신다. 어머니들에겐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된 것 같다.

김지은(이하 지은) 저는 (세월호 보도를) 볼 때마다 울었다. 감정소모를 너무 많이 해서 안 보려고 하다 보니 관심이 줄어든 듯하다.

김도윤
정치색 입히려는 사람 많지만
우린 그저 슬프고 분노할 뿐
대한민국에서 못살겠다고
나와 친구들 이야기 많이 해


김예인(이하 예인) 이제는 (학교에서) 얘기하면 지겹다는 반응도 있다.

노신화(이하 신화) 우울하고 슬픈 감정에 사람들이 지친 것도 원인인 듯하다.

김도윤(이하 도윤) 안산에 살다 보니 친구들이 (세월호 참사로) 많이 세상을 떴고 슬퍼하는 애들도 아직 많다. 하지만 학교에서 보면 평소처럼 다 지낸다. 잊은 척하는 것 같다.

사회 최근 세월호 관련 보도를 보면서 인상적인 것이 있었나?

용환 역시 특별법이다. 특례입학 혜택을 주자는 얘기도 있다 보니 학생들이 특별법에는 주목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지은 여야가 왜 굳이 특례입학 얘기를 꺼내는지 잘 모르겠고, 그쪽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서 이상하다.

창신 보호를 받아야 할 피해자 유가족들이 왜 굶어야 하고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특별법은 여야가 싸울 것이 아니라 유가족들에게 제일 많이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안창신
특별법, 유가족에게 제일 많이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유병언이 잘못했다" 보도에
결정적으로 언론 안믿게 돼


신화 특별법도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루머가 여러 개 나돌고 있어 판단이 흐려진다.

예인 유가족들이 제일 원하는 건 진상규명인데 특례입학 얘기가 갑자기 나왔다. 대학에 대해 예민하니까 (친구들도) 특별법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도윤 저는 '어버이연합' 분들이 농성장 어지럽히는 걸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어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서 자식들 죽은 마음을 이해를 못하시나 해서 슬펐고, 해서는 안 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신화
특별법 사실관계 불명확한데
루머 여럿 나돌아 판단 흐려져
세월호 사고 뒤 작지만 사회에
어떻게 도움될까 생각 많이 해


사회 세월호 특별법에 수사권·기소권 부여 등 유족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용환 유족들 요구대로 해야 한다. 나라가 꽁꽁 싸매고 감추고 있는데 (진상조사위가 수사권·기소권을 갖는 게) 유족들과 다른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좋다고 생각한다.

창신 세월호도 그간의 비리가 안 보이는 곳에서 이루어졌고, 진상조사 역시 안 보이는 곳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그 결과에 저는 납득할 수 없을 것 같다.

도윤 자식들이 죽었고 친구들이 죽었는데 우리는 그 이유도 제대로 모른다. 저희는 궁금하다. 왜 죽었는지….(울음)

지은 처음에는 정부나 경찰이 원망스러웠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어른들이 더 이상하다.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뭔가 좀 보여줘야 하지 않나. 그런데 가만히 있다는 게 이상하다. 지켜보고만 있으니까 정부가 '그냥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생각하는 것 아닌가?

사회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했다.

용환 방송 3사와 조·중·동을 보면, 국민을 대변하기보다는 정부를 '커버 친다'(감싼다)는 생각이 더 든다.

김용환
세월호 참사 일어난 뒤로
친구·부모 소중함 많이 느껴
후손들에게 이런 일
물려주지 않겠단 생각 강해


창신 제가 결정적으로 언론을 안 믿게 된 게 유병언 사건 때문이다. "정부가 잘못했다"는 얘기는 많이 안 나오고 "유병언이 잘못했다"는 이야기만 나온다. 참사가 일어난 후 2시간 동안의 만행은 정부 잘못인데 이걸 보도를 안 하고 '커버 친다'.

도윤 유병언 아들이 치킨 시켜 먹은 일이 뭐가 중요한가. 중요한 내용은 담지 않고 주목을 끌려고만 하는 것 같다.

신화 참사 직후에는 기사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때는 뭘 믿어야 하는 건지, 뭐가 사실인지 판단을 못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유병언 사망 보도 이후에는 확실히 안 믿는 경향이 커진 것 같다.

예인 요즘은 팟캐스트, 인터넷 방송 같은 게 더 신뢰가 간다.

창신 한 방송에서는 정작 사람 구할 생각은 안 하고 보험료 얘기를 하더라. '이 골든타임에 저런 얘기를 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국회, 대통령,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원래 낮았지만 더 떨어졌다.

창신 세월호 참사 이후 (정홍원) 총리가 사퇴를 발표했다. 도망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용환 세월호 터졌을 때 국회의원들이 현장에 양복 입고 가는 걸 봤을 때도 기분 안 좋았다. 애도를 가장한 선거운동 같아서 보기 안 좋았다.

지은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전 도쿄도지사를 만날 때 보니, 일본 사람은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을 달고 왔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것도 안 했더라. 그걸 보고 '정말 우리나라 대통령 맞나' 하는 생각을 했다.

창신 이번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많은 정치인들이 가면을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도윤 학생들에게 정치적인 색깔을 입히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그냥 단순히 슬퍼하고 분노하고 있는 한 사람일 뿐이다. 어른들이 책임회피 하지 말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진실을 알려주고, 미안하다고 해줬으면 좋겠다.

사회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나 믿음도 크게 떨어졌다.

창신 아버지에게 장난으로 "엄마 아빠가 절 낳아준 건 정말 기쁘지만, 대한민국에 낳아준 건 정말 슬퍼요" 했더니, 아빠가 정말 진지한 얼굴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더라.

도윤 저와 친구들도 우리나라에서는 못 살겠다고 얘기 많이 한다.

창신 만일 대통령의 딸, 이건희의 딸이 세월호에 있었어도 이렇게 대응했을까. 내가 빠졌을 때는 과연 구하러 와줄까 궁금하다.

예인 우리가 어른이 됐을 때도 바뀐 게 있을지 답답하고 막막하다.

지은 우리나라에 10년마다 큰 사고가 났다고 들었다. 제가 사는 석촌동에는 싱크홀이 생겼다. 석촌역으로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10년 뒤에도 큰 사고가 날 것 같고, 그때도 정부는 나를 구해주지 않을 것 같다.

김예인
유가족들은 진상규명 원하는데
특례입학 얘기해 부정적 반응
촛불집회 많이 다니다보니
행동의 중요성 많이 느껴


사회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은 늘었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라는 생각은 줄었다.

지은 세월호 사고로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지금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지, 미래를 위해 공부만 하는 게 중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윤 사고 당시 시험 기간이었다. 그때 '지금 공부하면 뭐하나. 어느날 갑자기 죽을지도 모르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창신 부모님이나 선생님들한테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계속 들으니까 생명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많이 느낀 것 같다.

신화 이번 사건을 통해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다들 '지금을 즐기자'는 마음을 갖게 된 것 같다.

용환 친구, 부모에 대한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 사건 터지자마자 애들이 엄마한테 전화하더라.

예인 부모님, 친구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 죽음이 무서운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크게 다가왔다.

도윤 예전에는 엄마·아빠 아는 분의 장례식장에 가도 별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친구들 장례식장에 가니 생각이 달라지더라.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부터 "쟤가 왜 저기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죽음의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창신 교실 문을 열었는데 친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정말 무섭다.

김지은
도쿄도지사도 노란 리본 달았는데
박대통령은 아무것도 안해
내가 사는 석촌동에 싱크홀
정부, 사고나도 안구해줄것 같아


사회 우리 사회가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을까? 여러분이 어른이 되면 사회가 좀 달라질 것 같나?

용환 '우리 후손들에게는 이런 일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변화될 수 있는 계기는 정말 많은 것 같다.

지은 우리부터는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다시는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예인 이렇게 슬프고 화나는 감정을 느낀 걸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않으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창신 선생님들이 가끔씩 "너희들은 할 수 있어. 파이팅" 이렇게 한마디씩 던지신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바뀔 수 있으리라 본다.

도윤 저 자리에 자신이 있었을 수도 있는데,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여전히 관심이 없거나, 지겹다면서 그만하라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래서 전 아직 판단을 못하겠다.

신화 사회가 변하려면 결국에는 사람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식 있는 학생들이 계속 이끌어 나간다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사회 세월호 사고 이후 꿈이나 가치관이 바뀌었나?

창신 사고 전에는 돈 잘 벌어서 효도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제 아래 세대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도윤 예전에는 정치인이 되고 싶었다. 남들 눈에 멋있어 보이고, 적성에도 잘 맞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제가 생각하고 먼저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신화 전에는 개인적인 부귀영화를 중심으로 제 미래를 생각했다면, 사건 이후에는 '작지만 사회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예인 전에는 행동의 중요성을 많이 못 느꼈는데, 촛불집회 같은 걸 많이 다녀 보니 행동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느꼈다. 더 많이 행동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지은 원래 행동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더 강력해졌다.

(☞좌담회 전문은 www.hani.co.kr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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