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중학생때.... 그러니까 어디보자.... 20년 전.... (헐... 뭐여 나 왜이렇게 늙었지...) 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는 중학생 때 키가 매우 작았습니다.
중1때 키가 142cm 였나... 암튼 그당시 저희 중학교가 키순으로 애들을 번호를 매겼는데
항상 저는 3번 아니면 4번 이었습니다. (그상황에서도 저보다 작은 애들이 2-3명 있다는게 더 신기... 뭐 겨우 1-2cm 차이였지만)
번호를 저렇게 매기는 이유는 중1이 되면 급격하게 키가 큰 애들과 아직 덜자란 애들의 격차가 심하게 나는데
키순으로 번호를 매기면 1번부터 순서대로 앞에서부터 쭈루룩 앉히면 된다는 지극히 선생편의주의에 입각한 이유였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배치를 하게되니 자연스럽게 작은애들 뒤에는 큰애들이 앉게 됩니다.
당시 제가 4번이었고 총 4개분단 중 2분단 그것도 선생님 교탁 바로 앞 -_- 에 위치하게 되었는데
문제의 그자식이 제 바로 뒤에 앉은 12번이었습니다.
1-2 3-4 5-6 7-8
9-10 11-12 13-14 15-16
요렇게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이들이 키의 편차가 심해서 1~10번 까지는 얼핏보면 초등학교 4-5학년 정도 되보이는 수준이고
10번 이후로는 대부분 160에 근접하는 애들이었습니다.
당시 이자식은 적지않은 키에 일진애들과 어울리면서 하교시간에 인근 초등학교 뒷골목에가서 애들 삥을 뜯는 걸로 유명했습니다.
그버릇 어디 못주는 이자식은 학교에서도 주기적으로 애들을 괴롭히고 다녔는데
제일 만만한 타겟이 바로 키도 작은데다 바로 앞에 앉은 제가 되었죠.
괴롭히는 방법도 참 다양했습니다.
컴파스 침으로 등찌르기, 귓볼만지기 (피하면 머리때림), 교복에 낙서하기, 코딱지 파서 내 옷에 바르기 (아... 또 생각나네...)
이유없이 머리 때리면서 욕하기, 2교시전에 도시락 다 먹어치우기........
너무많아서 쓰기도 힘드네요. 암튼.
근 1년간 쉬지않고 저만 집중적으로 괴롭혔고 처음엔 소심하게 반항하다가 걔네 패거리에 끌려가서 한번 된통 다구리 당한뒤로는
그냥 뭔짓을 하던 찍소리도 못하고 받아주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땐 빵셔틀 같은 건 없었네요. 아, 동전은 매일매일 꼬박꼬박 뒤져서 털어가긴 했습니다만)
쉬는시간에 하는짓이라고는 양아치 패거리들과 어울렸던 영웅(?)담을 늘어놓으면서 위협을 하고
어제는 XX여중 애들하고 같이 잤다는 둥, 니네 여자애들 벗겨봤냐는둥의 소리를 들어주는게 일과였죠.
그렇게 그자식한테 1년동안 지긋지긋하게 괴롭힘을 당하다 2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자식이 학교를 빼먹기 시작하면서
결국 정학과 경찰서를 반복하더니 퇴학을 당하더군요.
퇴학을 당하던 그날도 학교에서 물건을 가져가면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야이 X바 이 X같은 학교 때려치니까 속이다 시원하네 ㅋㅋㅋ 야~ X밥! 고생해라잉~" 하면서 사라지더군요.
뭐 어찌 되었든간에 저는 그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에 가게되고 저도 키가 제법 컸습니다. 지금은 175정도 되네요. 네 물론 큰키는 아닙니다만....
공부도 왠만큼 해서 대학도 나쁘지 않은 곳에 들어가 졸업 전에 대기업에 취업도 되었습니다.
그렇게 취업을 하고 차도 사고 취미생활로 즐기기위해 카메라도 사고... (아 그 카메라는 지금 장롱에 잘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지금으로부터 한 7년 전인가. (하~ 이것도 오래됐네... 뇐네 인증)
회사에서 외근을 나갔다가 마침 기름이 떨어져서 급하게 주유소에 들어갔습니다.
이 주유소가, 왜 그런데 있잖아요.
손님들 들어오면 90도로 꺾어서 엄청 큰 목소리로 "어섭쎠~~~~~~" 하는 그런 주유소.
여기가 그런 주유소였습니다.
급하게 들어간거라 그냥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하고 창문을 내린 다음 뒤에서 다가오던 주유소 직원에게
"가득이요~" 하고 말을 하며 눈을 마주치는데
ㅋㅋㅋㅋ
그자식입니다.
팔에는 중딩때 새겼을법한 어설픈 문신,
얼굴에는 술담배에 쩔어 움푹패인 주름살.
퇴학당하고 나서 양아치들과 어울리면서 잘못됐는지 그런지 한쪽 다리는 조금 불편해보이더군요.
그자식도 처음에 전줄 모르고 90도로 꺾어서 인사를 하면서
"어섭쎠~~ 손니임!! 어떻게 드릴까요~~~" 하다가 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얼굴이 똥씹은 얼굴이 됩니다 ㅋㅋ
10몇년이 지났어도 못잊겠죠.
지가 그렇게 쫒아다니면서 괴롭혔었는데.
제가 먼저 아는척 했습니다.
"야~ 너 XXX 아니냐? XXX중학교?"
주유기를 손에 쥔 그자식 손이 덜덜 떨립니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를 바라봤습니다.
저는 알수 없는 미소, 그자식은 알수없는 똥씹은 표정으로요.
옆에는 다른차들이 정신없이 들어오고 있었죠.
한참을 그렇게 둘이 노려보는데 그자식이 눈주위를 씰룩거리면서 냅다 욕을 내뱉더군요.
".... 아... X바....."
그런데 갑자기 저쪽에서 급히 누가 한명 뛰어옵니다.
사장님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한마디 하더군요.
"야! 너 주유안하고 뭐해 임마!! 이자식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해보랬더니 안되겠네??"
갑자기 웃음이 피식 나왔습니다.
그리고 번뜩 생각이 들어 정색을 하면서 한마디를 던졌죠.
"사장님. 여기 직원은 손님한테 욕하나봐요? 살다살다 이런 주유소는 처음와보네"
ㅋㅋㅋㅋㅋㅋㅋ
그 한마디를 내뱉고 나니 20년전 그 악몽을 훌훌 털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사장님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네? 네? ....... (한참을 생각하다) 아유 죄송합니다 손님 ^^: 이 직원이 뽑은지 며칠안된 수습직원이라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손님!"
(속삭이면서) "야이자식아 뭐해 어서 사과 안해?"
그러자 그자식이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저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더군요.
"... 죄.. 죄송합니다..."
왠지모를 통쾌함. 그리고 그런일이 있었음에도 좌절하지 않았던 제 자신에 괜히 뿌듯했습니다.
주유를 시작하고 사장님이 죄송하다면서 다음에 오시면 쓰시라고 만원짜리 주유권을 한장 주시더군요.
뒤에서 주유기를 붙잡고 먼산을 바라보는 그자식의 모습에 왠지 더 통쾌했습니다.
주유를 마치고 나가면서 사장님께 직원교육을 잘시키셔야 겠다고 한마디를 남기고 천~천~히 빠져나가며
사이드미러로 뒤를 봤습니다.
사장님께 혼나는 그자식을 보니 씁쓸한 미소가 번지더군요.
음... 마무리는....
혹시라도 지금 이글을 보는 왕따나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여러분.
견디세요. 견뎌내세요.
여러분의 가장 큰 복수는 성공입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