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터 우애가 돈독하기로 소문났던 위메이드 출신 선수들 - 요즘 e스포츠 계를 바라보면 본인이 한창 프로게이머 활동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죠. 군대 내에서 바라봤을 때와 직접 나와서 마주했을 때, 각각 어떤 생각들이 들던가요? ▶ 아직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분위기 파악이 덜 됐는데, 스타2는 조금 인기가 시들한 것 같긴 해요. 전역하자마자 ‘스타행쇼’ 섭외 전화를 받고 고민했는데, 옛날에 한 팀이었던 형들이랑 만나는 거니까 그냥 수락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무슨 프로그램인지도 몰랐거든요. 아무 것도 모른 채로 그냥 나갔는데, 스타2 얘기를 하는 프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스타2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할 말이 별로 없어서 가만히 앉아 있다 온 것 같아요. 아무래도 스타2를 하다가 군대에 간 게 아니라서 그런가 봐요. 저는 병행 시즌이 되기도 전에 입대했잖아요. 어쨌든 주로 형들이 말하는 것만 듣고, 먼 과거의 얘기가 나올 때만 조금 말을 얹고 왔어요. 형들하고도 조금 어색한 게 있었거든요. (박)태민이 형은 그나마 휴가 때 보기라도 했는데, (최)연성이 형이랑 (박)용욱이 형은 굉장히 오랜만에 본 거라 조금 쑥스러웠죠. 특히 연성이 형과는 거의 5년 만에 얼굴을 본 거였어요. 예전에 남아 있던 앙금 같은 것도 풀리고,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 리그가 완전히 스타2로 전향되기 전에 이 판을 떠났잖아요. 솔직히 말해 본인의 스타2 실력은 어느 정도였죠? ▶ 많은 게임을 해본 건 아니었지만, 당시 마스터 상위권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랜드 마스터에 들어가기 전이었죠. 그때는 이미 군대에 갈 결심을 한 후였기 때문에 열심히 연습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스타1에 비해 너무 단순하고 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흥미가 덜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물론 이건 ‘자유의 날개’에 한해서예요. 그래도 확장팩이니까 ‘군단의 심장’은 조금 더 난이도가 올라갔겠죠? 아직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요. 스타2는 그래픽도 예쁘고 화려한 게임이긴 한데, 결정적으로 인기가 별로 없다는 게 안타까워요. 팬들이 스타1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 걸까요? 부대 내에서도 중령, 원사 급인 4, 50대 분들이 저에게 사인을 많이 받았는데, 그 분들이 늘 하시는 말씀이 “스타1 때는 게임 방송을 좋아했는데 스타2로 바뀌고부터는 안 봤다”는 거였어요. 어르신들이 바둑을 즐기듯이 취미로 게임 방송을 보던 분들이신데, 스타2는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안타까울 따름이죠. 그래도 게이머 동생들이 더 힘을 냈으면 좋겠고,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어요. - 사인 요청 세례와 함께 e스포츠 판과 관련된 질문들이 쏟아졌을 것 같은데요? ▶ 많은 것들을 물어 보셨고, 저는 제가 아는 만큼 답변해 드렸어요. 주로 ‘왜 공군에 지원하지 않았냐, 연봉은 얼마냐, 마재윤은 어떤 사람이냐’ 이 세 가지가 주된 질문이었죠(웃음). 전 승부 조작과 관련해서도 가감 없이 아는 대로, 들었던 대로만 답해줬어요. 아시다시피 저희 팀에서는 승부 조작에 연루된 선수가 없었거든요. 제 개인적으로도 승부욕이 세서 그런지 ‘고의 패배’ 같은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어요. 나중에 얼마를 준다고 해도 그 수많은 팬들 앞에서 지면 정말 창피하잖아요. 전 어렸을 때 게임에서 지고 나면 기분이 정말 나빠져서, 절 응원하려고 모여 있는 팬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간 적도 있어요. 아무리 분해도 그러는 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감독님께 혼난 적도 있고요. 속으로 엄청난 자기 비하를 하는 스타일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너 멍청하다, 진짜’라며 제 스스로에게 욕을 했어요. 그래도 그 정도 승부욕이 있어서 이토록 오래 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