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어느날 오후. 모처럼 쉬는날에 안방에서 TV를 보다가 무심코(?) 방귀를 뀐 적이 있었지요. (대부분의 집에서도 아버 지가 많이 그러시듯이...) 신혼초에는 아내한테 창피하기도 하 고, 나역시 방안에서 그런 추악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아에 용납을 안했었지만, 어느날 아내의 도발적인 테러(?)이후 에 저의 이런 모습도 점점 변하게 된 계기가 되었지요.ㅡㅡ;
신혼초까지만 해도 여자에 대한 환상이 어느정도 남아있던지라 아내의 도발적인 이런 행동은 지금에야 별로 크게 신경쓰고 있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상당한 충격이었지요. 그 이후에 저역시 점점 변해서 두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에는 그냥 자연 스러운 분위기처럼 되어버려 신혼때의 두근거림이나 부끄러움은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헐헐..(역시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 맞는 말인가 봅니다..^^) 물론 집에서만 그러는 것이니 독자여러분은 아무데서나 그러는 추잡한 사람으로 절대 상상 노노..
아무튼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별 생각없이 TV를 보며 방귀를 뀌었는데 방귀소리를 들은 큰놈이 갑자기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더니 아내에게로 달려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큰놈 : "엄마, 아빠 응가 했어여..." 나 : "켁...ㅡㅡ;" 아내 : "앗하하하하하.." 나 : "응가 아냐 ..뿡뿡이야" 큰놈 : "아냐..아냐..응가야.." 나 : "........ㅡㅡ"
뜻하지 않은 큰놈의 이런 반응에 온집안 식구들이 또 한바탕 웃었는데 지금생각하면 큰놈은 아직 방귀와 응가를 구분하지 못해서 그렇게 말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우리의 큰놈, 사건은 이런일이 있은후 얼마되지 않아 일어나고야 말았으니... 오랜만에 대형백화점으로 두아이와 아내와 저 이렇게 온식구들 이 쇼핑을 하러 나오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신기해해서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쇼핑을 하게 되었습 니다. 마침 토요일인지라 백화점 전망대 엘리베이터 안에는 발디딜 틈도 없이 빽빽하게 사람들이 있었는데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워어..
우리가족이 올라탄 전망대 엘리베이터가 막 2층을 지났을 무렵 엘리베이터 안에 심상치 않은 향기가 은은히 퍼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좁은 엘리베이터안에서 사람들이 잔뜩 찌푸린 인상을 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가뜩이나 사람들이 꽉 차있는 엘리베이터안에서 누가 실례를 했는지 저도 짜증이 나더군요. ' 누군진 몰라도 매너없는 사람이네. 사람들 많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런 추악한 행동을 하다니..'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코를 감싸고 있는 찰나, 이렇듯 어색한 정적을 깨는 한마디 가냘픈 외침이 있었으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큰놈 이었습니다.. 훌쩍..ㅠ.ㅠ
순간 나를 향해 몰려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저는 그순간 무언가가 나의 귓속에서 웅웅거림을 느꼈습니다. ' 나는 결백한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달아나야 한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느껴졌지만 아무것도 들을수도 볼수도 없었습니다. 3개층을 올라가는 동안 전망대 엘리베이터의 유리문을 수백번 뚫고 나가고 싶은 기분은.. 당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겁니다. 쥘쥘..ㅠㅠ
그 이후로 거의 몇달동안 그 백화점에는 가질 못했습니다. 아니 앞으로도 다시는 가지 못할거 같습니다. 그사건이 있은 후 몇 달만에 다시 가족들과 그 백화점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찾았을 때 문득 엘리베이터의 한쪽 구석에 빨간글씨로 이런 문구가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