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본. 《흥보전(興甫傳)》 또는 《놀부전》이라고도 한다. 《춘향전(春香傳)》이나 《심청전(沈淸傳)》과 같이 판소리 계열에 속하는 소설로서, 내용과 주제에서 그 근원설화는 ‘방이설화’가 아닐까 하는 주장이 있다. 해학과 풍자로 이루어진 《흥부전》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충청 ·전라 ·경상도 접경에 살던 연생원은 놀부와 흥부 두 형제를 두고 죽었는데, 형인 놀부는 부모의 유산을 독차지하고 동생인 흥부를 내쫓는다. 흥부는 아내와 여러 자식을 거느리고 움집에서 헐벗고 굶주린 채 갖은 고생을 하면서 묵묵히 살아간다. 그리고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여도 흥부의 살림은 여전히 가난하기만 하였다. 그런 어느날 흥부는 땅에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새끼제비를 주워다가 정성껏 돌본 끝에 날려 보낸다. 이듬해에 그 제비는 흥부에게 보은(報恩)하고자 박씨 한 개를 물어다가 주었는데, 가을이 되자 잘 여문 박을 거두어 켜게 되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박 속에서는 온갖 눈부신 보물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와 흥부는 하루 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었다. 그것을 안 놀부가 흥부에게 달려와 벼락부자가 된 자초지종을 듣고는 자기도 새끼제비 한 마리를 잡아다가 다리를 부러뜨린 뒤 실로 동여매어 날려 보낸다. 그 제비 또한 이듬해 봄에 박씨를 물어다 주었다. 그러나 놀부가 심어서 거둔 박 속에서는 온갖 괴물이 나타나 그의 재산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없어지고 그의 집은 수라장이 되었다. 마음씨 고운 흥부는 그래도 놀부를 지성으로 섬겨서 함께 행복을 누렸다는 이야기이다. -------------------------- "흥부야, 놀부야... 내 사랑하는 아들들아..." 연생원의 가녀린 손이 두 아들의 뺨을 한차례씩 쓸었다. 연생원의 두 아들인 흥부와 놀부는 그 광경을 묵묵히 눈물을 흘리며 바라볼 뿐이었다. '연생원은 이제 살날이 머지 않았네. 이번주를 넘기기는 힘들거야.' 의술원의 김씨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은 연생원의 목숨이 머지 않았다는 이야기임이 확실하다. 정말 연생원은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것이다. "내 마지막.. 너희들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겠다... 유서는... 유서는..." 둘을 쓰다듬던 연생원의 손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들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던 모두는 눈가에 쌓아두었던 염기어린 물방울을 떨어뜨리며 고인을 향해 한없이 울부짖었다. 하지만 놀부는 아니었다. 놀부는 그 자리에서 그의 아내를 데리고 방문을 나왔다. "내 이놈의 영감탱이가 죽으면서까지 유서가 있는 곳을 알려주지 않을 줄 알았어." "아버님이 마지막에 뭔가 말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우리가 찾을 수 밖에 없는건가요?" "아니. 이렇게 된 이상 우리가 유서를 발견한 것 처럼 하는 수 밖에 없어." 놀부는 그의 아내를 시켜 글쓰기에 용한 사람을 찾아 연생원의 필체와 똑같이 유서를 쓰게 하였다. 하지만 그 시각에 놀부가 연생원의 방에 있지 않은 것이 불찰이었다. 죽은 연생원의 등 밑에서 그의 유서가 발견 되었다. 거기에는 장남인 놀부에게 2할의 재산을, 차남인 흥부에게 8할의 재산을 물려준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마음씨가 착하기로 소문 난 흥부는 형인 놀부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란 걸 알기에 그냥 이 유서를 숨겨 각 5할씩 재산을 물려받기로 생각을 했다. 2시진이 지난 뒤, 평소에 연생원이 가장 좋아했던 뒷산의 나무 아래 연생원을 묻을 때에 놀부는 돌아왔다. 그때 연생원의 머습들은 주인의 마지막 송장을 위해 땅을 파고 있었는데, 놀부는 그들 중 하나의 삽을 뺏어들었다. "네 이놈들! 너희가 뭣이라고 내 아버지를 땅에 묻으려 하느냐! 썩 치워라! 내 아버지는 내가 묻겠다!" 놀부는 다른 머슴들을 다 비키게 하고 자신의 비대한 몸을 움직이며 땅을 팠다. 그리고 잘 파여진 땅에 관을 집어 넣을때 놀부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게 무엇인고?" 놀부는 자신의 품 속에서 가짜 유서를 꺼내어 관에서 빼내는 척 하며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이, 이것은 아버지의 유서!" 놀부는 가짜 유서를 펼쳐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낭독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내 장남 놀부는 나 연생원이 돈을 많이 주었다. 말인 즉슨 놀부는 내 재산을 맏길만한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 연생원은 내 모든 재산을 놀부에게 상속하기로 한다." 모두가 있는 그 자리에서 가짜 유서를 읽자 연생원의 친구들이 그 유서를 뺏어서 필체를 확인하고 그 유서를 진짜로 판단하고 놀부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기로 한다. 흥부는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아버지의 진짜 유서를 그저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꽉 지고 구길 뿐이었다. 놀부의 거짓말은 상당히 계략적이라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있어서 진짜를 꺼내도 승산이 없고 더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흥부와 놀부는 아버지의 시신을 고이 묻은 뒤 장을 지내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연생원의 집. 아니 이제는 놀부의 집이 되어버린 그 집에 흥부가 발을 딛자 마자 놀부는 흥부에게 소금을 뿌리며 말했다. "이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다 나의 것이야! 너에게 줄 것은 한푼도 없다! 썩 나가라!" 흥부는 너무 분한 나머지 입술에 피가 흐를 정도로 꽉 깨물었다. 집에서 쫓겨난 흥부와 그의 가족들은 으리으리한 연생원의 집의 대문앞에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당신...." "괜찮아. 나도 더이상 당하고 사는 것 만은 질렸어." "..." 흥부는 그의 가족을 끌고 주변에 초가집을 지어 굶어가면서도 삶을 연명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흥부의 가슴 한켠에는 놀부를 어떻게 저 집에서 쫓아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흥부의 큰아들이 16살이 되던 해의 일이었다. 흥부의 큰아들은 갑자기 먹던 풀죽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버지는 저희보고 일하지 말라고, 우리의 삶을 어떻게 개척할 것인지에만 궁리하라고 하셨습니다. 전 그럴 시간에 한푼이라도 더 벌어 내 동생들을 먹여 살리겠습니다." 흥부의 큰아들은 그대로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흥부는 큰 고민에 빠졌다. 아이들을 서당에 보낼 돈 조차도 없어 자신이 배웠던 것만을 가르쳤다. 배운지가 오래된 터라 자신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가르치다 보니 아이들에게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큰아들의 경우도 그랬다. 이미 결혼을 가야 할 나이인데도, 가난이라는 벽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몇년이 지나자 자신의 집에 남은 사람은 4명 뿐이었다. 다른 자식들은 다 짐을 싸서 나가버렸다. 지금 쯤이라면 어디에서 머슴이라도 하고 있을 터였다. 흥부는 너무 분했다. 이게 다 놀부라는 자신의 형님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자식들에게는 소식이란 것도 들려오지 않고, 남은 자식들 조차도 굶주림에, 가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놀부는 더 많은 돈을 거머쥐고 산다고 한다. "제발. 우리 아이들 만이라도 도와주십시오." 흥부는 자존심을 버려서라도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부자들 집을 전전해 보았지만 아무도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흥부는 최후의 자존심을 굽히고 놀부의 집으로 찾아갔다. 놀부는 부자 김영감과 함께 산으로 술을 마시러 나가고 없고, 놀부의 아내만이 집에 있었다. "형수님. 오랜만입니다." "아, 아니 네놈은!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들이느냐!" 흥부는 속으로 이가 갈렸지만 어쩔 수 없이 형수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형수님. 아이들이 굶어죽어가고 있습니다. 부디. 부디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아니 이 놈이! 아. 그래. 잠시 기다려라." 요즘따라 심심했던 놀부의 아내는 집에서 밥 한가마를 머슴에게 시켜 들고오게 했다. 그리고 그 안에있던 주걱을 빼 들었다. "나에게 이걸로 뺨을 한대 맞는다면 여기 있는 밥을 다 주도록 하겠다." 흥부는 내심 기뻤다. 자신이 한대 맞는걸로 아이들과 아내가 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아. 물론 그냥 밥주걱에 맞을 것은 아니고." 저기 멀리서 머슴이 무언가를 들고 오는것이 보였다. 그것은 뒷간에서 퍼다올린 오물이었다. 그녀는 주걱을 오물에 한번 담궜다 꺼내서 그 위에 침까지 뱉었다. "여기에 맞는거다. 어떠냐? 맞을테냐?" 흥부는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가족을 살리려고 했다. "예. 맞겠습니다." 그녀는 그 말이 나오자 마자 알았다는 듯 냅다 뺨을 후려쳤다. 흥부의 고개가 돌아가고, 그의 얼굴에서는 역한 냄새가 났지만, 흥부는 만족했다. 흥부는 자신의 옷에 오물을 닦은 뒤 커다란 가마솥을 들고 문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는 자기 형수의 비열한 웃음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집에 도착한 흥부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가족을 불렀다. 그의 가족은 모두 그 밥을 보고서는 침을 질질 흘렸다. "여보. 이건 어디서 구한거에요?" "내가 정당한 댓가로 받아온 밥이오. 어서 드시오." 아이들은 신이나서 수저를 들고 바로 달려왔고 아이들이 한입이라도 더 먹게 하기 위해 흥부와 그의 아내는 그저 그렇게 바라만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밥을 다 먹고나서 가마솥을 치우고 배부르게 먹었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배는 산처럼 불러있었다. 하지만 흥부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1시간 뒤. 아이들이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평소때도 하루에 한끼 먹기도 힘들었던 아이들에게 배에 들어간 밥들은 밥이 아니라 독이었던 것이다. 그날 밤. 그렇게 아이들은 고통에 시달리다 모두 죽어버렸다. 흥부와 그의 아내는 그날 평생 쏟을 눈물을 다 쏟아버렸다. 흥부는 결국 놀부의 가정을 파탄내기로 결심했다. 그와 그의 아내는 상이 끝나기 하루 전날에 즉시 온 몸을 천으로 감쌌다. 아무도 자신들을 알아볼 수 없도록. 그날 밤 그들은 옆동네에서 가장 잘 산다는 박씨의 집으로 갔다. 그리고는 머슴 행세를 하면서 그들에게 보따리와 편지 하나를 전해주었다. 보따리 안에는 약초같은것이 잘게 으깨어져 있었고, 편지에는 '놀부가 친히 박씨에게 보내는 영약이니 부디 머슴들도 먹게 하여 힘쓰게 하시고 박씨도 건강을 회복하시오.'라고 적혀있었다. 약초는 이미 으깨어져 있어 무슨 약초인지도 모르지만, 평소 놀부와 친했던 박씨는 아무 의심없이 그 약초를 밥에 집어넣어 자신의 머슴들까지 먹였다. 물론 바닥까지 싹싹 긁어서 말이다. 사실 그 약초들은 다 독성이 강한 약초들이었는데, 흥부는 본디 나무를 하고 약초를 캐는 직업이라 이런 것에 능했던 것이다. 늦은 밤이 되자 박씨의 집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그 새를 틈타 흥부와 그의 아내는 박씨의 모든 재물들과 자신이 보냈던 보따리와 편지를 가지고 도망쳤다. 상이 끝나고, 사방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흥부네 가족이 갑자기 벼락 부자가 되었는데, 그것이 박씨가 죽은 것과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고. 하지만 그들은 아무도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흥부에게 뭐라고 하지 못하였다. 흥부에게는 그날 상을 치르고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고, 그 당시에 상 기간에 상가를 비운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사실 박씨의 집에 남은 밥이라도 있었다면 사인이라도 알아내어 흥부를 잡을 수 있었을 터인데, 나이가 들어가던 박씨 집안의 사람들도 그렇고,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그의 자식들도 그렇고, 머슴들이야 이런 횡재를 놓칠리가 없으니 밥이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흥부는 커다란 집을 사고, 머슴들을 고용했으며, 좋은 옷과 음식으로 하루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흥부는 전국에 방을 붙여 흥부의 아들들을 모두 되찾으려 노력했다. 흥부의 집들이 잔치가 온 마을에 소문이 났다. 그동안 자신을 도와주지도 않았던 부자들이 모두 흥부의 집으로 찾아와 인사를 했다. 재력이라는 이름 앞에 모두가 무릎을 꿇은 탓이었다. 그날 밤 놀부도 찾아왔다. 놀부는 뛰어오자마자 냅다 흥부의 멱살을 붙잡았다. "박씨를 죽인게 너렷다?" "아닙니다. 제가 박씨 때문에 부자가 된 것은 맞습니다만. 저에게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주어, 그 박이 자라 열매를 맺고, 제가 그 박을 잘라보니 금은보화가 나와 이렇게 된 것입니다." "뭐, 뭐라?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란 말이냐?" "그럼 제가 박씨를 죽이지 않고서 한번에 부자가 될 방법이 있었단 말입니까?" 놀부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였다. 옛부터 선한 사람이나 불쌍한 사람에게 하늘이 동물들을 통하여 축복을 내린다는 소문은 자자했기 때문이다. 놀부는 흥부의 멱살을 잡은 손을 놓고 흥부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나의 사랑하는 동생아. 듣자하니 내 안사람이 너희 가족을 위해서 밥을 준 은혜도 있다고 하는데, 나에게 박씨를 얻을 좋은 방법을 주지 않으려냐?" 놀부의 얘기를 들은 흥부는 이가 갈렸다. 하지만 내색 하나 하지 않고 놀부에게 말했다. "집에 제비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드시고, 제비가 둥지를 터서 알을 낳고, 새끼가 나오면 그 근처에 독사를 풀어놓으십시오. 그리고 뱀이 제비의 집 밑에서 서성일 때 제비 새끼 한마리를 뱀 앞에 떨어뜨려 제비의 발이 부러지게 하고, 뱀을 쫓아내고 제비 다리를 고쳐주면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줄 것입니다. 그걸 심어서 금은보화를 얻으십시오." "아, 알겠네. 내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역시 내 동생은 너 하나 뿐이야. 으하하하." "형님. 대신에 부탁이 있습니다." "그, 그래? 내가 뭘 해주면 좋겠느냐 아우야." "형님의 유서 맨 아래에 '상속자가 없을 시, 나의 모든 재산은 나의 혈족에게 맏긴다.'라고 적어주십시오." "잉? 그게 무슨 소리냐?" "형님에게 자손이 없으면, 모든 것은 형님의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니. 형수님이 받게 된다는 것이지요." "아, 그거야 지금 당장 써두도록 하지." 놀부는 자신의 유서를 품 속에서 꺼냈다. 누군가가 무슨 짓을 할 지 몰라 자신이 언제나 품에 품고 다녔던 것이다. 놀부는 기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흥부는 가슴 속에서 희열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흥부는 자신의 재력이 생기자 마자 몇몇의 첩자들을 사들였었다. 그리고 그중 몇을 놀부의 집에 보내어 그들의 행태를 살폈다. 방금 들어온 소식으로는 놀부가 당장 제비와 뱀을 사야한다고 방에서 호들갑을 떨었다고 한다. "자네 중 둘은 독사를 구해 뱀을 파는 땅꾼인 척 하여 놀부에게 그 뱀을 팔게. 그리고 놀부가 제비의 다리를 고쳐주는 날에, 그의 신 바닥에 쥐의 피를 묻혀놓게." "예." 다음 날 아침. 놀부는 머슴들을 시켜 제비집을 구해오라 하였다. 그리고 뱀을 구해오라고 말하려는 찰나 밖에서 땅꾼의 목소리가 들렸다. "뱀 사시오! 힘 없는 젊은이나 무병장수하고 싶은 양반들은 이 뱀을 사시오!" "자, 잠깐 기다려!" 놀부는 급하게 밖으로 뛰어나가 그 뱀을 사들였다. 뱀에는 독이 있는 채도 모르고 말이다. 땅꾼은 말했다. "이 뱀에게 먹이로는 항상 쥐를 주십시오 양반. 그래야만 뱀들이 힘을 내고 건강한 뱀이 될 수 있습니다. 쥐 외에 다른 것을 먹이면 안되니 명심하시오." 그날 오후. 놀부의 머슴은 알까지 낳은 제비와 제비 집을 구해온다. 그리고 다른 머슴은 주변에서 쥐를 잡아왔고, 그날 밤 뱀에게 쥐를 주었다. "거사는 내일 치루자고. 으하하하. 난 이제 조선땅의 최고 거물이 될거야!" 그날 밤이 그렇게 지나가고. 놀부는 자신의 일을 바로 실행했다. 알이 둥지에 있어 제 집을 떠나지 못한 제비들은 놀부의 집이 자기가 원래 살던 곳인 양 놀부의 집에서 생활했다. 놀부는 먼저 땅에 뱀을 풀었다. 그리고 머슴을 시켜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고 새끼를 뱀 근처에 갖다 놓았다. 놀부와 제비 새끼 주위를 빙빙 돌다가 고개를 치켜들고 쉬잇- 소리를 내며 먹이를 사냥할 자세를 했다. "네 이놈!" 놀부는 뱀을 향해 자신의 지팡이를 휘휘 저었다. 제비를 구해주는 척 하기 위함이었다. 뱀은 살짝 물러나는 척 하더니 다시한번 위협적인 소리를 하며 튀어올랐다. "어, 어억 이놈이..." 뱀은 놀부의 왼쪽 정강이를 물었다. 본디 쥐를 먹어 냄새를 알게 되자, 쥐의 피가 발라져있는 놀부의 냄새를 맏고 그의 다리를 문 것이었다. 흥부가 지시한 뱀은 독성이 조선땅에 널리 알려질 정도로 위험한 것이라 물리면 1분안에 죽는 그런 뱀이었다. 놀부는 그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머슴들과 놀부 부인도 뱀이 무서워 아무 짓도 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 때, 흥부가 뛰어 들어왔다. "아, 아니. 형님! 이게 무슨 봉변이란 말입니까!" 흥부는 자신과 같이 온 머슴을 시켜 그 뱀을 잡게 하였다. 사실 머슴도 머슴을 가장한 땅꾼이었다. 흥부는 놀부의 머슴들을 시켜 바로 의원에 가보았으나, 놀부에게 이미 가망이 있을리 만무했다. 놀부는 그렇게 숨을 거뒀다. "인(人)이란 살아서 많은 재물을 취하더라도 명을 다하면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이 얼마나 슬픈 일인고." 흥부는 그렇게 말하며 싸늘하게 식은 놀부의 앞에서 일어났다. 흥부는 자신의 돈으로 놀부의 상을 치뤄주었다. 눈물따위 나올리 만무했다. 자신이 죽인 형이었다. 놀부를 땅에 묻기 전에, 장의사가 놀부의 품에서 유서를 발견했다. "나의 모든 재산은 모두 나의 자식들에게 평등하게 돌아간다. 단, 상속자가 없을 시 나의 모든 재산은 나의 혈족에게 맏긴다." 이 내옹을 들은 놀부의 아내는 유서를 움켜쥐며 말했다. "봐! 보라구! 내 남편은 돈보다 나를 사랑했던 게야!" 평상시에 돈만 바라고 바쁘게 돌아다닌 놀부가 원망스러웠나보다. 놀부의 아내는 놀부의 유서를 품에 안고 계속 울었다. 그것도 잠시. 흥부가 그 유서를 낚아챘다. "뭐, 뭐하는 짓이냐 네놈!" 흥부의 얼굴에는 조소가 번지고 있었다. "이 유서에는 분명 자식들에게 평등하게 돌아간다고 하였지 형수님에게 돌아간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자식이 없을 시에는 모두 혈족에게 넘긴다고 하였는데, 여기서 혈족이라는 것은 피를 나눴다는 것이니, 단 하나뿐인 형제인 저에게 돌아오겠군요. 유감입니다." "뭐, 뭐야?! 네 이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게냐?" -짝 놀부의 아내는 흥부의 뺨을 후려쳤다. 하지만 흥부는 그저 미소만을 입에 머금고 말했다. "그럼 관가에 가서 따져보도록 하지요." "좋다. 네 놈에게 돌아가는 것 따위 한 푼도 없을 것이니 그리 알아라!" 상이 끝나자 둘은 관가로 향했다. 그 곳의 관리들은 모두 놀부의 유서를 읽어보더니 같은 말을 할 뿐이었다. "분명 헐족이라는 말은 피가 섞인 사람을 뜻하오. 그러니 모든 것은 흥부에게 돌아가겠군." "이, 이런 말도 안되는!!" 놀부의 아내는 그 자리에서 땅을 치며 울었다. 흥부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형수님만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 오셔서 머무셔도 됩니다. 저는 그리 나쁜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닥쳐라! 이게 다 네놈 때문이다! 너는 지옥 깊은곳으로 떨어져 세상의 모든 고통을 느끼게 될것이야!" 자존심이 센 놀부의 아내는 그대로 관청을 나갔다. 사실 이것도 흥부의 계획에 들어있던 것이었다. 흥부의 그의 아내는 놀부의 집과 모든 사유를 팔아 그 동안 놀부에게 당한 모든 사람들에게 돈을 둘려주었고, 남은 돈으로는 마을에 커다란 서당을 세워 가난한 자들도 공부를 할 수 있게 하였다. 곧이어 흥부의 자식들도 돌아왔다.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그들의 모습에 흥부는 눈물을 흘리며 그들을 위해 잔치를 벌였다. 이후 흥부는 세상에서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으로 잘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여담이지만, 자존심이 센 놀부의 아내는 그 길로 산을 넘어 다른 마을로 도망치려 하다가 어두운 밤에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 그냥 심심해서 리메이크 해본 흥부전입니다. 다음으로는 심청전을 써볼까 하고 있습니다... 뭐 호응이 좋다면 말이죠 ㄱ-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