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러시면 브금 나와요^^;;;;; 제가 컴맹이라...)
*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띵동.
벨소리를 듣고 문을 채 열어주기도 전에,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산이 없었던 걸까? 비에 흠뻑 젖은 모습이었다.
"역시 집에 있었네요~ 다행이다!"
그녀는 머리와 어깨를 툭툭 털며 방긋 웃었다.
"뭐하고 있었어요?"
"작업 하고 있었습니다."
"글은 좀 잘 나와요?"
난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 이후 어색한 침묵이 약 5초. 그녀는 침묵에 어색해하며 입을 얼었다.
"갑자기 쳐들어와서 미안한데, 수건 좀 줄래요? 흠뻑 젖어서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젖은 블라우스를 집어 살며시 펄럭였다. 젖은 까닭에 착 달라붙어 안이 다 비췄다. 뽀얀 살과 검은색 브...
난 고개를 휙 돌렸다.
"아~ 무슨 날씨가 이렇게 변덕 적이래요? 비가 막 왔다가 안 왔다가 해요."
"집에서 언제 나오셨는데요?"
"한 3시간 전에요."
그러고 보니 그 때 쯤 부터 비가 오다 안 오다 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근데 거기에 뭐라도 있어요?"
"아, 아뇨."
"근데 왜 거기만 쳐다보고 계세요?"
아무래도 고개를 돌리고 있던 게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난 작게 헛기침을 하곤 말을 돌려버렸다.
"수건 가져오겠습니다."
"네~"
내가 수건을 가져다주자 그녀는 마치 쫄딱 젖은 고양이가 그루밍 하듯, 머리, 얼굴, 목, 어깨를 차례로 닦았다. 어느 정도 물기가 사라지자 그녀는 내게 허락을 구하듯 물었다.
"들어가도 될까요?"
될 수 있다면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불쌍한 차림새를 보고 있자니 매정하게 내쫓을 수 없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빗속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 같은 느낌이랄까?
그녀는 승낙이 떨어지자마자 활짝 웃으며 구두를 벗고, 비에 젖은 스타킹을 벗...
도대체 왜 온 거야 이 여자.
"스타킹까지 수건으로 닦을 순 없잖아요~ 좀 봐줘요."
"네. 네."
난 뭐든 상관없으니 최대한 빨리 끝내라는 투로 말했다.
*
"언제 봐도 지저분하네요."
"그럼 지금 당장 나가셔도 괜찮습니다."
그녀는 느낀 그대로 말한 모양이었지만, 난 그 말에 울컥해서 톡 쏴버렸고, 결과적으로 잠시간 회색빛 침묵이 먼지 사이를 떠다녔다.
너무 심했던 걸까.
"에이~ 괜찮아요. 괜찮아."
하지만 그 생각을 하자마자 그녀는 픽 웃으며 손부채질 했다.
아주 잠시라도 미안해했던 내 자신이 바보 같아졌기에, '내가 안 괜찮아 이 여편네야!' 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난 그 말을 꾹 눌러 뱃속으로 다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혹시 식사 하셨어요?"
난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다. 그러고 보니 일어나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게 떠올랐다.
"아뇨."
그녀는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주 잘 됐다는 듯, 가방 안에서 샌드위치를 꺼냈다. P모 제빵 프렌차이즈사 제품이었다.
"제가 브런치 먹으려고 샀는데, 너무 많이 사버려서 1개가 남았거든요. 드셔요."
그녀는 방긋 웃으며 내게 샌드위치를 건넸다.
내가 낯선 사람이 던져준 먹이를 경계하는 개 마냥 가만 있자, 그녀는 해치지 않는다는 듯 한 뉘앙스를 풍기며 샌드위치를 앞으로 밀어줬다.
"끼니 굶으면 안돼요! 그러다 몸 상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글쎄... 몸을 먼저 생각한다면 하루에 소비하는 살인적인 담배와 맥주 량을 먼저 줄이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거나 하진 않았다.
"음...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그녀는 내가 고맙다고 말하자 잠시간 벙 쪄있었다.
"왜 그러세요?"
"아, 아뇨. 근데... 승훈 씨가 저한테 고맙다고 말 한거 처음인거 알아요?"
난 '그래서 그게 뭐?' 라는 속마음을 표정에 그대로 드러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이 마치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같았다.
"다시 해봐요!"
"... 에이 뭐 그런걸 시키고 그래요?"
"다시!"
"싫어요.""다시!"
"싫다니까요?"
"다~아~시!"
한 동안 쓸 대 없는 갑론을박하길 3분. 결국 내가 먼저 꼬리를 내리기로 했다.
"고마...워요."
그러자 그녀는 눈을 반짝반짝-진짜로 빛났다. 맹세한다.- 빛내며 활짝 웃었다.
"천만에요! 맛있게 먹으면 된 거죠 뭐."
*
이후 그녀와 면접관과 면접생 같은 뚝뚝 끊기는 잡담(?)을 하길 20분. 그녀가 이제 가보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슬슬 가볼께요."
"그래요. 잘 가요."
난 그녀를 배웅해 주기 위해 현관 앞 까지 마중을 나갔다. 그러던 중... 아까 그녀가 뚝뚝 떨어뜨린 물기를 닦지 않았던 까닭에... 그녀가 미끌하고 넘어졌다.
쾅! 하는 소리가 나며 그녀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고, 그녀가 들고 있던 백은 하늘을 유유히 날다 땅에 추락했다.
"아야야..."
"괜찮아요?"
"그래도 엉덩이로 넘어져서 다행이네요."
"다친 덴 없나요?"
"네..."
"가방이 날아갔네요. 주워줄께요."
내가 입을 열자 그녀가 황급히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입 보다 내 행동이 더 빨랐고... 그녀가 말을 했을 때, 이미 내 손은 내용물을 다 토해낸체 축 늘어져있는 그녀의 가방을 정리했다.
"자, 잠깐만요...!"
그리고 그 와중에 특이해 보이는 물건 2개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우산과 영수증이었다.
물기를 머금은 체 돌돌 말려있는 접이식 우산과, 2시 50분 쯤으로 적혀있는 파리 바게트 영수증. 덤으로 영수증엔 샌드위치 하나 가격만 적혀 있었다.
내가 그 두 물건을 잡고 번갈아 보고 있자니, 뒤에서 새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 에...! 그러니까...! 그게! 오, 오는길에 바람이 너무 세게 물어 버려서...! 우, 우산이 망가져 버렸어요! 거기다 그 샌드위치는... 어... 그러니까... 그, 그냥 샀어요! 그냥!"
아직 아무런 말도 안했는데도, 그녀는 혼자서 자폭해 버렸다. 그런 그녀의 얼굴이 귀까지 빨갈 정도로 달아올라 있었다.
난 우산이 망가졌다는 그녀의 말에,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진 모르겠지만, 우산을 펼쳤다. 그러자 팡! 하는 소리와 함께 우산이 정상적으로 잘 펴졌다.
"하, 하하하하? 스, 승훈 씨가 만자지 마자 우산이 고, 고쳐졌나? 왜 이러지? 내, 내가 펼 땐 펴지지가 않았는데...!"
그럼 방금 우산을 펼 때 날아간 물방울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군요. 제가 대신 폈으니 이거 쓰고 가세요."
난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은 양 우산을 건네줬다. 그러자 그녀가 부끄럽게 웃으며 우산을 받아들었다.
"그, 그럼 가볼께요!"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꾸벅거리곤 문 밖으로 향했다. 그녀가 나가기 직전 난 그녀를 불러 세웠다.
"우주씨."
"네?"
"다음부턴 흠쩍 젖어가면서 까지 올 필요 없으니까 그냥 오세요."
그녀는 내 말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퐁~ 하며 김을 쏟아낼 것 같이 변했다.
"아, 아니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 절대 그런거 아니.."
난 뭐라 뭐라 둘러대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라니.. 헤헤헤... 까요...? 히히..."
"네. 알겠어요. 그러니까 조심해서 가세요."
난 그렇게 말하곤 그녀를 문 밖으로 살며시 밀었다. 그녀는 내 손에 밀려 문 밖에 서서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또... 와도 되요?"
사탕 먹어도 되냐고 묻는 어린아이 같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잠시간 장난기가 솟아올랐지만, 장난을 쳤다간 금방이라도 울어 버릴 것 같았기에, 그만두기로 했다.
"마감할 때만 빼곤 언제든지."
"응. 고마워요."
"잘가요."
*
달달한 얘기를 적고싶어져서, 비오는날 갑자기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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