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대선 후보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으로 장기간 칩거에 들어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최근 정치적 행보를 하나 둘씩 늘려가기 시작한 때문이다. 문 전 후보의 당초 계획은 지난해 12월21일 시민캠프 해단식을 끝으로 경남 양산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칩거는 단 일주일 만에 끝났다. 그는 12월27일 비공식 일정으로 한진중공업 직원 고(故) 최강서씨의 빈소를 방문했다.
이를 시작으로 이후 잇달아 이어진 행보는 상당한 의미를 담는 듯한 모습이었다. 우선 지난해 12월30일에는 광주 5·18 국립묘지 참배, 무등산 등반, 광주 지역 원로들과의 원탁회의 등 광주 민심 행보에 나섰다. 1월1일에는 새해를 맞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도 참배했다. 이날 묘역에는 참여정부 전직 관료와 ‘친노(親盧)계’ 지자자 등 1천여 명이 참석해 세(勢)를 과시했다.
지난해 12월30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 후보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트위터를 통해서도 자신의 근황을 소개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1월2일에는 헬렌 켈러의 말을 인용해 ‘하나의 행복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가끔 우리는 그 닫힌 문만 너무 오래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다른 문을 보지 못한다’ ‘비관주의자들은 별의 비밀을 발견해낸 적도 없고, 지도에 없는 땅을 향해 항해한 적도 없으며, 영혼을 위한 새로운 천국을 열어준 적도 없다’는 글을 남겼다.
문 전 후보는 연초에도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겨울 칩거를 뒤로 하고 엄동설한(嚴冬雪寒)에 ‘후보급’ 행보를 금방 다시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면초가인 친노 세력을 살리기 위해 또다시 총대를 메고 정치권 전면에 뛰어드는 것일까.
야권에서는 문 전 후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정치 행보로 오는 3월 혹은 5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꼽고 있다. 당권을 노려 친노 세력을 부활시키고, 야권 정계 개편의 중심에 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