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처음 손잡고 데이트를 하던 날..
마누라는 내게 물어보고 싶은게 많았다..
왜 늦게까지 결혼을 안했었는지, 여자친구는 몇이였는지, 왜 이역만리 타국에 와서 취직을 했는지..
자기가 언제 좋아졌는지, 왜 그리 가끔 일하다가 멍때리고 있는지..
주변에서 소개팅은 안해줬었는지..자질구레하게 호구조사를 하고 있었다..
담담하게 대답을 해주면서..미국인들은 남의 사생활 별로 관심없어하는데..
넌 왜 그모냥이고 머리를 한대 콩 쥐어박고 하나하나 대답을 해주었다..
한국에서 오래 사귀었던 약혼녀와 미국에 오게되면서..
미국가기 싫다며 그냥 한국에서 빨리 결혼해서 살자던 그녀가 떠올라 씁슬해졌지만..
덕분에 남은건 내 늙은 나이와 어느새 애를 이미 둘씩 낳아서 행복하던 친구들의 걱정뿐이였다는걸..
말해주고 나니..그녀는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자애로운 미소로 나를 토닥토닥해주고 있었다..
하도 오랫만에 여자사람과 손을 잡아 어색해하며..
땀이 자꾸 삐질삐질 나는데 멍청하게 손수건 한장 준비하지 못해(하긴 노총각이 손수건은 왜 가지고 다니겠는가..)
자꾸 걷다가 손을 빼며 잠시만 하고 청바지에 어색하게 문지르고 다시 잡으니..
마누라가 이 아저씨 은근히 귀엽게 구네하며 손잡지 말고 땀나면 팔짱이나 끼자고 했을때
환청처럼 들리는 내 심장박동소리와 흰둥이(마누라 애칭)의 사과 향이 아직도 기억난다..
결혼한지 2년이 지난 지금, 결게에 뻘글도 많이 쓰고 마누라한테 갑자기 고마워져서..
마누라 화장대를 체크하고 그 향수가 안보이길래 몰래 사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인터넷으로 배송시키고 오늘 집에 가져오니..
그 때의 이쁜 흰둥이는 어디가고 왠 부시시한 아줌마가..
그거 유행 지났다며 왜 사왔냐고 환불하라고 야단을 친다..
약간 섭섭한 마음에 맥주 한캔 들고 집앞에 나와 담배를 한대 물고 있으니..
쪼르르 달려나와 백허그 해주고 뒷통수에 뽀뽀해주고 들어가는거보니..
아직은 살 맛 나는 결혼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