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편 보러가기(클릭!!) *이성찬님의 글입니다. [1] 현장투입. ' 드디어 생생한 현장으로 투입되는구나' 나와 더불어 동문파출소로 발령 받은 사람은 머리가 약간 희끗하신 경장 한분이셨다. 차를 얻어타고 동문 파출소로 들어서자 업무에 열중한 직원들과 책상에 앉아있는 소장님을 볼수있었는데 무시무시하다는 말과는 달리 매우 미남이라 마치 어느 외국 영화배우 같은 인상을 주었다. 경장 : 소장님! 접니다. 오늘 여기에 발령받아서 왔습니다. 리앨 : 충성!! 소장 : 오......그래. 옆에는 자네 아들인가? 리앨 : -_-; 당시 경찰학교에서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으로 피부가 탱탱하고 머리도 짧은탓에 내가 아주 어리게 보였던 것이다. 경장 : 하하.. 아닙니다. 같이 발령받아서 온겁니다. 소장 : 오... 의경? 리앨 : 직원입니다. -_-;; 소장 : 응......그렇군. 저녁식사하고 7시부터 근무나가도록 해. 2층으로 올라가 직원숙소에서 짐을 풀고 부엌에 가니 아줌마가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거의 모든 파출소에는 이렇게 월급을 받고 식사를 해주는 아줌마가 존재한다. 전국 15만 경찰의 건강과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파워를 가진 아줌마! 저녁 식사를 맛있게 마친 뒤 나는 바로 순찰근무에 투입되었다. [2] 수배자 잡기. 고참 : 여기가 월선이야 리앨 : 예.. 고참 : 여기는 이선이지. 리앨 : 예.. 무슨말인지 하나도 못알아들으면서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_- 경찰업무 문제점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몰라도 아는척하는 것........ 이 아니라 새로온 신임경찰관에게 실무에 대해서 자세히 하나하나 관심있게 가르쳐 주는 경찰선배가 별로 없다는거다. 그래서 스스로 노력해서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아무리 짬밥을 먹어도 제자리이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비로서 프로가 되는 것이다. 상사 : 자! 싸인하고 와! 리앨 : 예. 순찰차에서 내려 일어서는데 허리가 묵직~하다. 경찰혁대에는 무지막지하게 생긴 무전기, 수갑, 경찰봉, 3.8권총등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어 허리를 아래로 죄어 오고 있었다. 벽에 걸려있는 순찰함을 열어봤더니 순찰일지가 들어 있었다. ' 21:30 , 리성찬 ' 이라고 기록한 뒤 도로 넣었다. 순찰함은 관내 각 구역마다 있는것인데 경찰이 두시간마다 와서 싸인을 해야하는것으로서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이것 역시 당시에는 융통성없고 수동적인 순찰을 강요하며 경찰관의 발목을 죄는 족쇄역활을 했었다. 감찰에게 적발되는 가장 좋은 케이스였기에 만사를 제쳐두고 싸인하러 가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 아, 지금 살인사건이 문제야? 싸인을 안했는데? 싸인부터 해! " 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돌정도였으니 뭐..! -_- 근데 순찰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보니 세상이 온통 무법천지로 보였다. 가래침을 아무데나 뱉는 놈, 노상방뇨하고 있는 놈, 술취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놈, 일방통행인데 역주행 하고 있는 놈....... 법을 지키는 녀석이 하나도 없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7시부터 시작된 순찰은 관내 여러군데를 돌아다닌후 9시가 되어서야 끝이 나고 파출소로 돌아왔는데 꽤 긴 시간이었다. [3] 여자 주취자 주르륵......주르륵.......비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깜빡 졸았나? 쩝쩝.. 고개를 들어보니 창문너머로 시커먼 강물이 한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기는 방범초소! 아까 밤 11시에 혼자 들어왔는데 벌써 12시 30분.. 새벽 1시까지 근무니 아직도 시간이 남아있다. 아! 밤을 새운다는게 정말 장난이 아니군. 새벽이라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차량도 없어 조용하기만 한데 항상 소음에 시달려 와서 그런지 고요한 적막감이 정말 사람 기분을 묘하게 한다. 초소는 나와 책상하나만으로도 꽉 찰 만큼 조그만 것이었는데 강변도로에 위치하여 범죄예방이나 목검문등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고 있는것이었다. 햐~! 과연 내가 정말 경찰이 된건가? 유리에 비친 내 경찰복을 보니 새삼 웃음이 피식 흘러 나왔다. 나는 실감도 나지 않는데 지나가며 나를 힐끗 힐끗 보는 저 사람들은 당연히 내가 경찰로 보이겠지? 후훗.. *^_^* 아저씨 : 경찰 아저씨!! 리앨 : 거봐! 히히.. 아저씨 : 이봐요..-_- 리앨 : 아...예..... 왜 그러시죠? -_- 창문을 열어보니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아저씨 : 저기 저 강변도로 끝쪽에 웬 아가씨가 술에 취해 쓰러져있어요. 리앨 : 예? 이렇게 비가 오는데 여자가? 어디쯤인데요? 아저씨 : 여기선 잘 안보여요. 저기 저 쪽 끝이에요. 빨리 가보세요 리앨 : 아 예. 초소문을 잠그고 현장을 향해 부리나케 달려가보았다. 아가씨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구? 으흐흐.. -_-+ 아 참. 난 경찰이지.-_- 어쨌거나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남자보다야 백배 낫지.....암..낫고 말고 요따우 생각을 하며 쌩쌩 달렸더니 벌써 현장에 도착! 리앨 : 여기다 헉헉... 하지만 현장엔 여자 주취자는커녕 여자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리앨 : 쳇...벌써 일어나서 가버렸나? 아무것도 없잖아?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그냥 돌아와야 정상인데 난 그 주위를 미친 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_-;; 리앨 : 아니, 대체 어디에 쓰러져 있는거야? 강쪽에도 샅샅히 뒤져 보았다. 리앨 : 늑대가 물어간건 아닐까? -_- 강변도로쪽 주차된 차 근처에도 모두 뒤져봤다. 리앨 : 이상하다? 이 아가씨가 정말 어디 간거지? 술에 취해서 고새 멀리는 못갔을텐데... 그래봤자 니가 부처님 손바닥이지. 잡히기만 해봐랏...-_-+ 말도 안되는 혼잣말까지 해가며 최선을 다해 뒤져 보았으나 머리카락 하나 발견할 수가 없었다. 리앨 : 헉헉........찾아야 해.........헉헉........꼭 찾아야 해...-_-;;;;; 그러던중 3시가 되어버려 나는 무지 무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채 파출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시간만 충분했어도 ..........흑...T_T [4 나의 첫 사건. 새벽 3시인데도 폭력사건 때문에 4명이나 잡혀들어와 파출소안이 매우 시끌벅적했다. 모든 직원이 피의자들을 앉혀놓고 조서를 꾸미고 있고 나는 돌아다니면서 잔심부름등 잡일만 하고 있었다. " 구속되기전에 판사와 심문을 요청하겠습니까? " " 글쎄요." " 당신이 유리병을 들어서 쳤다는데 왜 자꾸 거짓말 해요? " " 푸후후...증거 있어요? " " 이현주씨 집에는 왜 들어간거요? " " 아 내 친구집인데 거기도 못들어갑니까? " 모두들 정신없이 조서작성중인데 파출소 문이 홱~ 열리면서 아저씨 두명이 다급하게 뛰어 들어 왔다. 아저씨 : 헉헉....... 리앨 : 무슨 일이시죠? 아저씨 : 도...도둑이 들었어요. 리앨 : 헉! 도둑. 어...어디에요? 아저씨 : 요 앞 노래방안에 도둑이 있어요. 빨리 가줘요. 리앨 : 자....잠깐만요. 당장 고참에게 달려가서 보고했다. 리앨 : 이순경님.....지금 요 앞 노래방에 도둑이 들었답니다. 이순경 : 응, 그래. 어서 빨리 말해봐요. 유리병을 왜 들었어요? 리앨 : -_-; 다른 고참에게 뛰어갔다. 리앨 : 저 박순경님 요 앞 노래방에 빨리 가봐야겠는데요. 박순경 : 응...어서 가봐. 이현주네가 친구집이라 들어갔다구요? 리앨 : -_-; 모두들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어 내 말을 건성으로 듣고 있었다. 할수없이 부소장님에게 보고했다. 리앨 : 부소장님. 요 앞 노래방에 도둑이 들었답니다. 부소장 : 음..그래. 리순경이 나가봐. 판사심문을 요청하겠다구요? 리앨 : 저 혼자요? -_-;;;;;;;;;;;;; 부소장 : 그래 요 앞이니 어서 가봐. 할건지 말건지 확실히 해요. 경찰은 112순찰을 가든 도보순찰을 가든 항상 2인 1조 파트너 체제로 다니게 되어 있다. 리앨 : 하....하지만... 아저씨 : 누가 가든 빨리좀 가줘요. 그 놈 도망가겠어요.. 아저씨 두명이 나만 쳐다보며 거의 애원하는투다. 리앨 : 그.....그러죠 -_- 하는수없이 경찰봉과 무전기를 차고 아저씨들을 따라서 뛰어나갔다. 노래방앞에는 건장한 아저씨들이 3명이나 더 있었다. 아저씨 : 아니, 왜 이제야 오는거에요? 바로 코앞에서.. 리앨 : 죄송합니다. 도둑이 어디있죠? 아저씨 : 지금 이 안에 있어요. 주인은 아까 문닫고 퇴근해서 안이 컴컴한데 사람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셔터도 약간 열려 있었구요.. 우리가 못나가게 지키고 있는거죠. 리앨 : 예 그렇군요. 아저씨 : ........... 리앨 : ........... 아저씨 5명이 모두 나를 멀뚱 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아저씨 : 안 들어가요? 리앨 : 아! 예. 누구 한분만 저랑 같이 들어가시죠? 아저씨 : 우.......우리가 거길 왜 들어가요? 리앨 : 그래도 같이 들어가는게....-_- 아저씨 한명이 셔터를 소리 안 나게 살짝 위로 올리더니 그 사이로 어서 들어가라고 손짓을 한다. -_- 아저씨 : 빨리요. 지금 안에 있다니깐요.. 리앨 : 어이....-_- 셔터문이 지옥문으로 들어가는 아가리로 보였다. -_- 하는수없지 뭐. 제복을 입은게 죄지. 몸을 낮추어 셔터안으로 들어가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아저씨 : 우리들은 여기서 지키고 있을께요.. 등 뒤에서 셔터가 조용히 닫히고 있었다. -_- 젠장.. 대체 뭘 지킨다는걸까? 문이 닫히자 칠흙같이 컴컴한 어두움이 나를 감싸왔다. ' 인샬랴... -_- ' 방금 봤던 지하 계단을 기억해내며 한걸음 한걸음 내려가면서 후랫쉬를 안 가져온 것을 무지 후회했지만 이젠 너무 늦었다. ' 경찰이 왜 생명수당을 못 받는걸까? ' 벽을 더듬으며 거의 지하까지 내려오게 되자 어디선가 인기척이 나고 있는걸 들을수 있었다. 갑자기 녀석이 모퉁이에 숨어있다 칼로 나를 찌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앨 :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학교에서 이런건 안배웠는데.. 허리에 찬 3.8권총을 만지작 거리며 꺼내들고 있을까....했지만 벌써부터 9시뉴스에 등장하기는 싫었고, 대신 경찰봉을 단단히 움켜 잡았다. ' 그래 용기를 내자. 죽기 아니면...................... 잡기다. -_-; ' 노래방 문을 살짝 여는데 '끼이이이이익...' 하는 소리가 왜 그리 크게 들리는지 원. 그 소리때문인지 안의 인기척이 멎었다. 양들의 침묵의 FBI 스탈링 요원이 된 기분이 들었다. ' 그래 결국 스탈링이 이기지. 힘내라 리앨 ' 문 안쪽으로 몸을 낮추어 들어가자 벽에 온통 칠해져 있는 야광칠 때문에 어렴풋이 노래방 실내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난 어둠속에서 묘한 동작으로 움직이고 있는 남자를 어렵잖게 발견할 수가 있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