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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의 서비스 종료는 사그러져 가는 모닥불을 보는 것과도 같다
게시물ID : gametalk_3471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펀치킹
추천 : 13
조회수 : 1371회
댓글수 : 79개
등록시간 : 2017/09/20 17: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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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수련회나 수학여행 등을 갔을 때 하던 캠프 파이어를
기억하는가?

칠흑같이 캄캄한 밤. 아이들은 활활 타는 모닥불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모인다.

그러고는 불을 쬐고 춤을 추면서 여행의 마지막을 불태운다.

즐거웠던 밤이 지나고, 이튿날 아침이 뉘엿뉘엿 다가오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점.

여러분들 중 누군가는 버스에 승차하기 전에 고개를 들려, 주변 풍경을 바라봤던 이가 있으리라.

아마 관찰력이 좋은 친구들이라면, 캠핑장 한 켠에 새카맣게 그을린 잿뭉치들이 모여진 덩어리들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어제만 해도 친구들끼리 모두 모여서 선명한 빨간 불꽃을 날름거리는 모닥불이었는데,
우리가 떠나는 시점에서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볼품없는 잿더미일 뿐.....



우리가 플레이 하다가 서비스 종료를 맞이하게 되는 온라인 게임들도 이 모닥불과 별반 다르지가 않다.

망하던 게임들도 과거 어느 한때에는 밝게 빛나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활활 타오르는 자신의 불줄기를 자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틀어진 건지, 자신들의 불씨는 볼품없이 사그러들어가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져 갔을 것이다.

이미 사람들은 더 크고 더 밝으며 더 따뜻한 모닥불을 찾아서 가버린지 오래일테니까....

그리고 정말 몇 안되는 소수의 이들만이, 이제 불씨가 얼마 남지 않은 최후를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볼 따름이다.

나에게 즐거운 추억을 주었던 녀석을 잊지 못하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모든 열기가 사라지고 잿더미가 되어가는 그 과정, 그 최후를 착잡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 외에는 녀석들을 살릴 방법은 전무하다.


과거에 해당 게임을 조금이나마 했던 유저들 중에는,
서비스 종료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이미 새로운 터전을 찾아 둥지를 튼 유저도 있을 것이고,
서비스 종료 소식을 들었다 하더라도, 꼴 좋다며 냉소를 내비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찬란했던 추억을 되새기며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최후에, 최후에 최후까지, 그 망겜과 함께 붙어있으면서 임종을 지켜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유저들의 유형이야 어찌되었건, 망겜들의 종착역은 
다시끔 타오를 수 없는 잿더미  속이고

유저들은 그 날의 기억의 단편들만을 추억속에 가지고 살아갈 뿐이다.

달리 본다면, 즐겨읽던 만화책이 완결된 것 과도 비슷한 느낌이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동안 읽어오며 웃고 울던 스토리가 오늘 부로 종지부를 찍는다는 점에선 동일하나,  만화의 경우는 다시 정주행하면서 그 감동을 되새길 수 있지만

게임의 서비스 종료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영원한 안녕과도 같다.

짧다하면 짧을 수 있고 길다고 하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가 거쳐간 길에는
남겨진 잿더미들이 몇 된다.

그리고 요즈음. 또 하나의 모닥불이 그 잿더미 목록에 추가될 것 같아서
나는 참으로 착잡하다.

여지껏 꽤나 많은 수의 게임들을 내 품 안에서 떠나보내야 했다.

개중에 몇몇은 임종 직전까지 그 최후를 같이 맞이하기도 했었다.

이번에도 착잡하긴 하지만, 내 품에서 떠나보낼 준비를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게임도 알아서 도전해보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떠나보내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대체제니 모닥불이니 집어 치우고

오늘도 나는 사그라들어서 미약하게나마 껌뻑거리는 불씨나 쬐러 가볼란다. 그나마의 열기도 사라져 차가운 잿가루가 되버리기 전에...
출처 하는 게임이 서비스 종료 각을 보이고 있어서
불안한 내 뇌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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