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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이네요 쓰다말았던거 ㅎ
게시물ID : readers_34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101502
추천 : 2
조회수 : 35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8/18 22:52:18
우산을 쓴 사람, 가방을 머리위로 들고 뛰어가는 사람, 우비를 입은 아이들... 그 사람들 사이에 앞치마를 두른 채 혼자 비를맞고있는 여자가 있다.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주의해서 들어야만 들릴정도의 작은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다.
"사는게.. 세상이.. 왜.."
쏟아지는 비에 온몸이 젖어버렸지만 지나가는사람 누구하나 눈길조차 주지않는다. 
여자는 고개를 떨군채 천천히 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꽤 오랫동안 길렀을것으로 보이는 길고 검은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 낡은 옷과 신발. 165쯤 되보이는 키. 일일연속극에나 나올법한 여자가 뛰고있다. 출근시간이니 필히 학교나 직장으로 가는 것이리라.
한참을 달려 간신히 지하철을 타고나서야 숨을 고른다. 출근시간대의 지옥철에서 가쁜숨을 고르는게 주변인에게는 썩 달가운일은 아니지만 여자는 전혀 개의치않는 눈치다. 

다섯정거장.. 걸어가기에는 상당히 먼 거리를 십여분만에 달린 지하철이 멈추고 문이 열린다. 여자는 문이 열림과 동시에 튀어나가듯 달리기 시작한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고,개찰구 앞에서 교통카드를 찍고, 에스컬레이터도 타지않은채 높은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머리가 산발이되고 거리에있는 사람들이 쳐다봐도 전혀 개의치 않은채 여자가 달리고 달려 도착한곳은 한 공장단지 근처에있는 감자탕전문점. 지친 얼굴로 잠시 숨을고르고, 유리로 된 식당의 문을 거울삼아 머리와 옷매무세를 다듬는다.
-딸랑-
"늦어서 죄송합니다!"
좀전의 지친표정과는 상반되는 미소띈 얼굴, 밝고 쾌활한 목소리. 이른아침부터 밥을먹던 한 중년남자의 입가의 미소가 맺힌다.
"빨리 앞치마 메고 와! 삼십분이나 늦었잖아!"
테이블을 닦고있던 뚱뚱한 아줌마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친다. 아마 이 식당의 주인일것이다.
"죄송합니다. 빨리 준비하고 올게요"
"죄송한줄알면 늦질말란말이야! 삼십분은 시급에서 깎을테니까 그렇게 알아!"
"..."
여자는 애써 미소를 띄고 있지만 눈빛만은 숨길수없는듯 어쩐지 슬픈표정이다.
공장단지 근처에있는 식당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온다. 그들의 특징이라면 한결같이 시끄럽고, 젓가락에 익숙치못한탓인지 음식을 흘리며 먹고, 알아듣지도 못할말로 종업원들에게 소리친다는것이다. 식당주인이나 남자들에게는 별다른말을 하지않고 유독 여자에게만 말을거는걸로 봐서 그들이 하는말은 아마 희롱하는 말이리라. 그런 생각을 할때면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시급도 다른곳보다 조금 비싼편이고 점심과 저녁 두끼를 해결할수있기에 그러질 못하고있다. 언젠가 조금이라도 여유가 된다면 일자리부터 새로 알아보겠다는생각으로 여자는 오늘도 묵묵히 짖꿎은 손님들을 상대한다. 
하루 중 가장바쁜 오후 7시. 저녁을 먹기엔 조금 늦은시간이지만 불법체류라는 약점때문에 늦게까지 잔업을하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겐 7시도 오히려 빠른편이다.
"감자탕 중자 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salamat! atte!"
"hey! you! putanginamo!"
"ai!"
수개월째 듣는말이지만 전혀 알아들을수가없다. 다만 여자를 부를때마다 아때 라고 부르는것만은 확실하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정신없는 저녁시간이 지나고 테이블을 닦고 식당정리를 하고나서 설겆이와 내일 장사준비를 끝마치고나면 9시가 넘는다. 
"안녕히계세요!"
"..."
별도 뜨지않은 어두운밤. 여자는 집으로 향한다. 팔을 주무르며, 올때와는 다르게 천천히 걷는다. 반나절동안 서빙이며 말도 통하지않는 외국인손님들을 상대하다보니 지치는건 당연한일. 터벅터벅 걸어 지하철을 타자마자 여자는 고개를 파묻고 잠들어버린다.
한정거장..두정거장.. 어느새 여자가 내려야 할 곳은 지나고 여자는 계속 자고있다. 

여자가 잠에서 깬건 세정거장이나 지난 후. 손바닥으로 양 볼을 살짝 두드리고 바로 다음정거장에서 내렸다.
"후우.."
여자의 집까지는 도보로 사십분가량.. 시계를보니 이미 시간은 열시가 넘었다. 
"아..못살아.."
짧은 한마디로 자책하고 곧바로 집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11시가 넘은 늦은시각. 내년이면 철거가 될거라는 달동네의 낡은 집. 삐걱거리는 문을열고 여자가 들어온다.
"저 왔어요"
"왔니? 조금 늦었네"
대답을한건 여자의 엄마가 아니다. 여자의 엄마는 몇개월 전 쓰러진 후로 인공호흡기와 간병인이 없으면 살 수 없게되었다. 다행히 이웃집의 아주머니가 하루종일 엄마의 간병을 해주고있다. 거동을 할수없고 밥조차 혼자서 먹을 수 없는엄마.. 한때는 여자도 그런 엄마를 원망했었다. 
"지하철에서 졸아서요. 엄마는 좀 어떠세요?"
"언제나 처럼이지. 그래도 오늘은 죽을 더 달라고 하시더라"
"정말요? 우와! 엄마, 진짜야?"
"으..어..어어!!"
말을 잘 하지 못하게 되버린 엄마지만 여자는 언제나 알아듣는다. 입으로만 하는게 말이 아니라고 누가 그랬던가. 
"그렇게 잘 먹으면 금방 낫겠는데?"
"아..으아아.."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에 가까운 소리였지만 여자는 엄마를 향해 싱긋 웃어줄 뿐이다.

"항상 고마워요.아줌마"
"내가 하는게 뭐 있다고.. 니가 고생이지 한참 놀고싶을 나이에 놀지도 못하니.."
단칸방 구석에서 여자와 이웃집 이줌마가 손을잡고 속삭인다. 고마움과 죄송함,애처러움과 동정의 마음이 오가고 나이많은 여자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집으로 간다.
형편이 좋지 않기는 이웃집의 아줌마도 마찬가지. 여자는 고마움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 씻고올게!"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는듯, 필요 이상으로 밝게 인사하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곧 물소리가 들리지만 씻는기색은 없이 그저 물이 흐르는 소리와 가끔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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